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네 동네 시장 이야기 한이네 동네 이야기
강전희 글.그림 / 진선아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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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중에 바바라 매클린톡의 《아델과 사이먼》이라는 책이 있다. 누나 아델이 온갖 물건을 다 잃어버리는 동생 사이먼과 함께 학교를 마치고 파리의 이곳저곳을 지나 집으로 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는데, 매 장소에서 사이먼이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는 숨은그림찾기의 재미는 물론이고 두 아이의 여정을 따라 등장하는 파리의 명소를 만나는 즐거움이 쏠쏠한 그림책이다. 그 책을 보면서 시끌벅적하면서도 친근한 정이 오가는 우리네 시장을 보여주는 그림책이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책 《한이네 동네 시장 이야기》가 바로 그런 책이었다.



이책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한이의 시장 구경으로 요약될 수 있지만, 우리는 '시장'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범위만으로도 주인공 한이가 얼마나 신나는 시간을 보냈을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꼬리를 흔들며 따라오려는 똘이를 뒤로 하고 한이는 엄마와 동네 재래시장으로 향한다. 길거리 가득 늘어선 온갖 다양한 물건들과 골목마다 북적이는 사람들이 뒤섞이면서 시장은 시끌벅적하다.


한이는 엄마 손을 꼭 잡은 채 장을 보는 엄마를 따라 콩 할머니네 가게에도 들르고, 어묵 가게에서 엄마를 졸라 어묵도 하나 먹고(엄마 따라나선 시장 구경의 묘미는 역시 주전부리!), 방앗간에서 변신 로봇을 닮은 온갖 신기한 기계들에 눈이 휘둥그레해지고, 물고기들을 보느라 횟집 앞 수족관에 얼굴을 묻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게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엄마가 사주신 금붕어 한 마리를 담은 봉지를 들은 터라 신이 났다. 그런 한이를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엄마를 따라갔던 시장의 풍경과 들떴던 그때의 기분이 기억나 슬며시 입가에 웃음이 걸린다.


《한이네 동네 시장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와 재래시장의 풍경을 세심하게 담아냈다. 집을 나선 한이가 엄마의 동선을 따라 동네의 일상적인 풍경과 여러 물건과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만들어내는 시장의 익숙한 모습을 정감가는 그림체로 친근하게 표현했다. 시장에 존재하는 여러 공간들을 모두 잡아내려다보니 구성이 조금 산만하다는 느낌도 있지만, 반면 그 덕분에 시끌시끌하고 정신없는 재래시장 특유의 분위기가 더 잘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시장 속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디테일하게 잡아낸 것이 인상적이다.



그림책 《한이네 동네 시장 이야기》는 현장감 넘치는 시장의 재미난 모습들과 함께 시장에서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지식들도 담겨있다. 엄마와 한이가 들렀던 콩할머니네, 참가름집, 생선가게, 애완가게 등을 통해 그곳에서 파는 물건들의 종류 및 생김새와 생김새, 사용되는 도구들, 판매방식과 단위 등이 어떤지 자세하게 그림과 글로 설명해준다. 더불어 시장 곳곳에 전시된 여러 물건들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게 생생하게 묘사된 재래시장의 공기와 풍경 덕분에 시장에 가보지 못한 어린이 독자들도 시장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느끼게 해준다.


시대가 바뀌고 생활패턴이 달라지면서 어느새 장을 보러 재래시장보다 대형마트를 찾는 게 더 익숙해진 요즘이다. 엄마 꽁무니를 따라 시장 골목골목을 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를 느끼기가 힘들어진 요즘 아이들에게 《한이네 동네 시장 이야기》는 생기 넘치는 시장의 모습들을 통해 시끌벅적 활기찬 재래시장이 가진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심 좋은 시장 사람들을 이야기를 더해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훈훈한 우리네 시장의 모습을 완성했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을 따뜻하게 담아낸 그림책을 만나니 참 반갑고 뿌듯하다. 조만간 사람들로 북적이는 재래시장 나들이를 해볼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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