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그래픽 노블)>를 리뷰해주세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보경 옮김, 케빈 코넬 그림, 눈지오 드필리피스.크리스티나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개봉을 앞두고 영화의 원작인 피츠 제럴드의 단편 소설이 동명의 제목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한꺼번에 쏟아지듯 출간되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내 책장에도 벤자민 버튼 씨의 이야기를 담아 올해 새롭게 출간된 6종의 책 중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4권의 책들이 자리잡고 있다. 다행히 영화 원작을 포함해 다른 단편 소설을 실은 단편집과 영어 원문 수록본, 그래픽 노블본 등 겹치는 책은 없다. 영화의 영향력 때문이긴 하지만, 한 편의 소설을 이렇게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건 재미있는 일이다.

노블마인에서 나온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은 영화의 원작인 단편 소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그것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한 그래픽 노블을 함께 실어두었다. 그리고 그점이 이책이 타출판사의 책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그래픽 노블,하면 선뜻 감이 안 올 수도 있는데 쉽게 말하면 그림소설, 즉 '만화'다. 만화에 대한 우리들의 잘못된 편견과 영어 우월주의가 이책에 그래픽 노블,이라는 말을 덧붙이게 한 건 아닌가 싶어 조금은 아쉬웠다. 만화,라는 말이 정 싫었다면 그림소설, 정도로 표현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여튼 책을 펼치면 만화본이 먼저 나오고, 뒷부분에는 원작 소설이 실려있다. 만화속의 지문과 대사는 몇몇 지문들을 제외하곤 뒷부분에 실린 원작 소설의 문장들을 그대로 살려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만화본과 소설본의 문장이 똑같다. 단지 소설을 읽으며 머리속으로 떠올릴 상상들을 만화본에서는 그림으로 눈앞에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그래도 벤자민 버튼 씨의 기이한 이야기를 만화로 읽는 건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본 분들은 원작 소설을 읽으면 다소 놀랄지도 모르겠다. 영화와 달리 소설에서는 아빠가 벤자민을 버리지도 않고, 엄마가 벤자민을 낳다가 죽지도 않고, 영화속처럼 그리 겸손한 성품도 아닐 뿐더러 무엇보다 한 여인을 향해 애절한 사랑을 품지도 않는다. 영화와 원작 소설의 공통점이라면 단지 노인으로 태어나 나이가 들수록 점점 젊어져 인생의 마지막에 아기로 죽는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인생 시계 뿐이다. 영화는 그 기본 뼈대에 새로운 살을 붙여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그러나 남들과 다른 인생 시계를 가진 삶을 살아가는 벤자민의 고뇌는 원작 소설이든, 만화든, 영화든 모두 같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영화에서 벤자민은 노인이긴 했지만 작은 아기의 몸으로 태어났던 것에 비해 소설에서는 173 센티미터의 건장한 체격의 노인으로 태어난다. 만화본에서 작은 아기 침대에 서 긴 수염을 단 채 큰 몸을 구겨넣은 채 앉아있는 벤자민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의 원작 소설 뿐만 아니라 그의 다른 단편 소설들을 함께 즐기고 싶다면 펭귄클래식, 문학동네, 민음사(민음사에서 나온 책의 제목은 <피츠 제럴드 단편선 2>다), 현대문화센터에서 나온 책을, 오로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만을 즐기고 싶다면 노블마인과 북스토리의 책을 선택하면 된다. 영화 개봉전 출간되었던 인간희극의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 또한 삽화가 포함된 단편과 영문본이 함께 실려있다. 참고로 펭귄클래식과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책에는 실려있는 단편까지 똑같다. 또한 노블마인은 만화와 원작 소설을, 북스토리와 인간희극의책은 번역본과 영어 원문이 함께 실려있는 게 특징이다.

영화의 유명세 덕분에 독자들은 넓게는 피츠 제럴드의 다양한 단편을, 좁게는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를 취향에 따라 골라 읽는 재미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반대로 선택의 혼란을 겪을 수도 있겠지만. ;)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만화로 각색한 소설을 만나는 독특함.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
피츠제럴드 단편 모음집인 문학동네, 펭귄클래식, 현대문화센터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민음사의 <피츠 제럴드 단편선 2>.
원작 단편 하나만 실린 북스토리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인간희극의 <벤자민 버튼의 흥미로운 사건>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청소년, 일반인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그리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게 되었다. 배가 고프면 울었다. 그게 전부였다. 그는 밤낮으로 숨을 쉬었다. 부드럽게 웅얼웅얼 중얼중얼 하는 알아듣지 못할 소리가 들렸고 공기에서 뭔가 다른 냄새가 낮으며 빛과 어둠이 번갈아 나타났다. 그러다가 온통 어두워졌다. 하얀 요람과 눈앞에 어른거리던 희미한 얼굴들, 따뜻하고 달콤한 우유의 향기처럼 모두 사라졌다. (182~18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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