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루머의 루머>를 리뷰해주세요.
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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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고등학생이자 소위 '범생이'인 클레이는 어느날 보낸 사람을 알 수 없는 수상한 소포를 받는다. 상자 속에는 앞뒷로 1에서 13까지 순서가 매겨져있는 7개의 테이프가 들어있다. 궁금한 마음에 1번 테이프를 재생한 클레이는 그속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얼마전 자살한 해나 베이커임을 알고는 화들짝 놀란다. 게다가 그녀는 테이프를 건네 받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끝장낸 이유 중 하나에 해당된다며, 7개의 테이프를 모두 듣고 정해진 다음 사람에게 보내지 않으면 그 내용을 세상에 공개할 거라는 경고까지 잊지 않았다. 테이프를 재생한 순간 클레이에게는 그것을 계속해서 듣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권이 없다.

테이프의 13개의 면에서 해나는 각 면 당 각각 한 명의 피의자를 지목한다. 그리고 자신의 자살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그들의 행동과 그것이 미친 크고 작은, 때론 치명적인 영향들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 키스 상대이자 그녀를 병들게 만든 루머의 시발점인 저스틴 폴리에서 출발한 해나의 이야기는 미묘하게 얽히고설킨 다음 인물들 사이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와 함께 장난삼아 또는 자기 과시용으로 만들어졌던 해나에 관한 루머는 사람들의 입을 거칠수록 점점 더 크게 부풀러져 그녀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놓는다. 실체를 알 수 없는 괴소문은 서서히 그녀의 목을 조여오고, 종극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그녀를 내몬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테이프 속 과거와 테이프 밖 현재라는 두 개의 다른 시점이 서로 교차되며 전개되는 독특한 구성으로 이루어져있다. 테이프 속에서 피해자의 시점으로 루머 속 숨겨진 진실을 들려주는 해나의 이야기와 테이프 밖에서 주변인의 시점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방관해왔던 지난 풍경들을 곱씹고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클레이의 생각이 동시에 보여지면서 해나가 겪었을 아픔과 고통, 그리고 외로움을 안팎으로 보여주며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한다.

테이프 속에서 해나는 자신이 왜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는지, 자신을 둘러싼 온갖 괴소문 때문에 얼마나 상처받고 괴로워했는지를 토로한다. 왜곡되고 변질된 소문 뒤에 묻혀있던 자신만이 아는 진실을 밝히며 해나는 말한다. 소문의 여러가지 버전 중에 가장 인기 없는 게 바로 진실 버전이라고, 사람들은 진실보다 소문을 더 믿으려 한다고 말이다. 그속에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믿어주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보아줄 사람을 애타게 찾는 해나의 절규가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여러 사람들의 입을 거치면서 첨삭된 소문은 처음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각색된다. 심지어 여러 가지 버전으로 재구성되기도 한다. 진실이 밝혀도 사람들은 소문에 더 귀를 귀울인다. 진실은 소문만큼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과 상관없는 누군가의 소문은 흥미거리로 심심풀이 땅콩으로 돌고 돈다. 그리고 어느새 진실을 압도하며 새로운 진실로 굳어진다. 소문이 소문을 낳고 그 소문이 또다른 소문을 양산하는 것, 그게 바로 소문의 특징이다. 이책 <루머의 루머의 루머> 또한 그런 소문의 특성을 고스란히 제목으로 반영해낸다.


죽음을 결심한 해나는 어떤 마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아이들에게 보낸 걸까.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온갖 루머와 사건들에 연관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아이들에게 평생동안 시달릴 죄책감을 남기기 위해서? 아니면 일종의 공범인 아이들에게 서로의 잘못을 까발리기 위해서? 어쩌면 그런 복수의 마음이 그녀에게도 조금은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해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녀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그러나 여전히 변함없는 '진실'을 그들에게나마 밝힘으로써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고 속박하던 루머의 멍에를 벗어버리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한 그들이 잠시나마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 않았을까.

