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블랙독 -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하는 편안한 그림책
매튜 존스톤 지음, 표진인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05년 2월, 배우 이은주의 자살소식에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었다. 높은 시청률로 갈채를 받으며 끝낸 드라마 덕분에 한창 여러 광고에 얼굴을 내밀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그녀였기에 뜻밖에 전해진 자살 소식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재능과 미모, 눈부신 젊음과 대중적 인기를 모두 갖춘,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그녀가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이 25살의 꽃다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걸까.

무수한 추측 속에 그녀의 죽음의 원인이 그간 앓아왔던 '우울증'으로 결론지어졌고, 세간의 관심은 우울증에 모아졌다.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다양한 사례와 그 심각성과 폐해 등이 각종 매스컴에 연일 집중보도되면서 우울증은 우리 시대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고, 그와 함께 그동안 의지박약이나 일시적인 감정저하 등으로 치부했던 우울증을 하나의 '병'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몸의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듯이 마음의 병인 우울증 또한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죽음까지 치닫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초기의 가벼운 우을증 증상은 약간의 약물치료로도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고 한다. 


매튜 존스톤의 <굿바이 블랙독>은 이러한 우울증에 대한 책이다. 책 속에서 '블랙독'으로 명명되는 이 반갑지 않은 우울증을 앓던 저자는 우연히 2001년 911 테러의 비극을 눈 앞에서 목격한 이후 인생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그로인해 지긋지긋했지만 벗어날 수 없었던 우울증을 비로소 이겨낼 수 있었단다.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책이 바로 <굿바이 블랙독>이다.

저자가 자리에 앉은지 4시간 만에 완성했다는 이 그림책은 대략 10분이면 다 읽을 정도의 얇은 책이다. 그러나 이 짧은 그림책은 그 어떤 두꺼운 전문서적보다 쉽고 간결하게 우울증에 대해 들려준다. 작가는 삽화를 통해 우리를 괴롭히는 '우울증'을 항상 우리 곁에 맴도는 검은개 '블랙독'으로 형상화하여 우울증의 증상과 심리상태를 정확하고 절묘하게 묘사해내고, 그림에 곁들여진 간결한 글은 삽화의 설득력을 더욱 강화시킨다. 우리를 짓누르는 블랙독, 그러나 해결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저자는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블랙독을 효과적으로 길들이는 방법 또한 제시하고 있다.

증상의 차이가 있을 뿐 현대인의 대부분이 앓고 있다는 우울증. 책을 읽다보면 지금의 나와 무척 비슷한 행태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혹시 나도 우울증? 조금 걱정이 되던 찰나 나와 같은 독자들을 위해 책의 말미에 실려있는 '우울증 자가 테스트'를 발견했다. 재미삼아 해봤는데 의외로 약간의 불씨를 지니고 있는 걸로 나와 살짝 당황스러웠다. 너무나 멀쩡한 인간이라 자부하는 나의 속마음이 이러했다니. 그리고 그걸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니. 그 순간 누구나 블랙독을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 내가 가진 문제로부터 도피하기보다는 문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피하기 보다는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 해결책을 모색하라는 저자의 말처럼 우울증 또한 그러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이라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익고, 다행히 아직 우울증과 대면하지 않은 나와 같은 대다수의 분들은 우울증의 위험을 깨닫고 그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짧지만 긴 얘기 <굿바이 블랙독>.
오늘, 내 자신을 힘들게 하는 블랙독을 옆에 두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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