요리가 빛나는 순간, 마이 테이블 레시피
박수지 지음 / 그린쿡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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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책을 봤을 때 숨막히는(?) 두께와 묵직한 무게를 자랑하는, 그에 못지 않게 있어 보이는 세련되고 고급스런 표지 디자인을 갖춘 외양에 깜짝 놀랐었다. 이제껏 내가 산 요리책 중 가장 두꺼운 것이 <빵선생 이성실의 홈베이킹 노트>였는데(그때도 책의 두께에 깜놀했었다!), <마이 테이블 레시피> 역시 그에 못지 않은 막상막하의 두께와 무게를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막상 책을 받고 보니 살짝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책값에 수긍이 갈 정도였다. 그 정도로 압도적인 첫인상이었다. 

  더불어 책의 제목이 바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도 이책의 특이한 점이었다. 제목을 책표지 전면에 큼직하게 내거는 보통의 책들과 달리 <마이 테이블 레시피>는 책의 목차인 요리 주제들이 책의 전면을 장식한다. 그리고 avocado와 meat 사이에 보일 듯 말 듯 <요리가 빛나는 순간, 마이 테이블 레시피>라는 책제목이, meat와 egg 사이에 저자 이름이, egg와 chicken 사이에 부제인 듯한 '친구야, 이거 요리해 봤어?'가, sea food와 chocolate 사이에 'my never-ending cooking story'가 수줍게 숨어 있다. 바로 눈에 보이는 책표지의 글자들이 죄다 영어라는 점이 조금 불만이긴 하지만(한글 제목은 자세히 봐야 보인다;;) 보통의 요리책과는 다른 책두께 만큼이나 생소한 표지 디자인이 이책에 대한 색다른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마이 테이블 레시피>는 책표지에 내세운 재료들을 주제로 한 요리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식, 양식, 일식, 또는 아이들 요리, 김밥 주먹밥 샌드위치 등등으로 구분한 보통의 요리책들과 달리 <마이 테이블 레시피>는 그 제목처럼 오직 저자가 사랑하고 자랑하는 레시피들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아보카도 스무디에서 궁중 갈비, 스웨덴 프랑스 영국 등을 거쳐 초콜릿 레시피까지 장르를 뛰어넘은 폭넓음을 자랑한다. 목차에 내 건 6개의 주재료인 아보카도, 고기, 달걀, 닭, 해산물, 초콜릿를 활용한 저자의 정성 가득한 레시피들이 이책을 채우고 있다.










  <마이 테이블 레시피>가 보통의 다른 요리책들보다 더 좋았던 건 각각의 요리에 저자의 이야기가 더해졌다는 점이다. 아보카도를 첫 주제로 삼으면서 아버지와 외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스웨디시 미트볼과 프렌치 어니언 수프 레시피를 꺼내면서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저자가 요리에 열정을 불태우게 된 속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음식 솜씨 못지 않게 글솜씨까지 좋아 책을 빼곡하게 채운 긴 글이 술술 읽힌다. 저자가 풀어내는 요리와 자신의 이야기들은 재미는 물론 때때로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점에서 <마이 테이블 레시피>는 요리책은 물론 요리에세이라고 분류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와중에도 주요 식재료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나 알아두면 좋을 팁 등도 빠지지 않고 챙긴다.










  가장 눈이 꽂히는 꼭지는 역시 고기였다. 주변에 워낙 고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약간 전염이 된 탓도 있지만, 고기 요리를 그리 즐기지 않는 나임에도 침샘을 자극하는 비주얼과 스토리를 가진 고기 레시피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구워먹는 소금구이 외에 색다른 맛의 근사한 고기요리를 엄마에게 직접 해드리고 싶은 숨은 욕심도 고기 꼭지에 내 시선을 더욱 묶어놓았다.

  여러 메뉴 중에서도 저자가 요리를 계속 하기 위해 정말 간절하고 절절하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완성했다는 사연이 담겨 있는 스웨디시 미트볼의 맛이 가장 궁금했다. 과연 내가 그맛을 낼 수 있을지, 그래서 저자의 그런 절실한 마음을 맛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한번 따라서 만들어보고 싶은 메뉴이기도 했다. 특히 베리잼이 곁들여져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선보이기도 좋은 요리가 아닐까 싶어 다시 한번 단단히 찜을 해두었다.












  그외에도 달걀, 치킨, 해산물 등 쉽게 구할 수 있거나 비교적 친숙한 식재료들을 주제로 한 요리들이 이어진다. 달걀 요리는 비교적 손쉽게 할 수 있으면서도 제법 근사한 맛을 낼 수 있어 보였고, 한국인들이 애정하는 식재료인 닭은 고기 못지 않게 근사한 요리들로 탄생되어 군침이 돌게 했다. 먹는 건 좋아하지만 손질이 어렵고 귀찮아서 직접 만드는 건 꺼려지는 게 해산물 요리인데 저자가 소개해주는 요리들을 읽고 있자니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마이 테이블 레시피>에서 아보카도 만큼이나 의외였던 주제가 바로 초콜릿이었다. 고기 치킨 해산물 요리를 보다가 마지막에 등장하는 초콜릿 요리라니, 조금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지만 달달한 디저트에 또 초콜릿만한 것이 없지 않은가. 물론 열량폭탄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건 잠시 잊도록 하자. 단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함에도 초콜릿은 좋아하는 나는 이책의 한 꼭지를 차지하고 있는 초콜릿 레시피들이 조금 어색하면서도 재밌었다. 보기만 해도 달달한 초콜릿 디저트들을 가끔은 허락해도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요리는 치유'라고 정의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전업주부에서 자신의 삶을 고민하던 저자에게 요리는 치유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주었다. 끊임없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을 보는 순간이 저자에게 요리가 빛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이책 <마이 테이블 레시피>는 저자의 그런 빛나는 순간의 요리 레시피들을 자신의 삶의 이야기들과 함께 담은 요리책 또는 요리에세이다. 

  소개하는 요리마다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 읽는 재미도 있고, 친절하게 조목조목 설명해주어 배우는 즐거움도 있다. 심심할 때마다 펼쳐서 읽어보기에 딱 좋다. 이책에서 소개하는 레시피들은 익숙한 듯 생소한 요리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 나 같은 요리 무능력자에겐 좀 어려워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요리에의 도전 의식이 샘솟기도 한다. 이책에 나온 주요 식재료별 요리 하나씩만 잘 익혀두어도 손님이 왔을 때 근사하게 한 상 차려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열심히 따라서 만들어보려고 한다.

  <마이 테이블 레시피>는 큼직한 크기, 두툼한 두께와 묵직한 무게 만큼 저자의 정성이 느껴지는 따듯한 요리책이다. 조금은 부담스럽던 책값에 대한 불만은 막상 도착한 책을 읽으면서 모두 사라졌다. 책값이 아깝지 않다.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레시피의 요리들을 담고 있음은 물론 세련되고 고급스런 편집과 제본 덕에 요리에 관심 많은 지인에게 선물하기에도 좋다. 다만 큼직한 책크기에 비해 글자가 작은 건 많이 아쉽다. 돋보기를 장착하셔야 책을 보는 엄마나 노안의 문턱에 다다른 언니들이 보기엔 조금 괴로울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수정이 가능하다면 다음 판에는 글자 크기를 조금 키웠음 하는 바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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