한창 꽃피워야 할 나이에 해나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아니, 그녀 주변의 아이들이 그녀를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렇다고 그들이 죽어 마땅한 짓을 벌였느냐? 그건 아니다. 알고보면 아주 사소한 행동들이 대부분이다. 일상에서 취하는 우리의 사소한 행동이 누군가의 삶을 포기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해진다. 죽음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해나 역시 절박한 심정으로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절망 속에 방치한다. 우리는 얼마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살고 있을까. 나는 다르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다만 누구든 각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받아들이기에 테이프를 통해 들려주는 해나의 이야기가 전적으로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 하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몇몇 외에 그녀의 테이프를 받게 될 다른 아이들은 해나와는 다른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도 있고, 그들의 입장에서는 또 그런 해석이 타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해나가 느꼈을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여전히 아쉽다.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좀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잘 찾아보면 그녀의 곁에는 손 내밀면 기꺼이 잡아줄 클레이같은 친구도 있었는데 말이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루머로 희생당한 십대 소녀와 그녀 주변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루머에 내재되어 있는 잔인한 폭력성과 누구든 루머의 피해자 또는 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의 메시지를 남긴다. 해나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내내 작년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던 톱스타 故 최진실 씨가 떠올랐다. 그녀의 죽음 또한 인터넷에서 유포된 근거없는 악성 루머가 그 원인이었다.

장난삼아 던진 작은 돌멩이가 연못에 살고 있는 개구리를 죽일 수도 있듯이 별다른 생각없이 내뱉은 말 한 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나도, 당신도,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무심코 내뱉던 말에 대해, 말이 가진 보이지 않는 폭력성에 대해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하는 분들이나 온갖 소문들로 인해 삶의 용기를 잃어가시는 분들. 그러나 누구보다 이책을 권하고 싶은 건 아무 생각없이 심심풀이 땅콩마냥 남들에 대한 소문을 만들고 부풀리기 좋아하는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그래, 뭘 듣고 싶니? 워낙 버전이 많아서, 어떤 게 제일 인기 있는지 모르겠더라. 그래도 가장 인기 업는 게 뭔지 알아. 그건 바로 진실 버전이야. 너희들이 잊지 말아야 할 진실. (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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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셔넬라 Passionella
줄스 파이퍼 글.그림, 구자명 옮김 / 이숲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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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스 파이퍼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퓰리처상과 아카데미상 수상작가라는 말에 혹해 책을 집어들었다. 그러면서도 내심 퓰리처상은 그렇다쳐도 아카데미에 만화에 주는 상이 있었던가,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책날개의 설명을 보니, 네 살된 꼬마를 실수로 징병한 이책의 단편 「꼬마 병사 먼로 이야기」의 소재로 제작한 만화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거란다. 퓰리처상은 만화편집 부문에서 받았다고. 그렇게 따지자면 카피가 조금 과대포장된 느낌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책을 덮으면서 낚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명의 멋진 작가를 알게 되어 즐거웠던 책이다.

<패셔넬라>에는 모두 6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책제목으로 쓰인 표제작 「패셔넬라」는 연예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뚱뚱하고 못생긴 굴뚝청소부 패셔넬라는 티비의 화려한 글래머 스타를 동경하다 티비요정의 도움으로 밤시간에만 누구나 반할 만한 외모를 가진 글래머 미녀로 변신한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를 바탕으로 연예계에 진출하고 그녀의 겉모습에 반한 이들에게 찬사를 들으며 최고의 부와 명성과 인기를 얻지만 이중생활을 이어가는 패셔넬라의 허전한 마음은 가시질 않는다. 그러나 방황하던 그녀는 마침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는다. 마지막 깜짝 반전은 사실 웬만큼은 상상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보는 이를 행복해지게 한다. 패셔넬라를 통해 작가는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잘못된 사회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진정한 행복이란 부와 명예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패셔넬라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그외 네 살짜리 꼬마가 실수로 군대에 징집되는 이야기인 「꼬마 병사 먼로 이야기」는 기상천외한 상황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설득력있게 그려내어 웃음과 씁쓸함을 함께 전해준다. 먼로는 자신이 네 살이라고 주장하지만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상관들은 그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을 바탕으로 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또다른 단면이기도 하다. 「해롤드 스워그」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해롤드 스워그는 모든 스포츠에 이기는 재능을 가졌지만 자신은 정작 조용히 서류 정리를 하며 살고 싶어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국가를 위해 경기에 뛸 것을 그에게 명령하고 강요하고 협박한다. 그리고 올림픽에 나가게 된 그가 이기지 못하자 그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과연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도록 강요하는 게 옳은 일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스워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훌륭하게 대처했고, 이후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의 마지막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외 「조지의 달」, 「외로운 기계」, 「관계」 등도 모두 제각각 작가의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는 예리한 단편이었다.

