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보물창고 - GUGI와 MAYU가 찾아낸 도쿄 뒷골목 탐험 보물창고 시리즈 5
노승국.요시이 마유코 지음 / 브이북(바이널)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도쿄에 관한 색다른 여행서를 만났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 남자 GUCI와 일본 여자 MAYU가 도쿄의 일상속으로 들어가 그 속의 특별함을 담아낸 여행서, <도쿄의 보물창고>가 바로 그것. 기존의 여행서가 주로 그 나라의 명승고적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이 책은 여행자가 아니라 마치 도쿄시민이 된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도쿄와 그 주변의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멋진 장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덕에 도쿄에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면 절대 찾아낼 수 없는 보물 장소에서 도쿄가 품어내는 문화에 젖어들거나 그들과 함께 나른한 일상을 느껴보는 재미를 맛 볼 수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서울 100배 즐기기>랑 비슷한 분위기라고나 할까. 

출장으로 시작한 일본생활이 어느새 4년차에 접어드는 한국 남자 GUCI. 일본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좋은 곳이나 기억해 두고 싶은 곳을 만날 때마다 사진으로 하나둘 기록해 두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는 그는 한두번 스쳐지나가는 여행자들이 알기 힘든 진짜 도쿄의 매력이 가득한 장소들을 소개하기로 결심했고, 미국 여행에서 일본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인연으로 친구가 된 일본 여자 MAYU와 의기투합하여 드디어 <도쿄의 보물창고>를 완성했다. 그런 까닭에 이 책에 담겨있는 일본 문화는 전통적인 향기보단 현대적인 세련됨으로 가득차 있다. 



책을 펼치면 우선 GUCI의 일기가 독자를 반긴다(MAYO의 일기는 책의 맨 마지막에 실려있다). 그가 보여주고 싶은 사진과 짧은 글로 구성된 일기를 지나면(그의 일기중 히로시의 고양이 라거 사진은 정말! 너무 귀여웠다! ^^), 보통의 책들처럼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지 않고 테마별로 분류된 상큼한 목차가 펼쳐진다. 책의 진행순서를 알기보단 이 책이 어떤 보물들을 담고 있는지 미리 맛보는 차림표라 하겠다. 그리고 드디어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프롤로그에 이어진다.

<도쿄의 보물창고>는 긴자, 오다이바, 하라주쿠, 시부야 등의 총 13개의 보물 장소를 소개하고 있는데, 긴자나 시부야처럼 많이 들어 본 곳과 다이칸야마, 아사쿠사 등 처음 들어보는 곳이 적절히 섞여있다(물론, 내가 도쿄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9개의 마당에 펼쳐지는 13 곳의 풍경을 만날 거란 생각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음 장을 넘겨본다.

가장 먼저 소개할 곳에 대한 전반적이인 소개글와 곧이어 보여질 가게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는 약도-일명 '보물지도'다. 약도에 표시된 곳들을 훑으며 대충 어떤 곳들이 소개될 지 감을 잡으면 다음 장부터 본격적인 소개가 이어진다. 하나의 상점이 보통 한 장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가게의 특징들을 잡아낸 다양한 사진들과 자리잡은 위치, 분위기, 특이점 등의 정보성 글들과 저자 자신의 느낌이 함께 자리잡고 있다. 대게 한 곳당 대여섯 개의 주력 장소들의 소개가 끝나면 뒤이어 두 장에 걸쳐 그외 가볼만한 곳들의 간략한 소개가 이어진다. 여기 소개된 곳들만 다니려고 해도 하루는 족히 걸릴 듯 하다.

또한 이 책의 보너스 페이지인 듯 하지만 주력 정보 못지 않게 만만찮은 매력을 지닌 18개의 REPORT가 한 장소 소개글 제일 마지막에 첨부되어 있다. 한두장 내외의 이 짧은 리포트는 그 주제에 제한이 없어 도쿄에 있는 그들의 개인적인 인맥부터 여러가지 축제, 일상, 잡담, 사소하지만 눈에 띄는 풍경과 소품 등 잡다하지만 궁금했고 사소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그래서 어떨 땐 덤이 더 재미있을 때도 있다. ^^;



<도쿄의 보물창고>에는 GUCI와 MAYO가 각자의 취향과 관심사로 찾아낸 음식점, 쇼핑몰, 엔틱 가구점, 디자이너샵, 제과점, 카페, 인형가게, 일본식 생활용품점, 감각적인 디스플레이를 갖춘 구제 가게, 고미술 상점, 공원, 자동차 용품점 등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와 색깔이 다양한 장소들이 언급되어 있다. 여러 좋은 곳들이 많았지만 특히 온천이 발달된 일본의 특색을 살린 족욕탕 '에코 파오'와 <은하철도 999>의 작가 마츠모토 레지가 디자인했다는 최신형 수상버스 '히미코'에 대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다음에 일본을 가게되면 꼭! 가보리라 마음먹어 본다. ^ ^

외국인이자 디자이너인 GUCI는 주로 디자인에 중점을 둔 가게들과 일본문화가 살며시 배어있는 장소들에 애착을 갖는 반면,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은 현지인 MAYO는 보통의 도쿄 여성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일상의 장소들에 애정을 보인다. 이러한 그들의 다양한 시선이 어우러져 찾아낸 도쿄의 구석구석의 보물들은 도쿄를 거쳐가는 여행자는 물론 도쿄에 거주하는 사람들까지 반가워할 만큼 자신만의 개성을 뽐낸다.


그러나 이 책은 일본여행이 처음이거나 여행중 일본만의 특색을 한껏 느껴보고 싶은 여행자에겐 그리 적합하지 않다. 물론 중간중간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는 유명한 장소나 음식점에 대한 정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일본 특유의 뚜렷한 색깔을 맛보려면 이 책보다 명승관광지를 소개하는 책들이 더 유용할 듯 하다. 그럼 이 책은 누가 봐야 하나.

어떤 나라든 첫 여행엔 주로 그나라의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다니지만 같은 곳을 여러번 방문하다보면 그것도 싫증이 나게 된다. 또한 옛 유적지보다 현지인들의 일상적 장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이런 분들을 위한 책이 <도쿄의 보물창고>다. 이 책은 앞서 말했 듯이 도쿄의 일상 속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장소를 소개한 여행책이다. 그래서 일본의 색깔에 현대 대도시의 색채가 어우려져 만들어내는 보편적인 느낌과 도쿄만의 독특한 느낌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낯선 장소인 도쿄에서 느끼는 묘한 동질감 또한 이 책을 보는 또다른 재미일 것이다. 


도쿄에 살진 않지만 진짜 도쿄의 모습을 보고 즐기고 싶어하는 여행자와 독자들을 위한 안내서 <도쿄의 보물창고>.
이 책 한 권만 있으면 이제 당신도 도쿄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 ^!








+ 보탬, 하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장소 소개에 있어 집필자가 제대로 표기하지 않아 혼동을 준다는 것!
공동 집필자인 그들의 글이 교대로 소개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기 전까진 GUCI의 글 바로 다음에 소개된 MAYO의 글을 보며 한참을 헷갈려해야 했다. 일부러 찾는 재미를 주기 위해 표기를 안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배려가 큰 감동을 주는 법. 편집부에서 이 부분은 수정을 고려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보탬, 둘..

도쿄의 일상을 담고 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상점 위주의 소개가 좀 아쉽다. 특색있는 상가도 좋지만 그들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야외 공간에 대한 설명이 좀 더 풍부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도쿄라는 대도시에서 그런 공간을 찾는 것도 쉽지는 않겠지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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