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 모중석 스릴러 클럽 1
제임스 시겔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비채의 모중석 스릴러 클럽 1작. 다양한 추리소설이 나온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며, 모중석 스릴러 클럽처럼 특정 장르'만'을 표방하는 기획이 나온다는 것은 더욱 행복한 일이다. 기획자 모중석님, 고정번역자 최필원님까지 모두 스릴러 장르의 전문가이시며 애호가라는 사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이 소개될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마음에 드는 것은 경쟁사에 비해 초기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독자확대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 부디 성공적으로 브랜드가 안착되었으면 좋겠다.

독자로써의 바램은 이쯤하고 작품에 대해서 언급해보자면,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탈선'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별 탈 없이 살아가던 주인공. 우연히 벌어지는 사건. 그로 인해 일탈되어가는 그의 삶. 그걸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한 주인공의 눈물겨운 노력. 그리고 파국과 결말.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인 현대 스릴러에서 뽑아낼 수 있는 공식이다.(A.J 퀸넬이나 로버트 러들럼 류의 스파이 물이나 톰 클랜시의 밀리터리 스릴러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탈선>는 스케일이나 접근방식이 다르니 뭉뚱그리기는 어색해 보인다.) 현대 스릴러가 많은 사랑을 받고 제임스 패터슨과 같은 엄청난 베스트셀링 작가를 만들어 내는 이유는 '일상에의 밀착'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하지만 세밀하게 묘사된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독자에게 많은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게 한다. 다른 장르에 비해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주는 효과의 힘이 크다. 미국소설을 읽은 한국독자인 나도 일정 부분 일체감을 느꼈는데, 미국독자들에게 감정의 밀착도는 더욱 클 것이라 짐작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듯이,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일으키는 파장의 크기는 실제보다 더욱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마치 내 주위에서도 이러한 일이 일어날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내 주위를 스처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 <탈선>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속된 말로 내가 007이 될 가능성보다는 높지 않을까? 007류가 ideal한 모습이라면, <탈선>은 real한 모습이라고 해야할까?

<탈선>의 전반부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문자 그대로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평범한 가장이 뜻밖의 일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긴장감. Bitter and Sweet를 절묘히 오고가는 상황의 연속. 평범한 사람답게 어설프게 봉합하려다가 오히려 올가미에 더욱더 말려드는 과정은 잘 읽혔다.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지만,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감정 이입도 상당 부분 될 수 있었고. 작가 제임스 시겔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중반 이후의 전개였다. 전반부의 기대치를 이끌어가는데에 실패했다. 초반부의 속도감에 비해 마지막까지 서스펜스를 유지하지는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서 궤도찾기의 과정이 탈선의 과정에 비해 쉽게 풀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긴장감의 저하를 가져왔다. 한껏 긴장하고 있었는데 맥이 딱 풀리는 느낌이랄까.

또한 재미를 주어야 할 중반부의 반전과 결말도 아쉬웠다. 중반에 일어나는 반전. 제일 아쉬웠다.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하기가 조심스러워지는데,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스릴러/미스테리 장르에서 활용하기에는 멀리나간 듯 싶다. 조심스럽게 부언하자면, 그 상황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풀려버리는 전개는 앞에서 언급한 맥이 풀리는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초기작이다 보니  결말부의 처리는 작가의 힘이 부친다는 느낌을 들게 했다. 또한 상식적으로 봤을 때 디테일한 설정에서 미숙한 느낌이 많이 들었고. 마지막으로 바램이지만, 광고회사 경력을 살려 회사 내부의 상황을 더 스토리에 배합했다면 어땠을까? 자기가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니까, 후반부의 아쉬움을 상당히 채워줄 수 있었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손에 땀은 쥐었지만 금방 식어버렸다고 할까. 초기작이 가지는 장인적 세련됨의 부족함과 약간은 아쉬운 상황설정은 더 잘 끌고 갈 수 있었던 이야기를 평이하게 만들어버렸다. 예전에 <진실게임>에서도 셨지만, 장인적 세련됨 혹은 신인작가의 패기 혹은 독창성 중에 하나라도 보여주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정해진 틀에서 변주를 만들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특정한 요소들이 수학공식처럼 구조화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장르소설이 가지는 클리셰들의 무게를 고려한다면 작품의 차별성을 위한 노력이 더욱 요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더욱 아쉬운 것은 이 작품이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는 특정 브랜드의 첫 작품이라는 점이다. 독자로써 작품 외적인 요소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자못 아쉽다. 그렇지만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리고 초반부의 엄청난 필력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추신) 독자로써 감히 투덜거려본다면, 추후에 어떤 작품이 소개될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소개된 시놉시스만으로도 강렬한 임펙트를 주는 제프 린제이의 <음흉하게 꿈꾸는 덱스터>라던가 이미 해당 장르의 마이스터로 인정받고 있는 할런 코벤의 소설-이번에 출간된 <단 한번의 시선>-을 선봉으로 내세우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추신2) 궁금해서 영화도 어둠의 경로로 봤다. 두 사람은 좋았고, 한 사람만 '탈선'이었다. 그 분이 감당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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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7-1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타석에 홈런을 치면 너무 쉽게 식을까 하는 생각에 내세운 전략이지 싶어요^^;;;

상복의랑데뷰 2006-07-18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연타석 홈런을 노려야 하지 않을까요? ^^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비연 2006-07-18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이번에 단한번의 시선을 구입했는데...괜챦을라나 걱정되기도 하네요...ㅠㅠ

상복의랑데뷰 2006-07-18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 한번의 시선은 지금 읽고 있는데 초반부는 약간 지루한 느낌입니다만. 다른 분 서평을 보니 후반부는 재미있다고 하네요 ^^

oldhand 2006-07-18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에서 탈선한 배우는 누구? 애니스톤?

상복의랑데뷰 2006-07-1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입니다~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