미국의 대표 작가라는 줄스 파이퍼의 화려한 이력을 보다가 반가운 작품을 찾았다. 바로 시금치를 먹는 뽀빠이~가 등장하는 만화 영화 <뽀빠이>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줄스 파이퍼라고. 그걸 알고나니 그가 한 뼘 정도 더 친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패셔넬라>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그것을 재치있는 유머로 녹여낸 풍자, 그러면서도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손길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줄스 파이퍼의 단편 만화집이다. <패셔넬라>가 국내에 처음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이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줄스 파이퍼의 재치넘치는 풍자와 익살이 담긴 멋진 작품을 계속 만나볼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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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그래픽 노블)>를 리뷰해주세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보경 옮김, 케빈 코넬 그림, 눈지오 드필리피스.크리스티나 / 노블마인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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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개봉을 앞두고 영화의 원작인 피츠 제럴드의 단편 소설이 동명의 제목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한꺼번에 쏟아지듯 출간되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내 책장에도 벤자민 버튼 씨의 이야기를 담아 올해 새롭게 출간된 6종의 책 중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4권의 책들이 자리잡고 있다. 다행히 영화 원작을 포함해 다른 단편 소설을 실은 단편집과 영어 원문 수록본, 그래픽 노블본 등 겹치는 책은 없다. 영화의 영향력 때문이긴 하지만, 한 편의 소설을 이렇게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노블마인에서 나온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은 영화의 원작인 단편 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그것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한 그래픽 노블을 함께 실어두었다. 그리고 그점이 이책이 타출판사의 책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그래픽 노블,하면 선뜻 감이 안 올 수도 있는데 쉽게 말하면 그림소설, 즉 '만화'다. 만화에 대한 우리들의 잘못된 편견과 영어 우월주의가 이책에 그래픽 노블,이라는 말을 덧붙이게 한 건 아닌가 싶어 조금은 아쉬웠다. 만화,라는 말이 정 싫었다면 그림소설, 정도로 표현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여튼 책을 펼치면 만화본이 먼저 나오고, 뒷부분에는 원작 소설이 실려있다. 만화속의 지문과 대사는 몇몇 지문들을 제외하곤 뒷부분에 실린 원작 소설의 문장들을 그대로 살려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만화본과 소설본의 문장이 똑같다. 단지 소설을 읽으며 머리속으로 떠올릴 상상들을 만화본에서는 그림으로 눈앞에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그래도 벤자민 버튼 씨의 기이한 이야기를 만화로 읽는 건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본 분들은 원작 소설을 읽으면 다소 놀랄지도 모르겠다. 영화와 달리 소설에서는 아빠가 벤자민을 버리지도 않고, 엄마가 벤자민을 낳다가 죽지도 않고, 영화속처럼 그리 겸손한 성품도 아닐 뿐더러 무엇보다 한 여인을 향해 애절한 사랑을 품지도 않는다. 영화와 원작 소설의 공통점이라면 단지 노인으로 태어나 나이가 들수록 점점 젊어져 인생의 마지막에 아기로 죽는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인생 시계 뿐이다. 영화는 그 기본 뼈대에 새로운 살을 붙여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그러나 남들과 다른 인생 시계를 가진 삶을 살아가는 벤자민의 고뇌는 원작 소설이든, 만화든, 영화든 모두 같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영화에서 벤자민은 노인이긴 했지만 작은 아기의 몸으로 태어났던 것에 비해 소설에서는 173 센티미터의 건장한 체격의 노인으로 태어난다. 만화본에서 작은 아기 침대에 서 긴 수염을 단 채 큰 몸을 구겨넣은 채 앉아있는 벤자민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의 원작 소설 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단편 소설들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펭귄클래식, 문학동네, 민음사(민음사에서 나온 책의 제목은 <피츠 제럴드 단편선 2>다), 현대문화센터에서 나온 책을, 오로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만을 즐기고 싶다면 노블마인과 북스토리의 책을 선택하면 된다. 영화 개봉전 출간되었던 인간희극의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 또한 삽화가 포함된 단편과 영문본이 함께 실려있다. 참고로 펭귄클래식과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책에는 실려있는 단편까지 똑같다. 또한 노블마인은 만화와 원작 소설을, 북스토리와 인간희극의책은 번역본과 영어 원문이 함께 실려있는 게 특징이다.

