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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Art & Play : 예술가가 되는 법
이상은 지음 / M&K(엠앤케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영원한 보헤미안, 자유영혼을 노래하는 이상은이 책을 냈다. 그 제목도 의미심장하다. <이상은 art & play : 예술가가 되는 법>. 예술가가 되는 법이라.. 예술(art)과 놀면서(play) 예술가가 되어보자는 그런 말인가. 예사롭지 않은 책의 주제며 내용이 역시 그녀답다. 그녀만의 독특한 색깔이 책 전체에 녹아있다. 예술가가 되어 보고 싶으신가? 예술이랑 한바탕 신나는 놀이를 해 볼 준비가 되셨는가? 그렇다면 이제부터 그녀를 따라 예술가의 길로 접어들어보자. 예술가가 되는 법,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
사실 '가수 이상은'하면 나는 그녀의 데뷔곡 '담다디'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강변가요제에서 큰 키에 짧은 커트머리를 하고 뻣뻣댄스를 선보이며 너무나 신나게 '담다디'를 부르던 모습도, 영예의 대상을 받은 후 수상소감으로 '마이클 잭슨~'을 큰 소리로 외치던 것까지 생생하게 기억난다. 더불어 온국민을 '담다디' 열풍에 빠져들게 했던 그녀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노래로 채워진 1집 앨범을 발표해 또다시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것도. 꽤 어렸을 때인데도 이렇게 또렷하게 기억하는 걸 보면 어린 마음에도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나 보다. ㅋㅋ 지금 되돌려 생각해보면 신인 이상은은 참 용감했다. '담다디'로 생긴 대중의 기대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선택했고 지금도 꿋꿋하게 그 길을 가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가수 이상은은 자타가 공인하는 '예술가'다. 대중을 완전히 외면하진 않지만 대중에게 끌려가지도 않는, 수많은 유혹 속에서도 오롯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매 앨범마다 새롭고 실험적인 요소를 선보이며 한단계씩 진화하는, 그래서 이제 그녀만의 독특한 향기를 온 몸으로 품어내는.. 그런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다. 대중의 기대에, 물거품 같은 인기에, 사회적 성공에, 사람들의 시선 등에 사사로이 얽매이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 하는 것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가는 이상은의 아름다운 행보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래서 그녀가 이야기하는 예술가 수업에 나도 동참하고 싶어졌다.
이 책은 예술가가 되기 위한 수업들로 짜여져 있다. 문턱 높던 예술이 점차 권위를 버리고 생활 속으로 파고 드는 것처럼 그녀의 '예술가 수업'을 들어보면 예술가가 되는 것이 그리 어렵지 만은 않다. 나의 일상에서 항상 접하는 옷과 가구, 악세사리, 조명, 편지쓰기 등을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놀이', 그것이 바로 예술가가 되는 수업이다. 입고 싶었지만 망설여졌던 과감한 옷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닌다거나 못쓰게 된 가구를 직접 내 손으로 손질해 새로운 물건으로 탄생시켜 보는 것,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고, 까만 밤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달을 보며 '월(月)광욕'을 하며 나만의 감수성에 빠져 드는 것.. 그것들이 바로 일상의 예술가가 되는 수업의 현장이자 나의 삶을 즐기는 하나의 놀이가 되는 것이다.
이상은은 매 파트마다 각각의 주제에 따른 자신의 생각을 풀어낸다. 자신의 취향에 흠뻑 젖어들어 감상에 빠지기도 하고, 예술가다운 독특한 견해를 펼치기도 하며, 때론 재밌거나 의미있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디자이너, 잡지, 친구들, 사진, 인형 등등을 보여주며 속내를 한껏 보여주기도 한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바로 옆의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주제마다 자신이 직접 만든 옷이나 가구, 악세사리 등을 보여주기도 하고 마지막엔 그 분야 전문가의 인터뷰나 소개, 그들의 작품을 실어두기도 해 한껏 풍성한 내용을 즐길 수 있다.
솔직히 이 책은 아주 흥미진진한 책은 아니다. 마냥 가볍지만도 않다. 글솜씨가 뛰어나 확~ 빨려드는 필력을 가졌거나 유머감각이 뛰어나 웃음이 끊이지 않는 책도 아니다. 그러나 담담한 어조로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이 책에는 이상은의 솔직함과 남다름이 보인다. 그녀만의 색채를 간직한 그녀의 음악과도 비슷하다. <이상은 art & play>는 그녀의 일상과 생각과 느낌 등을 담은 에세이지만 그 이상을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남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를 통해 바쁘게 사느라 잊어버린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느리게, 조금은 여유롭고 재미있게 세상을 사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된다.
