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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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게 하는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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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 -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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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일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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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물 소리
황석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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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소설을 들었다. 마음이 편치 않으니 책이 손에 잘 잡히질 않았고 소설책은 더욱 그랬다. 그래서 이책을 다 읽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예전 같았으면 이야기의 힘에 이끌려 하룻밤 안에 다 끝내버렸을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긴 시간에 걸쳐 완독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소설이 가진 이야기로서의 재미와 그것을 펼쳐낸 이야기꾼 황석영 작가의 힘 때문일 게다. 큰 감동과 울림을 주었던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통해 소설책이 역사책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았다면, 황석영 작가의 50주년을 기념하는 신작 《여울물소리》는 풍성한 역사적 서사로 그 믿음을 확인시켜준 책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더할 나위없이 즐거웠다.

여담이지만 몇년 전 우연한 기회에 황석영 작가님을 직접 뵐 기회가 있었는데, 역시나 '조선의 3대 구라'라 불리는 별명에 걸맞은 입담을 자랑하시는 아주 유쾌한 분이셨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소설 속에서 전기수 이신통이 맛깔스레 책을 읽어주는 것처럼 황석영 작가가 이 책을 읽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다. 어쩌면 이제껏 읽은 황석영 작가의 소설 중 《여울물소리》가 가장 술술~ 잘 읽히는 소설이었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소설 《여울물소리》는 구한말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천지도인인 이신통과 그를 향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평생 이신통의 행적을 좇으며 그를 기다리는 박연옥의 이야기를 큰 줄기로 하고 있다. 연옥의 회상으로 시작되는 소설은 시골양반과 기생 첩 사이에서 서녀로 태어난 자신의 처지와 평생 마음을 주는 정인 이신통과의 첫만남, 돈에 팔리듯 하는 결혼과 소박을 자처한 이혼 등 고단한 연옥의 삶을 풀어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연옥의 삶을 뒤흔드는 이신통의 재등장으로 앞으로 실타래처럼 얽힐 그들의 안타까운 운명과 당시를 살아가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씨실과 날실처럼 엮여간다.

갑오년 부패한 정권에 반기를 들었던 천지도인의 집회가 무력진압으로 실패한 후 이신통은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연옥의 곁을 떠나지만 소식이 없다. 기약없는 기다림에 지친 연옥은 직접 그의 행적을 찾아나서고, 그 과정에서 이신통의 가족을 비롯해 그가 인연을 맺었던 여러 사람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 파란만장한 신통의 삶의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간다. 그 편린들이 맞춰지면서 이신통이 왜 그런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는지, 당시의 시대가 얼마나 어지러웠으며 그런 시대에 대항했던 천지도(동학, 이후 천도교로 이어진 사상을 소설에서는 천지도로 표현한다)를 에 왜 민중들이 빠져들 수 밖에 없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완성된다.

서자의 얼자라는 신분적 한계에도 자신의 능력을 검증해 보고자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에 갔던 이신은 객주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진 서일수를 통해 돈으로 관직이 매매되는 부패한 현실을 목격하고는 출세의 마음을 접는다. 대신 이신통이라는 가명으로 한양에서 전기수(소설 읽어주는 사람)로 명성을 얻게 되고, 한편으로는 서일수를 도우면서 천지도인과 천지도의 사상을 접하게 된다. 그 와중에 그들과 친하게 지내던 별장 김만복이 갑오년에 일었던 임오군란 관련자로 죽임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힘없는 조선은 점점 외세에 의해 망국의 길에 가까워진다.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던 신통은 한양 시내에서 전기수로 이름을 날리다 놀이패에 스카웃되어 광대물주, 연희 대본가 등으로 곳곳을 돌며 그의 재주를 꽃피운다. 하지만 잘못된 세상에 대한 그의 사회인식은 그를 세상에 안주하지 못하게 했고, '사람이 하늘'이라는 천지도 사상은 이신통의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신통의 천지도 입문과 함께 이야기는 자연스레 천지도란 무엇인지, 왜 천지도인들이 썩어가는 나라에 대항해 난을 일으켜야 했는지로 흘러간다.


