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셔넬라 Passionella
줄스 파이퍼 글.그림, 구자명 옮김 / 이숲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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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스 파이퍼가 누군지도 모르지만 퓰리처상과 아카데미상 수상작가라는 말에 혹해 책을 집어들었다. 그러면서도 내심 퓰리처상은 그렇다쳐도 아카데미에 만화에 주는 상이 있었던가,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책날개의 설명을 보니, 네 살된 꼬마를 실수로 징병한 이책의 단편 「꼬마 병사 먼로 이야기」의 소재로 제작한 만화영화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거란다. 퓰리처상은 만화편집 부문에서 받았다고. 그렇게 따지자면 카피가 조금 과대포장된 느낌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책을 덮으면서 낚이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 명의 멋진 작가를 알게 되어 즐거웠던 책이다.

<패셔넬라>에는 모두 6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책제목으로 쓰인 표제작 「패셔넬라」는 연예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뚱뚱하고 못생긴 굴뚝청소부 패셔넬라는 티비의 화려한 글래머 스타를 동경하다 티비요정의 도움으로 밤시간에만 누구나 반할 만한 외모를 가진 글래머 미녀로 변신한다. 그녀는 자신의 외모를 바탕으로 연예계에 진출하고 그녀의 겉모습에 반한 이들에게 찬사를 들으며 최고의 부와 명성과 인기를 얻지만 이중생활을 이어가는 패셔넬라의 허전한 마음은 가시질 않는다. 그러나 방황하던 그녀는 마침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는다. 마지막 깜짝 반전은 사실 웬만큼은 상상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보는 이를 행복해지게 한다. 패셔넬라를 통해 작가는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잘못된 사회에 대한 비판과 함께 진정한 행복이란 부와 명예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패셔넬라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그외 네 살짜리 꼬마가 실수로 군대에 징집되는 이야기인 「꼬마 병사 먼로 이야기」는 기상천외한 상황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설득력있게 그려내어 웃음과 씁쓸함을 함께 전해준다. 먼로는 자신이 네 살이라고 주장하지만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상관들은 그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을 바탕으로 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또다른 단면이기도 하다. 「해롤드 스워그」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해롤드 스워그는 모든 스포츠에 이기는 재능을 가졌지만 자신은 정작 조용히 서류 정리를 하며 살고 싶어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가만두지 않는다. 국가를 위해 경기에 뛸 것을 그에게 명령하고 강요하고 협박한다. 그리고 올림픽에 나가게 된 그가 이기지 못하자 그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비난한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과연 국가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도록 강요하는 게 옳은 일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스워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훌륭하게 대처했고, 이후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의 마지막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외 「조지의 달」, 「외로운 기계」, 「관계」 등도 모두 제각각 작가의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는 예리한 단편이었다.

미국의 대표 작가라는 줄스 파이퍼의 화려한 이력을 보다가 반가운 작품을 찾았다. 바로 시금치를 먹는 뽀빠이~가 등장하는 만화 영화 <뽀빠이>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줄스 파이퍼라고. 그걸 알고나니 그가 한 뼘 정도 더 친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패셔넬라>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과 그것을 재치있는 유머로 녹여낸 풍자, 그러면서도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손길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줄스 파이퍼의 단편 만화집이다. <패셔넬라>가 국내에 처음 그의 작품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이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줄스 파이퍼의 재치넘치는 풍자와 익살이 담긴 멋진 작품을 계속 만나볼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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