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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스페셜 꽃의 비밀 - 꽃에게로 가는 향기로운 여행
KBS 스페셜 <꽃의 비밀> 제작팀 지음, 신동환 엮음 / 가치창조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 꽃의 비밀 | KBS 스페셜 <꽃의 비밀> 제작팀 | 신동환 엮음 | 가치창조 | 2009년 4월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기 시작하면서 주변이 어느새 꽃으로 뒤덮히기 시작했다. 매화와 목련꽃에서 시작된 봄꽃의 향연을 개나리와 벚꽃, 진달래와 동백꽃이 이어받는가 하면, 봄햇살에 땅을 비집고 나온 민들레나 유채 등도 아껴왔던 자신들만의 꽃을 피우며 그 대열에 참여한다. 여기저기 눈길 닿는 곳마다 피어있는 꽃들을 만날 때면 절로 미소가 맴돈다. 그저 존재 자체로 웃음을 머금게 하는 것이 꽃의 매력이 아닐런지. 생일처럼 기념하고 싶은 날이나 프러포즈처럼 이성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을 때 사람들이 꽃을 사용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활짝 핀 꽃을 보고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이 있을까. 오히려 찡그렸던 얼굴도 활짝 펴게 만드는 게 꽃의 힘일 것이다. 인위적으로는 지을 수 없는 자연스러운 미소를 '듀센미소'라 칭한다. 일부러 웃는 의식적인 웃음은 입은 웃고 있어도 눈은 웃지 않지만, 자연스러운 미소인 듀센미소는 입술 근육과 눈가의 근육이 함께 움직여 뺨 근육이 당겨 올라가면서 눈은 가늘어지고 눈 꼬리에 주름이 잡힌다. 미국의 해빌랜드 교수는 미소에 관해 진행하던 연구를 듀센미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배달된 다양한 선물 중에서 꽃을 선물받은 사람들만이 100% 듀센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우리는 꽃의 아름다운 색깔과 향긋한 향기에 매료된다. 그렇다면 식물은 왜 꽃을 피우는 걸까? 생물학적으로 꽃은 그저 식물의 번식을 위한 수정의 한 과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스스로 수정하지 못하고 매개 생물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식물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유혹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꽃이다. 꽃의 화려한 색깔과 달콤한 향기는 모두 수정과 번식을 위한 수단인 것이다. 빨간색을 못 보는 벌이 수정을 도와주는 꽃은 향기가 발달되고, 인간과 같은 영역을 보는 새가 매개체인 꽃은 붉은 색처럼 강렬한 색깔에 승부를 건다. 우리가 마냥 감탄하는 꽃의 색깔과 향기에는 이렇게 식물들의 생존을 위한 진화의 비밀이 숨어있다.
꽃의 형태에도 우리가 몰랐던 구조적 균형미가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의 꽃들은 꽃잎의 모양이나 형태에 좌우대칭, 회전대칭, 방사성대칭 등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 또한 꽃이 가지는 꽃잎의 수는 앞서 나오는 두 숫자의 합의 연속인 '피보나치 수열'을 정확하게 따르는가 하면, 해바라기나 데이지의 씨앗 배치 또한 피보나치 수열에 일치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신기했다. 또한 피보나치 수열에서 뒤의 수를 앞의 수로 나누어 보면 1:1.168이라는 일정한 비가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가장 완벽한 자연의 비율이라는 황금비율이다. 한 송이의 꽃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자연의 섭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꽃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비밀들이 숨어 있다. 대부분의 꽃향기는 미약하나마 기억력이나 학습능력 향상에 영향을 주고, 녹색식물과 꽃은 델타파를 감소시키고 알파파를 증가시켜 인간의 심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도소의 제소자들이 꽃을 가꾸는 원예치료 과정을 통해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것 또한 꽃의 이런 효과에 기인한다. 꽃 중의 꽃으로 불리며 오랜 세월 인류의 절대적 사랑을 받고 있는 장미는 그 성분의 화학구조가 여성호르몬과 유사하여 여성의 몸을 자극하고 생리적 균형이나 증상 완화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꽃의 다양한 성분을 이용한 아로마 요법은 부작용이나 내성의 염려가 없어 새로운 대안 치료법으로 부상하고 있고, 꽃차나 꽃밥 등 식용꽃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중이다.
아름다운 자태와 달콤한 향기를 겸비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존재인 꽃. 이책 <꽃의 비밀>은 꽃의 구조나 원리, 종류 등이 아닌, 한 송이의 꽃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자연의 법칙과 생존의 몸부림,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되거나 활용되고 있는 꽃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꽃이 우리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에 대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식물의 수정을 도와 번식을 이루는 중요한 임무를 띠고 태어난 꽃은 원래의 본분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다.
<꽃의 비밀>은 'KBS 스페셜'을 통해 방영된 다큐멘터리 『꽃의 비밀』을 책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몇 년 전 방영된 꽃의 생존과 번식을 다룬 BBC 다큐멘터리 『꽃의 사생활』을 재미있게 본 필자는 꽃에 대한 국내판 다큐 제작을 결심했고, 농림부의 제작비 지원에 힘입어 2년 여의 산고 끝에 마침내 『꽃의 비밀』을 세상에 내놓았다. 책에는 다큐에 싣지 못했던 다른 내용까지 첨부되어 있다고 하니 다큐를 보았던 독자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안타깝게도 티비에 방영된 다큐멘터리를 보지는 못했지만 책을 통해 꽃에 숨어있는 비밀과 자연의 감동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꽃의 비밀>은 충분한 사진 자료와 삽화가 첨부되어 있어 보기도 쉽고, 큼직한 글자가 띄엄띄엄 있는 얇은 책이라 잡은 자리에서 금방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꽃에 대해 미처 몰랐었던 내용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다. 다만 고화질의 컬러 사진이 많이 첨부되어 있긴 했지만, 책의 전체적 구성이나 분량에 비해 책값은 조금 높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