황석영 소설 《여울물소리》는 떠난 정인을 좇는 여인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를 큰 테두리로 하고 있지만, 그들이 풀어내는 삶의 이야기에는 구한말 당시의 어지러운 현실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분과 관직을 돈으로 사고팔 만큼 부패한 정권, 신식군대와의 차별에 불만을 품은 군인들이 일으킨 임오군란, 잠깐이지만 그 사이 정권을 탈환한 흥선대원군, 임오군란을 빌미로 조선에 군대를 들여 남의 땅에서 세력다툼을 벌이는 청과 일본, '사람이 하늘'임을 내세우며 일어났던 동학과 외세로부터 나라를 지키려는 동학농민운동 등의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실들이 자연스레 녹아들면서 소설은 한 개인을 통해 그 시대의 거대한 서사를 축약해낸다.

황석영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여울물소리》는 그의 등단 50주년이란 타이틀에 걸맞는 멋진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일단 소설 자체가 몰입도가 높아 재미있었고, 몰랐던 옛 이야기들을 많이 알게 됐고, 무엇보다 그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렸다. 좋은 역사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역사책의 한두 줄의 기록 속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삶과 애환이 스며있다는 있었다는 사실에 거듭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이책 《여울물소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반 천지도 사상에 접어들면서 다소 쳐지는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방대한 역사적 사실 속에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맛깔나게 표현해내어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책 제목인 《여울물소리》에 대한 의문은 소설의 마지막 장에 이르러 비로소 풀린다. 그리고 기나긴 이야기에 걸맞는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에 늙은 뱃사공이 부르는 노랫말과 주변을 흐르고 또 흐르는 여울물 소리는 고단했던 격동의 구한말을 거쳐 온 우리네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모였다가 흩어지고 급히 떨어지는가 하면 평탄하고 험난하다가도 평온한 여울물길은 우리 인생과도 닮았다. 우리 삶도 여울물처럼 그렇게 계속 흐르고 또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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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 잡아먹는 영작문 - 영어원서 바꿔쓰기 훈련법
최용섭 지음 / 비욘드올(BEYOND ALL)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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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서 잡아먹는 영작문 | 최용섭 | 비욘드올 | 2011.08




학창시절부터 적잖은 시간을 함께 하고 있지만 늘 변치않는 부담이자 고민이며 작심삼일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영어다. 사정이 이런지라 늘 일정 주기마다 영어공부에 (새롭게) 도전하고 (다시) 포기하길 반복하곤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 우연히 만나 쏠쏠한 재미를 봤던 책이 《원서 잡아먹는 영단어》였다. 그리고 얼마 전 《원서 잡아먹는 영단어》에 이어 《원서 잡아먹는 영작문》이 나왔다. 이번에는 영작문이다. 영단어 책을 너무 잘 봤던 터라 《원서 잡아먹는 영작문》도 바로 만나보았다. 참고로 같은 시리즈지만 분야가 다른 책이라 저자 또한 영단어책과는 다른 분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영어를 봐왔지만 아직도 영작문은 어렵다. 아마 나만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읽기와 듣기가 비교적 수동적이라면 그에 비해 말하기와 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보다 능동적인 활용이기에 더 어렵고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영어 글쓰기 교육은 주로 시험을 위한 것이다보니 그저 감점 당하지 않을 정도의, 틀리지 않는 수준의 글쓰기를 지향한다. 유학을 목표로 하는 토플 준비생들조차 영작보다는 상대적으로 쉽게 점수를 낼 수 있는 독해나 듣기에 집중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세련된 영어 글쓰기는 고사하고 영작문은 어려운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는 일이 빈번하다.




