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보물창고 - GUGI와 MAYU가 찾아낸 도쿄 뒷골목 탐험 보물창고 시리즈 5
노승국.요시이 마유코 지음 / 브이북(바이널)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도쿄에 관한 색다른 여행서를 만났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 남자 GUCI와 일본 여자 MAYU가 도쿄의 일상속으로 들어가 그 속의 특별함을 담아낸 여행서, <도쿄의 보물창고>가 바로 그것. 기존의 여행서가 주로 그 나라의 명승고적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이 책은 여행자가 아니라 마치 도쿄시민이 된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도쿄와 그 주변의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멋진 장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덕에 도쿄에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찾아낼 수 없는 보물 장소에서 도쿄가 품어내는 문화에 젖어들거나 그들과 함께 나른한 일상을 느껴보는 재미를 맛 볼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서울 100배 즐기기>랑 비슷한 분위기라고나 할까. 

출장으로 시작한 일본생활이 어느새 4년차에 접어드는 한국 남자 GUCI. 일본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좋은 곳이나 기억해 두고 싶은 곳을 만날 때마다 사진으로 하나둘 기록해 두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는 그는 한두번 스쳐지나가는 여행자들이 알기 힘든 진짜 도쿄의 매력이 가득한 장소들을 소개하기로 결심했고, 미국 여행에서 일본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인연으로 친구가 된 일본 여자 MAYU와 의기투합하여 드디어 <도쿄의 보물창고>를 완성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에 담겨있는 일본 문화는 전통적인 향기보단 현대적인 세련됨으로 가득차 있다. 



책을 펼치면 우선 GUCI의 일기가 독자를 반긴다(MAYO의 일기는 책의 맨 마지막에 실려있다). 그가 보여주고 싶은 사진과 짧은 글로 구성된 일기를 지나면(그의 일기중 히로시의 고양이 라거 사진은 정말! 너무 귀여웠다! ^^), 보통의 책들처럼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지 않고 테마별로 분류된 상큼한 목차가 펼쳐진다. 책의 진행순서를 알기보단 이 책이 어떤 보물들을 담고 있는지 미리 맛보는 차림표라 하겠다. 그리고 드디어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프롤로그에 이어진다.

<도쿄의 보물창고>는 긴자, 오다이바, 하라주쿠, 시부야 등의 총 13개의 보물 장소를 소개하고 있는데, 긴자나 시부야처럼 많이 들어 본 곳과 다이칸야마, 아사쿠사 등 처음 들어보는 곳이 적절히 섞여있다(물론, 내가 도쿄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9개의 마당에 펼쳐지는 13 곳의 풍경을 만날 거란 생각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음 장을 넘겨본다.

가장 먼저 소개할 곳에 대한 전반적이인 소개글와 곧이어 보여질 가게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약도-일명 '보물지도'다. 약도에 표시된 곳들을 훑으며 대충 어떤 곳들이 소개될 지 감을 잡으면 다음 장부터 본격적인 소개가 이어진다. 하나의 상점이 보통 한 장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가게의 특징들을 잡아낸 다양한 사진들과 자리잡은 위치, 분위기, 특이점 등의 정보성 글들과 저자 자신의 느낌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대게 한 곳당 대여섯 개의 주력 장소들의 소개가 끝나면 뒤이어 두 장에 걸쳐 그외 가볼만한 곳들의 간략한 소개가 이어진다. 여기 소개된 곳들만 다니려고 해도 하루는 족히 걸릴 듯 하다.