영화의 유명세 덕분에 독자들은 넓게는 피츠 제럴드의 다양한 단편을, 좁게는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취향에 따라 골라 읽는 재미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반대로 선택의 혼란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만화로 각색한 소설을 만나는 독특함.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피츠제럴드 단편 모음집인 문학동네, 펭귄클래식, 현대문화센터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민음사의 <피츠 제럴드 단편선 2>.
원작 단편 하나만 실린 북스토리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인간희극의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청소년, 일반인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그리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게 되었다. 배가 고프면 울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는 밤낮으로 숨을 쉬었다. 부드럽게 웅얼웅얼 중얼중얼 하는 알아듣지 못할 소리가 들렸고 공기에서 뭔가 다른 냄새가 낮으며 빛과 어둠이 번갈아 나타났다. 그러다가 온통 어두워졌다. 하얀 요람과 눈앞에 어른거리던 희미한 얼굴들, 따뜻하고 달콤한 우유의 향기처럼 모두 사라졌다. (182~18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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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어 측정기 나의 한국어 측정 1
김상규 외 지음 / GenBook(젠북)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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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관심이 많다. 구사할 줄 아는 말이 우리말 뿐인 까닭도 있지만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게 우리말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말 관련 책들이 나오면 한 번쯤은 눈길을 두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말에 대해 많이 아는 건 아니다. 편지나 책을 읽을 때는 다른 글자보다 유독 크게 보이는 오탈자이지만 막상 짧은 글이라고 몇 줄 쓰려고 하면 평소에 흔히 쓰던 말들조차 맞춤법이 헛갈려 수시로 국어사전을 검색하곤 한다. 한없이 부족한 어휘력은 부끄럽고, 띄어쓰기는 아직도 내겐 헤어나오기 힘든 블랙홀이다. 그렇지만 매일 쓰는 것인 만큼 배움을 통해 시나브로 그 틈을 채워가는 맛이 쏠쏠한 것이 바로 우리말이다.

<우리말에 빠지다>의 저자 김상규 님이 동료 선생님이 함께 엮은 책 <나의 한국어 측정기(젠북, 2009)>를 만났다. ’한국어 측정기’라는 제목이 재미있다. 책 제목을 보는 순간 나의 한국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해보고 싶은 궁금한 마음이 생겼다고나 할까. 우리말에는 그나마 조금 자신이 있다는 알량한 자신감으로,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하는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런데 책장을 넘겨도 넘겨도 계속해서 문제들만 이어지는 게 아닌가. 그제서야 다시 표지를 보니 ’한국어 연습장’, ’퀴즈처럼 풀어보는 600문제’라는 카피가 눈에 들어온다. 결과적으로 이책을 읽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던 ’측정기’라는 단어는 다름아닌 ’문제집’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크게 여섯 몫으로 나뉜 꼭지는 각 몫당 열 개의 물음, 다시 각 물음은 열 개의 문제로 구성되어 있어 책에는 총 600개의 문제들이 실려있다. 또한 한 바닥에 실려있는 열 개의 질문들은 총 4개의 영역으로, 1~4 번은 제시된 문장을 읽고 적합한 어휘를 찾아내는 어휘력 점검, 5~7 번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지만 헛갈리기 쉬운 두 단어를 문맥의 뜻에 맞게 고르기, 8~9 번은 주어진 설명을 읽고 연상되는 단어 맞추기, 10 번은 제시문을 읽고 답을 찾는 재미로 풀어보는 상식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각 꼭지의 끝에는 한국어 상식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고, 책의 마지막에는 문제의 답과 해설이 실려있다.

