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동물농장, 1984만 읽을 수는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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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추천
강철군화 / 잭 런던 지음 / 곽영미 옮김 / 궁리
각종 고전 문학 추천 목록을 보면 <동물농장>이랑 <1984>랑 <멋진 신세계>는 여전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왜 <강철군화>는 더이상 보이지 않을까. 아마도 세련되지 못해서일 것이다. <강철군화>는 뜨거운 냄비같은 소설이다. 등장인물들은 소설의 완성도보다는 일단 자기 할 말을 다 해야겠다는 결의에 가득 차서 쉼없이 떠들어댄다. 다만 여기서 오해의 여지가 생길까봐 말씀드리자면, 이 소설은 세련됨과는 별개로 '재미있다.'
그 재미는 뻔뻔하고 격렬한 인간들의 착착 감기는 말빨에서 온다. 와글와글 떠드는데도 착착 감기는 이유가 뭘까. 그들의 주장이 섬뜩할 정도로 지금의 현실에 들어맞아서다. 1908년에 쓰여진 이 소설은 거의 완벽하게 20세기말과 21세기초의 신자유주의 세계를 예언하고 있다. 문명 비판 소설로 주로 추천되는 <1984>는 문명의 억압에 대한 결과만을 보여주지만, <강철군화>는 그 원인까지 낱낱이 파헤친다. 교양을 삼으려면 잭 런던이 훨씬 유리하다. 그래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강철군화>가 더이상 추천되지 않는 이유는 '적당한 만큼만 비판하는' 책들만 보게 하려는 암흑세력의 음모가 아닐까라고. 설마.
사실, 이 '뜨거운' 소설의 분야를 굳이 나누라면 코미디에 가깝다. 온갖 인간군상들이 왈가왈부하는 모습은 그 열성과 진지함 때문에 도리어 실소를 자아낸다. 심지어 혁명을 얘기하는 노동자들의 진지함마저 쓴웃음을 자아낸다. 그 웃음은 요즘 뉴스를 볼 때 종종 터져나오는 웃음과 비슷하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미덕은 그 불가능함 때문에, 악덕은 그 놀라운 현실감 때문에 쓴웃음을 자아낸다. 이런 불공평할 데가! (웃음)
문명 비판서라고 하면 우선 <동물농장>이 제일 접하기 쉽겠다. 그러나 그 다음은 여러가지 길이 있는데, 전체주의 사회의 공포를 느끼려면 기존의 추천도서들을 활용하면 된다. 다만 그 전체주의 사회의 주체가 '돈'이라면, 이제는 잘 추천되지 않는 <강철군화>가 먼저 나서야 할 것이다. 이만큼 재미와 내용을 겸비한 문명 비판서는 별로 없다. 최소한 공산당 선언보다는 쉽고 재미있다. 공산당 선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래서 어쩌란 말입니까'라는 질문까지 똑같이 할 수 있다.
*이미 책을 좋아하는, 독서량이 쌓인 학생들에게 특히 권함.
-청소년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