또한 이 책의 보너스 페이지인 듯 하지만 주력 정보 못지 않게 만만찮은 매력을 지닌 18개의 REPORT가 한 장소 소개글 제일 마지막에 첨부되어 있다. 한두장 내외의 이 짧은 리포트는 그 주제에 제한이 없어 도쿄에 있는 그들의 개인적인 인맥부터 여러가지 축제, 일상, 잡담, 사소하지만 눈에 띄는 풍경과 소품 등 잡다하지만 궁금했고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그래서 어떨 땐 덤이 더 재미있을 때도 있다. ^^;



<도쿄의 보물창고>에는 GUCI와 MAYO가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로 찾아낸 음식점, 쇼핑몰, 엔틱 가구점, 디자이너샵, 제과점, 카페, 인형가게, 일본식 생활용품점, 감각적인 디스플레이를 갖춘 구제 가게, 고미술 상점, 공원, 자동차 용품점 등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색깔이 다양한 장소들이 언급되어 있다. 여러 좋은 곳들이 많았지만 특히 온천이 발달된 일본의 특색을 살린 족욕탕 '에코 파오'와 <은하철도 999>의 작가 마츠모토 레지가 디자인했다는 최신형 수상버스 '히미코'에 대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다음에 일본을 가게되면 꼭! 가보리라 마음먹어 본다. ^ ^

외국인이자 디자이너인 GUCI는 주로 디자인에 중점을 둔 가게들과 일본문화가 살며시 배어있는 장소들에 애착을 갖는 반면,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현지인 MAYO는 보통의 도쿄 여성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일상의 장소들에 애정을 보인다. 이러한 그들의 다양한 시선이 어우러져 찾아낸 도쿄의 구석구석의 보물들은 도쿄를 거쳐가는 여행자는 물론 도쿄에 거주하는 사람들까지 반가워할 만큼 자신만의 개성을 뽐낸다.


그러나 이 책은 일본여행이 처음이거나 여행중 일본만의 특색을 한껏 느껴보고 싶은 여행자에겐 그리 적합하지 않다. 물론 중간중간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는 유명한 장소나 음식점에 대한 정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일본 특유의 뚜렷한 색깔을 맛보려면 이 책보다 명승관광지를 소개하는 책들이 더 유용할 듯 하다. 그럼 이 책은 누가 봐야 하나.

어떤 나라든 첫 여행엔 주로 그나라의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다니지만 같은 곳을 여러번 방문하다보면 그것도 싫증이 나게 된다. 또한 옛 유적지보다 현지인들의 일상적 장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이런 분들을 위한 책이 <도쿄의 보물창고>다. 이 책은 앞서 말했 듯이 도쿄의 일상 속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소를 소개한 여행책이다. 그래서 일본의 색깔에 현대 대도시의 색채가 어우려져 만들어내는 보편적인 느낌과 도쿄만의 독특한 느낌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낯선 장소인 도쿄에서 느끼는 묘한 동질감 또한 이 책을 보는 또다른 재미일 것이다. 


도쿄에 살진 않지만 진짜 도쿄의 모습을 보고 즐기고 싶어하는 여행자와 독자들을 위한 안내서 <도쿄의 보물창고>.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이제 당신도 도쿄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








+ 보탬, 하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장소 소개에 있어 집필자가 제대로 표기하지 않아 혼동을 준다는 것!
공동 집필자인 그들의 글이 교대로 소개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전까진 GUCI의 글 바로 다음에 소개된 MAYO의 글을 보며 한참을 헷갈려해야 했다. 일부러 찾는 재미를 주기 위해 표기를 안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배려가 큰 감동을 주는 법. 편집부에서 이 부분은 수정을 고려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보탬, 둘..

도쿄의 일상을 담고 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상점 위주의 소개가 좀 아쉽다. 특색있는 상가도 좋지만 그들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야외 공간에 대한 설명이 좀 더 풍부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도쿄라는 대도시에서 그런 공간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겠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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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꾸와 오라이 - 황대권의 우리말 속 일본말 여행
황대권 글.그림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가족과 외식을 하고 왔다는 내 자랑글에 '뽐뿌질이 장난 아닌데'라는 덧글이 달린다. 열공을 부르짖는 수험생 사이트에서 '우리 이번엔 열심히 해서 쇼부를 치자'라는 말이 눈에 띄고, 인터넷 쇼핑몰엔 온통 '간지나는~'이란 말이 넘쳐난다. 이건 대체 무엇을 뜻하는 단어인고? 대략 일본말인 것 같긴 한데 그 뜻은 모르겠다. 여기저기 물었더니 정말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하면서 오히려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정녕 나만 모르는 건가;; ㅡ.ㅡ;;)

