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건 물건이건 장소건, 다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이었구나.

 

넓디넓은 인터넷 세상에서 평수 작은 집을 지어놓고 길어야 삼사 년 머무르다가 또 다른 터전을 찾아 헤매고 또 어설픈 집을 짓고, 몇 해 못 버티고 또 떠나고. 계속되는 방랑의 원인을 헤아려 보니 역시 '실제로 아는 친구들'이었다.

얼굴과 목소리를 알고, 심지어 성격마저 바닥까지 아는 친구들은 한결같이 나를 좋아해 주는 고마운 사람들이지만, 말로 만나던 사람을 글로도 만나는 것은 영 적응하기가 어렵다. 재미있는 것은 짤막한 한두 마디의 교감만 주고받던 사람들과 실제의 친구 관계가 되어도 그들을 여전히 온라인에서 만나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다. 그 반대의 상황은 나를 아주 긴장하게 만들지만.

 

네이버 블로그도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들통이 난 마당에 최후로 도망친(!!!) 곳이 여기다. 여기서도 발각당하면 ㅎㅎㅎ 난 이제 갈 곳이 없는 거지... 이렇게 쓰니까 무슨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고 몸을 숨기러 다니는 모양새가 되네.

 

꼬박 챙겨듣는 팟캐스트의 진행자이시면서, 또한 그 분의 전문분야에서 명성을 떨치시는 서천석 선생님의 말씀을 머리에 새기며 다시 한 번 적어본다.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작은 게시판 하나는, 내게는, 문이다. 일 분 일 초를 못 참고 계속 빵빵 터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고함소리,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 일과 계속해서 뭔가를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산적한 이 세계를 잠깐 살짝 닫아두고, 혼자 바람 소리도 듣고 하늘도 보고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앉아 있어도 아무것도 문제될 게 없는 하얀색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다. 우울하면 노랑과 회색을 섞은 하늘을 칠할 것이고, 기분이 한껏 고양될 때는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마냥 사방팔방에 물감을 뿌려댈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라도, 혹시라도 현실의 '나'를 아는 님아...

저를 찾아냈다면 말이죠 (특히 옆지기 아저씨, 당신 말입니다 ㅎ)

나 오늘 네가 블로그에 뭐라고 쓴 거 봤는데 블라블라블라.

제발 넣어두세요 ㅎㅎㅎㅎ

플리이이이이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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