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러브 레터 -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 1
로라 레빈 지음, 박영인 옮김 / 해문출판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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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지 않은 리뷰라고 생각되네요. 혹시 편견없이 이 책을 읽으실 분은 안 읽으시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문출판사는 여성독자를 타겟으로 한 추리소설을 내기로 방향을 굳힌 것 같다. 모스 시리즈의 출간이 계속 늦어지고, 대신 한나 시리즈, 그리고 새로 출간된 제인 오스틴 미스터리까지...모스 시리즈의 출간이 늦어지고 나름 엉뚱했던 한나 시리즈가 나오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한나 시리즈의 작품성은 일정 수준이었기 때문에 별 불만없이 읽었다. 여성주인공이 등장하는 코지 미스테리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았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나름의 재미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새로나온 <죽음의 러브레터>는 어떨까. 음..그렇게 나쁜 평은 듣지 않은 작품으로 알고 있었는데, 읽어보니,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제인 오스틴, 36세의 이혼경력이 있는 대필작가. 헐리우드로 간 삼순이라고 해야할까. 설정까지는 그럭저럭 넘어가줄만 했는데, 내용이 재미가 없었다. 주인공과 나 사이의 정서적인 벽이 워낙 커서 몰입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것 같다. 마초 캐릭터를 혐오하는 여자가 하드보일드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 이런건가 싶기도 했다.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주었으니 고마운 책일지도.) 책을 읽으면서 내내 한나의 순진한 호들갑이 그리워질 정도였다. 유머라고 보기에는 버겁고, 냉소라고 보기에는 호들갑이 지나치다고 해야할까? 작가가 의도한 어조에 일관성이 있지만, 그 어조를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미스테리가 가지는 여러가지 요소들은 고루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임펙트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대필작가라는 컨셉을 잡은 것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긴 하지만, 왜 사건에 관여하게 되는지 잘 모르겠다. <누군가>의 스기무라 사부로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적어도 미야베 미유키 여사의 세밀한 심리묘사와 영리한 설정 덕분에 '누군가'가 봐도 자연스럽게 사건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나 이 작품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또, 여성이 주인공이다 보니 로맨스도 등장하는데, 그것도 역시 심심한 축에 속한다. 갖출 건 다 갖추었는데, 맛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하나. 첫 작품만으로 쉽게 평가해서는 안되겠지만, 이 작품만 놓고 보면, 평균이상이라고 말하긴 힘들 것 같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해문도 찔끔 내고 마는 경향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번역자가 같다는 것이 심증을 더해준다.) 출간작인 모스나 한나 시리즈가 더 나올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비공식적으로 모스는 출간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고, 뒤로 갈수록 괜찮아지는 한나 시리즈도 이번 작품이 마지막 출간작으로 보인다. 내가 코지를 좋아하지 않아도 이 작품만은 자석에 이끌리듯 읽게 되는데, 못내 아쉽다. 모스야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이 시리즈는 두고 봐야겠지만, 한나만큼의 재미나  실용성은 없어보인다. 추리독자층이 협소하고, 특히 그 중에서도 판매량이 적었음에 분명한 책들을 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지만, '해문'이라는 이름 두 자 때문에 기대치가 높은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의 <사라진 시간>도 9월에 출간될 예정이라는 말을 들은게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니콜라스 퀸의 침묵의 세계>를 보고 싶다. 그게 어렵다면 한나의 차기작이라도... 

추신) 사실 별 두 개를 주고 싶었지만, 내 편견도 한 몫 했으리라 생각해서 세 개로 마무리. 리뷰도 하나도 없고, 첫작품에 너무 박하게 군게 아닌가 싶은 '눈치보기'도 있었다. 호평은 좋게 읽은 다른 분들이 써주실 테니까라고 생각해서인지 나쁜 말만 남겨버렸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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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3-08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나 시리즈를 더 밀었으면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복의랑데뷰 2007-03-09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간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이 시리즈는 첫 작품만 봐서는 기대하기 쉽지 않겠는데요.

상복의랑데뷰 2007-03-0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Kel님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oldhand형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 그닥 권하고 싶은 작품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로그인 2007-06-0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물만두님이 Kel님이세요???

2007-06-02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상복의랑데뷰 2007-06-0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초롬 너구리 / 아뇨. Kel님은 다른 분이십니다.
비공개 /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