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난리북새통은 이 한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 석. 하면 뭐에 홀린 듯 최강자 포스의 아우라를 감지한 표정으로 한 번 더 돌아보게 되는 세대였단 말이다, 나는...

 

무작정 무한증식하기만 하고 도무지 진정할 기세를 보이지 않는 책꽂이를 단숨에 갈아엎을 절대비법이 들어있을 거야, 이 안엔. 분명히, 반드시, 필히. 그 어쨌거나 나는 그렇게 믿었지만 원래 근거없는 믿음이란 풍선 바람 빠지듯 흩어져 버리는 법... 전혀 없었다고는 못하겠지만 내가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다. 그래도 삐들삐들한 멸치 한 마리로도 육수 비슷한 거라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활용할 수 있는 팁들은 최대한 비틀어 짰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일단 곤도 마리에 스타일로 책꽂이에 있는 책이란 책은 전부 꺼내어 바닥에 쌓았다. 엄청난 분량의 책들이 빠른 속도로 탑을 쌓아가는 것을 보며 잠깐 뿌듯해 하고, 그리고 미치도록 후회한다. 우리 집엔 지극히 이성적인 성인 두 명만 거주하는 게 아니라, 꼬마공룡 세 마리가 같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청소, 신년맞이 대 정돈의 날 따위의 겉멋들린 타이틀에 홀려 완전 망각하고 있던 것을.

 

그렇다고 이왕지사 책꽂이를 텅텅 비워놨는데, 급하게 도로 무질서하게 꽂을 수는 없으니까 몇 박 몇일이 될 지 모르는 모험을 감수하기로 마음먹는다. 어떻게든 되겠지. 대책은 없을지언정 내가 무한긍정주의자라는 사실이 이토록 고마울 수가 없다.

탑돌이를 하다 보니 대충의 클러스터가 보인다. 아, 이렇게 저렇게 요롷게 조롷게 나눠서 꽂으면 되겠구나. 머릿속으로 정리를 마치니 한결 가뿐하다. 육체노동은 고스란히 남아있을지언정 ㅠㅠ

 

그리하여,

토탈 3박 4일간 허리디스크를 염려하며 느릿느릿 작업을 진행시킨 결과, 머릿속의 이상적인 모습에 일치하진 못해도 상당히 근접하지 않았나 싶은 이런 디스플레이를 만들었다.

 

 

사진 첨부하기가 힘들어서 -_-; 이쯤에서 스탑걸기

올해는 책을 더 사지 말고 여기서 다 못 읽은 책이나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을 골라 재독하기... 를 목표로 삼긴 개뿔

옆에 다이어리 펼쳐 놓고 내일 카드 그을 책 목록을 정리하고 있다.

 

연초부터 너무 자아를 압박하면서 살 필요가 있나 싶은 이 느낌적 느낌이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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