- 이책은 깊이와 넓이를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가벼운 글입니다. 그냥 지나치듯 우리말 문제를 가볍게 풀어 보고, 친구와 내기하듯 잡담하듯 즐기는 내용입니다. 답이 뭘까 아리송해도 정답을 보면 금방 웃을 수 있는 그런 내용들로 이루어졌습니다. 게다가 많은 것을 다루려고 욕심을 내지도 않았습니다. 어려운 것을 담지도 않았습니다. 우리말로 느낄 수 있는 재미와 웃음만을 살포시 담으려고 했습니다. (머리말 중)

책에 실린 문제는 대부분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예상과 달리 뒷부분으로 넘어가도 난이도는 비슷했다. 책의 머리말에 적힌 저자의 글처럼 지나치듯 내기하듯 잡담하듯 즐기며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조금 어려운 측에 속했던 단어 연상 문제들도 틀려서 부끄럽기 보다는 새로운 상식이 하나 더 늘어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그래서 부담없이 문제를 풀고 답을 맞춰보았고, 간간이 새로이 익힌 우리말 상식들은 기억하려고 애쓰며 따로 표시를 해두기도 했다.

<나의 한국어 측정기>는 저자의 말처럼 그리 넓지도 깊지도 않은 비교적 가벼운 우리말 책이지만, 그런 까닭에 부담없이 우리말을 친구삼아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다만 각각의 꼭지마다 난이도를 조절해 단계별로 조금씩 도전해가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게 해주었더라면 더 흥미진진하게 끝까지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물론 책의 어디를 펼치든 언제나 변함없이 즐길 수 있는 문제들을 싣는 게 목적이었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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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 꽃의 비밀 - 꽃에게로 가는 향기로운 여행
KBS 스페셜 <꽃의 비밀> 제작팀 지음, 신동환 엮음 / 가치창조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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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의 비밀 | KBS 스페셜 <꽃의 비밀> 제작팀 | 신동환 엮음 | 가치창조 | 2009년 4월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기 시작하면서 주변이 어느새 꽃으로 뒤덮히기 시작했다. 매화와 목련꽃에서 시작된 봄꽃의 향연을 개나리와 벚꽃, 진달래와 동백꽃이 이어받는가 하면, 봄햇살에 땅을 비집고 나온 민들레나 유채 등도 아껴왔던 자신들만의 꽃을 피우며 그 대열에 참여한다. 여기저기 눈길 닿는 곳마다 피어있는 꽃들을 만날 때면 절로 미소가 맴돈다. 그저 존재 자체로 웃음을 머금게 하는 것이 꽃의 매력이 아닐런지. 생일처럼 기념하고 싶은 날이나 프러포즈처럼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을 때 사람들이 꽃을 사용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활짝 핀 꽃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이 있을까. 오히려 찡그렸던 얼굴도 활짝 펴게 만드는 게 꽃의 힘일 것이다. 인위적으로는 지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듀센미소'라 칭한다. 일부러 웃는 의식적인 웃음은 입은 웃고 있어도 눈은 웃지 않지만, 자연스러운 미소인 듀센미소는 입술 근육과 눈가의 근육이 함께 움직여 뺨 근육이 당겨 올라가면서 눈은 가늘어지고 눈 꼬리에 주름이 잡힌다. 미국의 해빌랜드 교수는 미소에 관해 진행하던 연구를 듀센미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배달된 다양한 선물 중에서 꽃을 선물받은 사람들만이 100% 듀센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우리는 꽃의 아름다운 색깔과 향긋한 향기에 매료된다. 그렇다면 식물은 왜 꽃을 피우는 걸까? 생물학적으로 꽃은 그저 식물의 번식을 위한 수정의 한 과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스로 수정하지 못하고 매개 생물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식물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유혹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꽃이다. 꽃의 화려한 색깔과 달콤한 향기는 모두 수정과 번식을 위한 수단인 것이다. 빨간색을 못 보는 벌이 수정을 도와주는 꽃은 향기가 발달되고, 인간과 같은 영역을 보는 새가 매개체인 꽃은 붉은 색처럼 강렬한 색깔에 승부를 건다. 우리가 마냥 감탄하는 꽃의 색깔과 향기에는 이렇게 식물들의 생존을 위한 진화의 비밀이 숨어있다.  