그러고 보니 한 십년 전쯤 <이웃집 토토로>라는 재패니메이션을 자막화면으로 보던 중 토토로를 처음 만난 동생 메이가 언니에게 그 상황을 이야기하는 말에서 '이빠이'라는 단어를 듣고는 화들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일어라곤 모르는 내가 유독 그 단어를 생생하게 들었으니 어찌 놀라지 않았겠는가. 그당시만 해도 너무나 익숙한 말이었고, 무엇보다 '이빠이'를 우리말 사투리 정도로만 알고 있었기에 더 충격적이었다. 초딩시절 우리 만화인 줄 알았던 '캔디캔디', '은하철도 999' 가 일본 만화였고 운동회 때마다 응원가로 불렀던 만화 주제가들까지 일본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을 알았을 때와 충격의 강도가 비슷했다고나 할까.

이렇게 우리 생활 곳곳에 알게 모르게 자리잡고 있는 우리말 속 일본말들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낸 이 책의 저자는 <야생초 편지>로도 유명한 황대권 님이다. 수감생활 중 읽던 일본어 책에서 낯익은 단어를 발견한 걸 계기로 우리말 속 일본말을 확인하는 작업을 시작한 그는 오랜 시간을 동안 일한사전을 통째로 읽으며 우리말 곳곳에 박힌 일본말들을 찾아내어 정리했고, 그것들은 저자 자신의 생생한 추억들과 버무려져 지인에게 보내는 편지로 전해졌다. 그리고 그 편지글이 다시 묶여 정리한 것이 바로 이 책 <빠꾸와 오라이>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자신의 생활과 기억을 토대로 그속에 남아있는 이백여 개의 일본말이 담겨있다. 그 말들중에는 그간 시간이 지나면서 세력을 잃고 사라진 말들도 있고 더욱 자신의 기반을 굳건히 다져가며 이 땅에 버티고 있는 말들도 있다. 책속 단어들 중엔 낯설고 생소한 말들도 적지 않았는데 그건 육칠십 년대엔 일상적으로 사용되던 그 말들이 지금은 더이상 쓰이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해서 한편으론 반가웠다. 반면 여전히 익숙한 말들이나 그동안 우리말인 줄 알고 사용했던 말들을 발견할 때면 기분이 씁쓸해진다. 

책 제목에 쓰인 빠꾸, 오라이와 함께 기스, 다라이, 땡깡, 쿠사리, 겐또, 입빠이(이빠이), 삐까삐까, 몸뻬 등은 일본어라는 것이 널리 알려졌으나 여전히 많이 쓰이는 말들이다. 쪼시, 쓰레빠, 만땅, 엥꼬(엔꼬), 다스, 무데뽀, 곤조, 단도리, 유도리 등은 일본말의 냄새는 나지만 출신성분이 모호했던 말들이고, 세라복, 곤색, 소라색, 메리야스, 와이셔츠 등은 그간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으나 일본말로 밝혀진 것들이다. 이 책에는 이런 일본말들이 비교적 다양하고 폭넓게 실려있는데 그 중 일상생활 속의 일본말을 밝힌 3장이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다.

그 외 전문 분야(건축, 제봉 등)와 특정 집단(군대, 감옥,조폭 등)에서는 일본말이 마치 전문용어처럼 쓰여지고 있는데 이를 대체할 우리말의 보급과 순화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저런 집단들은 그 성격이 대게 폐쇄적이거나 서열이 중시되는 터라 그 뜻을 쉽사리 짐작 못하는 일본말의 남용을 막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저자는 감옥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일본말들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일제가 남기고 간 잔재의 영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아직까지 쓰이는 일본말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놀라게 된다. 일제강점기라는 우리네의 아픈 역사로 인해 강제로 유입되어 사용을 강요당했던 일본말들로 인해 아름다운 우리말이 병들거나 사라졌고 아직도 그 잔재로 인해 너무나 힘들어 하고 있다. 그나마 그간 펼쳐졌던 국어 순화 운동에 힘입어 일본말이 난무하던 육칠십 년대보다는 많이 줄어들어 다행이다. 