사실 우리말로 글쓰기도 어려운데 외국어로 멋진 글을 쓴다는 건 당연히 힘든 일이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몇년 전에 한 인터넷 책카페에서 우리말로 책을 읽고 서평까지 쓰는 외국인을 알게 됐다. 종종 맞춤법이 틀리는 것 외에는 별로 흠잡을 데 없는 글이었기에 그가 우리나라에 온지 몇 년 안 된 외국인 노동자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었다. 조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어 강사를 하고 싶다는 남다른 꿈이 있긴 했지만, 그에겐 외국어인 우리말 책을 읽고 그 감상과 생각을 다시 우리말로 멋지게 쓰던 그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더불어 외국어로 글을 쓰더라도 유려하고 세련된 문장이 왜 중요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원서 잡아먹는 영작문》이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영어 작문이 '정확한 뜻을 전달하는 글쓰기'에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책의 저자는 기본적인 의사 표현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 나아가 '보다 스타일리시한 영어 글쓰기'가 필요함을 강조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영어로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저자는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정확하면서도 영어다운 영어 글쓰기 기술'을 익히고, 더불어 '세련된 글을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책 《원서 잡아먹는 영작문》은 그런 유려한 영어 글쓰기를 위한 저자의 구체적인 기술 및 훈련법을 담았다.




《원서 잡아먹는 영작문》은 크게 영작문 기술과 영작문 훈련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파트인 영작문 기술에서는 저자가 그동안 직접 원서를 읽고 영어로 글을 쓰고 다른 이의 글을 검토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세련된 영어 글쓰기에 필요한 핵심 내용을 정리해 놓았다. 간결하게, 정확하게, 설득력있게, 내용을 풍부하게, 그리고 세련되게 영어 글쓰기를 하기 위한 여러 노하우들이 담겨있는데, 평소 몰랐거나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세세하게 담겨있어 좋았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쉽게 풀어놓은 설명글로 되어 있어 부담없이 읽으면서도 알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영작문 훈련을 끝내고 영작문 기술을 다시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본격적인 영어 글쓰기를 위한 실질적인 훈련법을 소개한다. 비장의 무기는 바로 '베껴쓰기-바꿔쓰기-받아쓰기' 3종 세트! 이 3단계 영작문 훈련법이 이책의 핵심이다. 1단계 베껴쓰기는 영어 문장을 직접 쓰면서 한글과 영어의 품사, 문장구조, 표현의 특징 등의 차이를 스스로 체득할 수 있는 워밍업 단계다. 본격적인 영어 글쓰기 훈련으로 가장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 2단계 바꿔쓰기는 영어 문장을 먼저 한글로 번역하고 그것을 다시 영어로 바꾼 다음 원문과 서로 비교하면서 교정하는 방법이다. 국내외 통번역대학원에서 널리 활용되는 방법인 바꿔쓰기는 원어민 교정자가 없어도 스스로 정확한 문법과 영어다운 표현을 훈련하기에 더없이 좋은 학습법이란다.

마지막 3단계는 받아쓰기는 가장 집중이 필요한 훈련이다. 흔히 받아쓰기 하면 영어듣기 훈련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영어 받아쓰기를 하면 단어 하나하나를 집중하면서 듣기 때문에 영어 문장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높아져 영어듣기는 물론 영어 글쓰기 훈련에도 큰 도움이 된단다. 저자는 1,2단계인 베껴쓰기와 바꿔쓰기를 통해 이미 충분히 본문을 익힌 상태이기에 3단계 받아쓰기에서는 앞서 공부한 것을 정리하고 복습하는 용도로 활용하길 권한다. 《원서 잡아먹는 영작문》 두 번째 파트에서는 '베껴쓰기-바꿔쓰기-받아쓰기'의 방식으로 구성된 20일 간의 영어 글쓰기 훈련 코스가 짜여져 있다. 20종의 영어 지문은 명언이나 속담 같은 간단한 문장에서 시작해 고전문학이나 베스트셀러 도서, 스티브 잡스 연설문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다.




영어 공부를 강조하는 시대지만 영어 글쓰기 교육에는 소홀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영어 점수는 높지만 정작 영어로 조리있는 글을 쓰지 못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글로벌 시대에 영어 글쓰기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지만, 괜찮은 영작문 교재를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책 《원서 잡아먹는 영작문》의 등장은 더욱 반갑다. 

