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게임 1
브라이언 프리맨 지음, 이승은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데뷔작이며, 2006년 MWA 최우수신인상 후보작이기도 하다.(수상은 다른 작품이 했다.) <이데아의 동굴> 대타로 읽게 되었다. 아파서...

길지 않은 기간에 두 건의 10대 가출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추적하는 조나단 스트라이드는 사건을 해결해야한다는 중압감-이전 사건이 미제로 종결되었기에...-과 개인적인 상실감 속에서 용의자를 잡고 재판으로 끌어낸다. 그러나 재판에서 새로운 증거들이 등장하고, 용의자에게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고, 3년이 지난다. 3년 후에 진실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분명한 건 이 작가가 30년간 읽은 추리소설의 양이 적지는 않았을거라는 점이다. 미국 하드보일드의 전통이 살아 있다. 고독한 늑대, 부르조아들의 가식적인 삶, 추악한 변호사, 그리고 10대의 팜프파탈까지...소재부터 주제까지 모두 하드보일드의 흔적이 느껴진다. 그리고 데뷔작치고는 만만치 않은 내공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 짧지 않은 분량 속에서 법의학적 스릴러, 변호사들의 공방전, 경찰소설 등 영미권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하위장르를 한 권에 녹여 놓았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다양한 재료들에 비해 레시피가 부족했던 점은 아쉽다. 독창성과 장인적 세련됨 모두 아쉽다. 시놉시스를 짠 후에, 작품에 필요한 내용에 대한 조사는 충실한 것 같은데, 막상 조사한 내용들을 어떻게 엮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고 해야할까. 눈에 거슬리는 설정이 많았다. 특히 캐릭터.

주인공 조나단 스트라이드, 외로운 늑대. 외로운 경찰 캐릭터는 진부하다. 해리 보슈만큼의 독자성을 가졌으면 하는 했다. 하드보일드의 재미는 주인공의 개성이 좌우한다고 믿는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심심하다. 아내와의 고통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지만, 별로 영향받지 않고, 미결사건으로 종결된 사건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는 것 같은데, 다음에 일어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의 강인한 의지로까지 승화되지 못하고 있다. 주인공의 주위를 맴도는 외로운 여자들도 진부하고. 그들이 얽히는 방식은 진부하다기 보다는 어설프다. 첫번째의 만남은 나중에야 이해가 갔지만, 차라리 따로 떨어트렸으면 하는 바램이었고, 두번째의 만남은 성애묘사 이외에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만남이었다. 둘을 엮어주고 싶다면 말미에 암시만 주고 끝냈어야 한다.(물론 신인작가가 흥행에 실패하면 다음 작품이 없겠지만...) 그렇게 욕지거리를 듣는 미키 스필레인이나 <아이거 빙벽>이 훨씬 낫다.

그리고 등장하는 구성인물들이 작가의 노력에 비해 덜 소비된다는 느낌도 든다. 스트라이드의 고통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 '신디'나 학교 상담교사로 나오는 '낸시 카버'는 그렇게 의미가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3년 뒤에 등장하는 경찰 트리오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과 그들의 관계가 작품에서 낭비되는 경향이 있다. 별 쓸데없는 이야기까지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에 맞는 정교한 이야기 구조를 가져가던가. 아니면 등장인물의 수를 줄였어야 했다. 그 중간에서 멈춘 것이 아쉽다. 데뷔작이 가지는 의욕과잉이라고 할까? 의욕을 실력이 메꾸어주지 못한 케이스라고 해야하나.

여기까지 쓰고 나니 데뷔작에게 가혹한 평가인가?라는 생각도 든다. 신인다운 패기나 장인적 세밀함 중에 하나만 만족시켰더라도 이렇게까지 실망하지는 않았을텐데. 무난히 읽기는 좋은데, 자극적인 소재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찾기에는 심심한 작품이었던 것 같다. 특히 '헐리우드 스릴러'류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에 냉담한 한국독자들을 사로잡기에는 더욱 그러하다. 다음 작품에서는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으면 좋겠다.

추신)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이 작품은 소설의 제목을 잘못 지은 사례라고 본다. 원제는 Immoral인데, 직역하면 '부도덕한' 정도가 될 것이다. 의역하면 '음란한' 정도가 될 것이고. 작품의 번역제목인 <진실게임>이 암시하듯이 숨겨진 진실이 무엇이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트릭으로 승부하는 것도 아니거니와,-어설픈 구성이 궁금증을 떨어트리는 약점도 있다.-정작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진실 속에 가려진 등장인물의 추악하고 음란한 '부도덕성'이었다. 그러나 '게임'이라는 용어가 들어가면서 작품 자체의 이미지가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이 작품에는 '게임'이라는 용어 속에서 느껴지는 상대방을 속여서 이기겠다는 경쟁심 따위는 없다. 원제의 의미를 살린 제목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추악한 진실>이니 <사라진 진실> 류의...이건 너무 진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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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03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난하죠. 전 차라리 씨에쓰아이였었다면 했답니다^^;;;

상복의랑데뷰 2006-05-03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si이였으면 아마 3년 뒤는 없었겠죠. ^^ 증거를 다 찾아냈을테니...

비연 2006-05-04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읽어봐야 하나 안 읽어봐야 하나..고민하게 하는 리뷰입니다..ㅋㅋ^^;;;

상복의랑데뷰 2006-05-0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추천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하면서 리뷰를 쓰다 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