그러나 미국이 과거 일본 못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들의 문화가 적극적으로 유입되면서 무분별한 영어 남용과 영어 우월주의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가까운 예로 패션잡지만 펼쳐봐도 조사 빼곤 모조리 영어단어로 뒤덮여 있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 전문적인 표현인 것양 여기고 있다. 세계화를 떠들며 기업들은 하나둘 회사이름을 영어로 바꾸고 있고 브랜드명이나 심지어 가게간판까지 모두 영어로 바뀌는 추세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말들이나 신문 기사 또한 예외가 아니다. 영어나 일어를 사용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날 어르신의 말 속에 일본말이 뒤섞여 있는 것과 지금 우리의 말에 영어가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뭐가 다를까. 좀 더 깊이 생각하고 반성해야 할 일이다.



<빠꾸와 오라이>는 육칠십 년대에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였던 일본말들의 발견과 그에 대한 설명을 저자의 어린날 추억들 속에 적절히 버무려 냄으로써 앎의 기쁨과 읽는 재미를 동시에 준다. 또한 편지글의 형식을 띠고 있어 마치 동생에게 들려주는 듯한 저자의 말투에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더불어 책의 마지막엔 궁금할 때마다 바로 찾아볼 수도 있게 색인을 두는 친절함까지 갖추고 있으니 가까이 두고 자주 펼쳐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누누이 말하지만 우리말을 사랑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들이다. 지구촌이란 말처럼 각국의 문화가 빠르게 교류되고 그에 따라 나날이 변화하는 언어를 인위적으로 바꾸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무엇이 잘못되었는 지를 알고 그 잘못을 고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들이 결코 헛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여기저기 상처입은 우리말을 보듬고 어루만져 새로이 꽃 피우려는 노력을 시작하기엔 지금도 결코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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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블랙독 -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하는 편안한 그림책
매튜 존스톤 지음, 표진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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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05년 2월, 배우 이은주의 자살소식에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었다. 높은 시청률로 갈채를 받으며 끝낸 드라마 덕분에 한창 여러 광고에 얼굴을 내밀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그녀였기에 뜻밖에 전해진 자살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재능과 미모, 눈부신 젊음과 대중적 인기를 모두 갖춘,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그녀가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이 25살의 꽃다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걸까.

무수한 추측 속에 그녀의 죽음의 원인이 그간 앓아왔던 '우울증'으로 결론지어졌고, 세간의 관심은 우울증에 모아졌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례와 그 심각성과 폐해 등이 각종 매스컴에 연일 집중보도되면서 우울증은 우리 시대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고, 그와 함께 그동안 의지박약이나 일시적인 감정저하 등으로 치부했던 우울증을 하나의 '병'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몸의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듯이 마음의 병인 우울증 또한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죽음까지 치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초기의 가벼운 우을증 증상은 약간의 약물치료로도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고 한다. 


매튜 존스톤의 <굿바이 블랙독>은 이러한 우울증에 대한 책이다. 책 속에서 '블랙독'으로 명명되는 이 반갑지 않은 우울증을 앓던 저자는 우연히 2001년 911 테러의 비극을 눈 앞에서 목격한 이후 인생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그로인해 지긋지긋했지만 벗어날 수 없었던 우울증을 비로소 이겨낼 수 있었단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책이 바로 <굿바이 블랙독>이다.