기존의 적당한 수준의 글쓰기에 머물지 않고 영어로 정확한 문장 구사는 물론 세련된 글쓰기를 목표로 하는 이책은 무엇보다 원어민 교정자가 없어도,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스스로 영어 글쓰기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베껴쓰기-바꿔쓰기-받아쓰기’ 3단계 훈련법을 통해 영어 글쓰기에 꼭 필요한 핵심 내용을 익힐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동안 수준있는 영작문 교재에 목말랐던 독자들에게 추천하고픈 영작문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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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이네 동네 시장 이야기 한이네 동네 이야기
강전희 글.그림 / 진선아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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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에 바바라 매클린톡의 《아델과 사이먼》이라는 책이 있다. 누나 아델이 온갖 물건을 다 잃어버리는 동생 사이먼과 함께 학교를 마치고 파리의 이곳저곳을 지나 집으로 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매 장소에서 사이먼이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는 숨은그림찾기의 재미는 물론이고 두 아이의 여정을 따라 등장하는 파리의 명소를 만나는 즐거움이 쏠쏠한 그림책이다. 그 책을 보면서 시끌벅적하면서도 친근한 정이 오가는 우리네 시장을 보여주는 그림책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책 《한이네 동네 시장 이야기》가 바로 그런 책이었다.



이책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한이의 시장 구경으로 요약될 수 있지만, 우리는 '시장'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범위만으로도 주인공 한이가 얼마나 신나는 시간을 보냈을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꼬리를 흔들며 따라오려는 똘이를 뒤로 하고 한이는 엄마와 동네 재래시장으로 향한다. 길거리 가득 늘어선 온갖 다양한 물건들과 골목마다 북적이는 사람들이 뒤섞이면서 시장은 시끌벅적하다.


한이는 엄마 손을 꼭 잡은 채 장을 보는 엄마를 따라 콩 할머니네 가게에도 들르고, 어묵 가게에서 엄마를 졸라 어묵도 하나 먹고(엄마 따라나선 시장 구경의 묘미는 역시 주전부리!), 방앗간에서 변신 로봇을 닮은 온갖 신기한 기계들에 눈이 휘둥그레해지고, 물고기들을 보느라 횟집 앞 수족관에 얼굴을 묻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게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엄마가 사주신 금붕어 한 마리를 담은 봉지를 들은 터라 신이 났다. 그런 한이를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갔던 시장의 풍경과 들떴던 그때의 기분이 기억나 슬며시 입가에 웃음이 걸린다.


《한이네 동네 시장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와 재래시장의 풍경을 세심하게 담아냈다. 집을 나선 한이가 엄마의 동선을 따라 동네의 일상적인 풍경과 여러 물건과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만들어내는 시장의 익숙한 모습을 정감가는 그림체로 친근하게 표현했다. 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공간들을 모두 잡아내려다보니 구성이 조금 산만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반면 그 덕분에 시끌시끌하고 정신없는 재래시장 특유의 분위기가 더 잘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시장 속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디테일하게 잡아낸 것이 인상적이다.



그림책 《한이네 동네 시장 이야기》는 현장감 넘치는 시장의 재미난 모습들과 함께 시장에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지식들도 담겨있다. 엄마와 한이가 들렀던 콩할머니네, 참가름집, 생선가게, 애완가게 등을 통해 그곳에서 파는 물건들의 종류 및 생김새와 생김새, 사용되는 도구들, 판매방식과 단위 등이 어떤지 자세하게 그림과 글로 설명해준다. 더불어 시장 곳곳에 전시된 여러 물건들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게 생생하게 묘사된 재래시장의 공기와 풍경 덕분에 시장에 가보지 못한 어린이 독자들도 시장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느끼게 해준다.


시대가 바뀌고 생활패턴이 달라지면서 어느새 장을 보러 재래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찾는 게 더 익숙해진 요즘이다. 엄마 꽁무니를 따라 시장 골목골목을 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를 느끼기가 힘들어진 요즘 아이들에게 《한이네 동네 시장 이야기》는 생기 넘치는 시장의 모습들을 통해 시끌벅적 활기찬 재래시장이 가진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심 좋은 시장 사람들을 이야기를 더해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훈훈한 우리네 시장의 모습을 완성했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따뜻하게 담아낸 그림책을 만나니 참 반갑고 뿌듯하다. 조만간 사람들로 북적이는 재래시장 나들이를 해볼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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