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의 그냥 마음대로 추천도서들

(이벤트 기간: 10/31까지. 바로가기)

 

 

 

만(卍) .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 / 다니자키 준이치로

 

 

 

MD의 감상평: 이 순진하리만치 집요한 욕망들을 탐미주의니 악마주의니 여러 이름을 붙여 분류하는 모양이지만, 육체의 매력과 애욕의 힘을 이렇게 노련하게 몰아치는 작가는 이후로 등장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부드럽게 풀어내면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보이고, 뜨겁게 밀어내면 미시마 유키오가 이미 거기에 있다. 지미 헨드릭스처럼, 다니자키 준이치로도 후대의 성과를 이미 쟁취했던 단독자였다. 그러니 차라리 후대의 비슷한 작가들을 '다니자키 준이치로 유파'라고 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 검술 같기도 하고.

 

이런 분들께 추천: All You Need is Love / 가와바타 야스나리 또는 미시마 유키오를 좋아함 / 와타나베 준이치나 단 오니로쿠 같은 일제 핑크 로망의 조상님을 찾아서 / 영화 <나라야마 부시코>를 보았는데 미친 사람들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런 분들은 주의: 이게 사랑과 전쟁하고 다를 게 뭔가요? / 연애 혐오자 / 여성가족부 임원 / 문학지상주의자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나 친구와 상담 후에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점과 선 / 마쓰모토 세이초

 

 

MD의 감상평: 어지간하면 메인 탑북에 선정된 책은 이 코너에 집어넣지 않으려고 하지만.. 이 책은 예외로 하고 싶다. 탑북 치고는 많이 안 팔렸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확실한 걸작이기 때문이다. 꼼꼼하고 치밀한 이중 알리바이 시간표 트릭이 안겨주는 즐거움, 천재 대신에 인간을 마주하게 하는 풍부한 디테일, 그리고 사회 전반에 대한 냉소적인 성찰까지 사회파 미스터리의 미덕을 두루 갖추었다. 괜히 폼잡지 않는 진짜 '드라이'한 추리소설. 쌉쌀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이런 분들께 추천: 챈들러보다 해밋이 좋더라 / 사회파 미스터리는 트릭이 좀 애매한 거 같던데, 괜찮을까? / 미스터리 소설이면 잔인하고 엽기적인 범죄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되시는 분. 안심하세요.

 

이런 분들은 주의: 고유명사 암기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자 / 카리스마 계열 명탐정 숭배자 / 고전 알레르기 보유자 / 소설을 읽으면서까지 논리 두뇌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으신 분

 

 

 

 

 

고기 / 마르틴 하르니체크

 

 

MD의 감상평: 고기로 돌아가는 사회. 사람은 고기의 소비자이자 동시에 공급자다. 범법자는 판결 없이 '도축'되어 '육류'로 보급되는 것이다. 주인공조차 이 지옥에서 살아가기 위해 겨우 발버둥치는 사람일 뿐, 어디에도 각성이나 구원의 여지는 없다. 디스토피아 설정 중에서도 극단에 속하는 이 작품은 그 구조가 헐겁고 문장이 조악한 편이다. 그런데 그 빈틈들이 설정의 극악함과 어울려 참혹함을 더욱 가중시키는 연료 역할을 한다. 위대한 걸작들에게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날비린내가 맴도는 소설이다. 흥미로운 얼터너티브 초이스.

 

이런 분들께 추천: 디스토피아 소설 애호가 / 대체역사 계열 SF 애호가 / 동구권 환상소설의 현대화 계보를 추적중인 사냥꾼 / 체제비판 문학 컬렉터

 

이런 분들은 주의: 극단은 유치함의 다른 이름이라고 믿는다 / 우아한 소설 또는 문장 미학 편식쟁이 / 카프카는 카프카 소설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 조지 오웰은 조지 오웰 소설에서 찾으세요

 

 

 

 

 

존은 끝에 가서 죽는다 / 데이비드 웡

 

 

 

MD의 감상평: 지금까지 거의 볼 수 없었던 본격 허접 개그 호러물. 슬랩스틱 또는 화장실 개그와 호러가 서브컬처라는 동질감 속에서 만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런 케이스는 처음 본다. B급 호러-개그 소설들의 흔한 설정에 약물-싸이키델릭이라는 소스를 덮어씌운 꼴이 참으로 희안한 몰골이다. 그런데 화자는 더없이 진지하고, 독자들은 그 진지함과 황망한 사건들의 갭을 망연히 바라보다 어느새 휘말려 든다. MTV-필립K딕-스티븐 킹 하이브리드 버전의 미래파 펄프 픽션. 영화화되어 선댄스에서 개봉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이런 분들께 추천: 영화 <엑설런트 어드벤쳐>나 <웨인즈 월드>를 감명깊게 보았다 / 병맛은 전위의 다른 이름 / 미국식 개그 센스를 좋아한다 / 소설 <멋진 징조들>이 좋긴 했지만 좀 얌전했다 / 장르소설이 궁금한 포스트모더니즘 소설 애호가(반 농담임)

 

이런 분들은 주의: 이말년이나 불암콩콩 등을 들어본 적 없거나 혐오함 / 러브크래프트 등을 숭상하는 호러 교조주의자 / 이걸로 호러 소설 입문해도 되나요? / 뭐, 포스트모더니즘 소설 애호가라고? 좋아 내가 한번 읽어봐 주지.

 

 

 

 

끝. 11월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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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2-10-18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보관함에 막 쓸어담;;;;;

감사합니다. ^^;;;

외국소설/예술MD 2012-10-18 18:45   좋아요 0 | URL
제가 더 감사하죠 ㅎㅎ 부디 마음에 드셔야 할 텐데요. 좋은 책들임에는 분명합니다. ^^

딸기꼬치 2012-10-19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가 맛있겠네유...

외국소설/예술MD 2012-10-19 17:56   좋아요 0 | URL
에비.. 저거 사람고기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