저자가 자리에 앉은지 4시간 만에 완성했다는 이 그림책은 대략 10분이면 다 읽을 정도의 얇은 책이다. 그러나 이 짧은 그림책은 그 어떤 두꺼운 전문서적보다 쉽고 간결하게 우울증에 대해 들려준다. 작가는 삽화를 통해 우리를 괴롭히는 '우울증'을 항상 우리 곁에 맴도는 검은개 '블랙독'으로 형상화하여 우울증의 증상과 심리상태를 정확하고 절묘하게 묘사해내고, 그림에 곁들여진 간결한 글은 삽화의 설득력을 더욱 강화시킨다. 우리를 짓누르는 블랙독, 그러나 해결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저자는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블랙독을 효과적으로 길들이는 방법 또한 제시하고 있다.

증상의 차이가 있을 뿐 현대인의 대부분이 앓고 있다는 우울증. 책을 읽다보면 지금의 나와 무척 비슷한 행태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혹시 나도 우울증? 조금 걱정이 되던 찰나 나와 같은 독자들을 위해 책의 말미에 실려있는 '우울증 자가 테스트'를 발견했다. 재미삼아 해봤는데 의외로 약간의 불씨를 지니고 있는 걸로 나와 살짝 당황스러웠다. 너무나 멀쩡한 인간이라 자부하는 나의 속마음이 이러했다니. 그리고 그걸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니. 그 순간 누구나 블랙독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 내가 가진 문제로부터 도피하기보다는 문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피하기 보다는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 해결책을 모색하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울증 또한 그러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이라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익고, 다행히 아직 우울증과 대면하지 않은 나와 같은 대다수의 분들은 우울증의 위험을 깨닫고 그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짧지만 긴 얘기 <굿바이 블랙독>.
오늘, 내 자신을 힘들게 하는 블랙독을 옆에 두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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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함께 가는 부자청년 - 21세기 크리스천 자기계발시리즈 1
조성의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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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크리스천 자기계발 시리즈'의 첫 번째인 <예수와 함께 가는 부자청년>은 예수님께 영생의 방법을 묻던 부자청년에게 가진 것을 모두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주라고 하자 근심하며 돌아가더라는 마가복음 10장의 말씀을 토대로 신앙과 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최근 불경기가 길어지면서 삶이 팍팍해지자 최고의 트렌드로 떠오른 것이 바로 '재테크', 곧 '부자'다. 그래서 재테크가 현대인의 필수지침으로 떠오르고 서점에도 그와 관련된 책들이 봇물을 이룬다. 땅값이 이러하고 주식이 저러하니 어디에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한다, 당신의 노후를 위해 지금부터 재테크에 돌입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차고 넘친다. 부자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물질적인 풍요와 내일에 대한 불안을 덜 수 있기에 누구나 부자를 선망하는 것일 게다. 그런데 부자가 된다는 것은 곧 행복한 사람이 된다는 걸 뜻하는 걸까.

얼마전 가수 김장훈 씨가 그간 기부한 돈이 30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큰 화제로 떠올랐다. 성공한 연예인들 하면 으레히 생각나는 화려하고 사치스런 생활과는 달리 자신은 보증금 5천만원짜리 집에 월세를 살며 자신의 수익 대부분을 각종 단체와 시설에 기부한다는 그의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팬들의 사랑으로 기부할 수 있었기에 결국 팬이 기부한 것이다. 난 그저 기부할 수 있도록 도운 휴먼뱅킹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자신의 기부철학을 말하는 김장훈 씨의 모습은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답다.

이런 '기부인생'을 살고 있는 김장훈 씨의 예는 모두를 훈훈하게 하지만 모두가 그와 같은 삶을 살긴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간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면 없어져 버린다는 세상의 경제법에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다. 조성의 목사는 이런 생각을 '결핍의 사고'라고 정의한다. 가져도 가져도 부족한 것 같은, 가질 수록 더 가지고 싶고 더 움켜쥐고 싶은 마음, 그것들을 다른 사람을 위해 나누면 금새 사라져 동이 나 버릴 것 같은 우리의 욕심이 바로 결핍 사고다. 지금 당신 역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진 않은가.