그녀의 여러가지 예술가 놀이 중에 가장 좋았던 부분은 '편지' 부분이었다. 독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상은의 속내가 가장 잘 드러나 있는 부분이기도 했고, 그녀의 말들을 통해 어떤 아릿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나도 주체적으로 내 삶을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그 밖에 옷, 가구, 조명, 사진, 악세서리 등을 이용한 '일상의 예술가 놀이'도 재밌었는데, 무엇보다 각 주제의 말미에 재활용이나 핸드메이드에 관해 언급한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다.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여 직접 내 손으로 뚝딱뚝딱 새로운 물건들을 만드는 작업을 통해 흥분하고 감동하는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유쾌했다. 어느새 물질 만능주의에 젖어 새 것, 비싼 것에 집착하게 된 세상을 향한 대안을 제시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혜안을 얻은 기분이다.
알고보면 예술은 별 거 아니다. 매일 만나는 일상에서 행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바로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다. 굳이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예술에 연연할 필요없다. 내 삶과 내 시간을 하나의 예술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즐기는 사람이 바로 예술가인 것이다. 이제 매일매일을 예술가로서 살아보자. 내 삶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그것들을 채우는 시간들을 풍성하게 꾸며보자. 이상은과 함께 하는 예술가가 되는 법. 가장 핵심은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 ^
- 모름지기 힘든 마음이란 이유없이 생기지 않습니다. 모든 고난은 나를 강하게 만들고 나를 키우기 위한 훈련의 과정이라고 믿으세요.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마음의 근육은 고난을 통해야 만이 단단해지더군요. (중략) 그런 다음에 또 다른 고난이 있겠지만 또 이겨내고야 말 겁니다. '마음 훈련', 우리 함께 해보자고요. 죽는 날까지 해야 할 일인지도 모릅니다만, 저도 당신도 혼자가 아니니 힘내자고요. (69쪽)
* 군소리 - '아방가르드'. 아! 대체 아방가르드가 무엇이란 말인가!
책을 읽다보면 상은 언니는 '아방가르드'를 정말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책의 곳곳에 '아방가르드'가 끊이지 않고 나온다. 그런데 도통 그 개념이 안 잡힌다. 몇 년전 '아방가르드'를 표방한 패션이 유행했다는 것과 그 해를 장식했던 비대칭적인 옷들 정도만 기억날 뿐.. 여기저기 난무하는 '아방가르드'라는 글자에 현기증이 느껴진다. 책 읽는 동안 답답한 마음을 누르다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렇게 나온다
- 아방가르드의 사전적 어원은 '전위부대'라는 뜻이 있었으나 현재는 넓은 의미에서 '기성의 개념을 부정하고 전통을 배제한다거나 파괴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실험적 성격이 짙은 전위 예술의 의미입니다.
아하! 이거였어? 이런 거였군. -_-; 근데.. 이걸 모른 내가 이상한 건가? 아마 모르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많지 않을까? (유감스럽게도 내 주위의 대부분이 그렇다;;) 책 속에 간략한 설명이라도 있었음 좋았을 걸.. 물론 패션 전문지는 아니지만 나같은 무식한 독자를 위해 그래도 한 줄 첨가해 주면 고마웠을 텐데 말이당~;; ㅎㅎ;;
* 딴소리 - 잠깐.. 이 책과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하고픈 말이 있다. '아방가르드' 하니깐 생각나는데.. 외국어의 무분별한 '남용'이 이루어지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패션' 분야다. '전문용어'라는 미명 아래 그것들을 우리말로 바꿔볼 생각이나 시도도 하지 않은 채 모조리 원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 패션 잡지를 펼쳐보면 기사엔 무늬만 우리말일 뿐 조사 빼고 온통 외국어로 가득차 있다. 무식해서 그런지 몰라도 소위 전문용어를 모르는 나는 그런 글들을 읽다보면 울렁증이 생긴다;; 물론 전문용어니 어쩌냐고 반박하겠지만 그 속엔 일종의 '과시'가 섞여있다는 것 또한 부정하지 못할 사실 아닌가. 하긴 전문 영역치고 그렇지 않은 곳이 없는 형편에 이르렀지만. 조선시대의 한자 사대주의, 지금 알파벳 사대주의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패션 잡지를 볼 때마다 뼈져리게 느낀다. 이건 책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정말 딴소리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