꽃의 형태에도 우리가 몰랐던 구조적 균형미가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의 꽃들은 꽃잎의 모양이나 형태에 좌우대칭, 회전대칭, 방사성대칭 등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또한 꽃이 가지는 꽃잎의 수는 앞서 나오는 두 숫자의 합의 연속인 '피보나치 수열'을 정확하게 따르는가 하면, 해바라기나 데이지의 씨앗 배치 또한 피보나치 수열에 일치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신기했다. 또한 피보나치 수열에서 뒤의 수를 앞의 수로 나누어 보면 1:1.168이라는 일정한 비가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가장 완벽한 자연의 비율이라는 황금비율이다. 한 송이의 꽃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자연의 섭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꽃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비밀들이 숨어 있다. 대부분의 꽃향기는 미약하나마 기억력이나 학습능력 향상에 영향을 주고, 녹색식물과 꽃은 델타파를 감소시키고 알파파를 증가시켜 인간의 심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도소의 제소자들이 꽃을 가꾸는 원예치료 과정을 통해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것 또한 꽃의 이런 효과에 기인한다. 꽃 중의 꽃으로 불리며 오랜 세월 인류의 절대적 사랑을 받고 있는 장미는 그 성분의 화학구조가 여성호르몬과 유사하여 여성의 몸을 자극하고 생리적 균형이나 증상 완화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꽃의 다양한 성분을 이용한 아로마 요법은 부작용이나 내성의 염려가 없어 새로운 대안 치료법으로 부상하고 있고, 꽃차나 꽃밥 등 식용꽃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중이다.

아름다운 자태와 달콤한 향기를 겸비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존재인 꽃. 이책 <꽃의 비밀>은 꽃의 구조나 원리, 종류 등이 아닌, 한 송이의 꽃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연의 법칙과 생존의 몸부림,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되거나 활용되고 있는 꽃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꽃이 우리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식물의 수정을 도와 번식을 이루는 중요한 임무를 띠고 태어난 꽃은 원래의 본분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꽃의 비밀>은 'KBS 스페셜'을 통해 방영된 다큐멘터리 『꽃의 비밀』을 책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몇 년 전 방영된 꽃의 생존과 번식을 다룬 BBC 다큐멘터리 『꽃의 사생활』을 재미있게 본 필자는 꽃에 대한 국내판 다큐 제작을 결심했고, 농림부의 제작비 지원에 힘입어 2년 여의 산고 끝에 마침내 『꽃의 비밀』을 세상에 내놓았다. 책에는 다큐에 싣지 못했던 다른 내용까지 첨부되어 있다고 하니 다큐를 보았던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안타깝게도 티비에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보지는 못했지만 책을 통해 꽃에 숨어있는 비밀과 자연의 감동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꽃의 비밀>은 충분한 사진 자료와 삽화가 첨부되어 있어 보기도 쉽고, 큼직한 글자가 띄엄띄엄 있는 얇은 책이라 잡은 자리에서 금방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꽃에 대해 미처 몰랐었던 내용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다만 고화질의 컬러 사진이 많이 첨부되어 있긴 했지만, 책의 전체적 구성이나 분량에 비해 책값은 조금 높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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