기사를 통해 가수 김장훈 씨의 이야기를 읽으며 새삼 이 책에서 조성의 목사가 강조하는 '하나님의 경제법'을 그가 그대로 실천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가진 것을 움켜쥐지 않고 가지지 못한 사람들과 나누면 하나님은 더 큰 복을 주신다는, 쓰면 쓸수록 더욱 풍요롭게 해주시는 하나님의 경제법을 그는 몸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감동적으로 읽었던 베스트셀러 <긍정의 힘-믿는대로 된다>으로 유명한 조엘 오스틴 목사 또한 그의 저서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록 많이 베풀고 나누었더니 결국 더욱 풍성하게 돌아오더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 또한 하나님의 경제법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예수님께 영생의 방법을 물었으나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결국 근심어린 얼굴로 돌아갔던 성서 속의 부자 청년. 세상의 경제법에 익숙해져 있는 자신의 것을 내려놓지 못하는 지금의 우리들이 바로 그 부자청년이 아닐까. 삶이 힘들어 세상이 각박해질수록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쓰기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기부가 자신의 재테크라며 지금 자신이 무척 행복하다는 김장훈 씨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부자란 바로 이런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신의 것을 포기하고 하나님께 드리며 그의 보상을 기대하면 풍성한 하나님의 분깃을 누릴 수 있다는 조성의 목사의 말씀처럼 세상의 크리스천들이 결핍의 사고로 뭉친 세상의 경제법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경제법으로 진정한 부자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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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나
이상일 지음 / 스타북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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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모 닝 , 린 나 ~ !

<린나>는 상쾌한 바람내음을 타는 듯 경쾌한 인사 '굿모닝, 린나!'로 시작한다. 그 기분좋음이 책을 펼친 내게도 전해오는 것 같다. 그런데 린나가 누구냐고?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저 모델을 본다면 더이상 대답이 필요치 않으리라. 그렇다. 린나는 이 책의 저자 이상일 신부님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개의 이름이다. 올드 잉글리시 시프도그(old English sheepdog)의 혈통이라는데 개의 종류라곤 진돗개, 삽살개, 치와와 정도 밖에 모르는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이름이다.(그 외에도 이름은 모르지만 약간의 구별은 가능하다; ^ ^;) 뼈대있는 집안의 자손이라고 하는데 무식한 내가 보기엔 덩치가 크고 털이 눈을 가리는 모양새가 우리 전통의 개인 삽살개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니까 태클 금지! ^ ^;)

개의 이름이자 책 제목으로도 쓰인 린나. 이름이 참 예쁘다. 무슨 뜻일까?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바로 그 이름의 뜻을 알려준다. '린나(Rinna)'는 '기쁨의 탄성', '환성' 등을 뜻하는 히브리어란다. 그래서 아침마다 린나를 향해 '굿모닝, 린나!'라고 하는 인사함으로써 매일마다 기뻐하며 아침을 맞을 수 있다는 신부님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강아지를 좋아하진 않지만 나도 이상일 신부님처럼 매일 아침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이 책은 일상 / 거짓과 진실 / 겨루기 / 사랑과 미움 / 더불어 하나 / 아픔과 죽음 / 영원한 것.이라는 7개의 큰 주제 밑에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먼저 린나와 그의 남매들(멜레크, 바름, 사랑)의 에피소드들을 먼저 들려주고 그들의 일상과 삶에서 우리네의 삶을 유추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소소한 일상의 일화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점점 그 범위를 넓혀 가족, 사회, 그리고 인생 전반으로 확대된다. 특별한 연관이 없을 것 같던 두 가지 이야기가 함께 엮어나가는 글을 읽다보면 무심히 흘려버릴 수도 있는 평범한 일상을 놓치지 않고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활용하는 그의 통찰력에 반하게 된다. 그러나 때때로 조금은 억지스런 설정들이 그 맛을 떨어뜨리는 건 안타깝다.

<린나>는 린나를 통해 우리네의 삶을 다시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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