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이 나에게 - 좋은 연애 소설, 어쩌면 그것은 작은 구원이다 나에게
오정호 지음 / 몽스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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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무엇이고 사랑은 무엇입니까. 누군가가 이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둘을 명확하게 구분 지어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어떤 질문은 투박하고 어떤 질문은 섬세하다. 투박해 보이지만 섬세한 사유를 요구하는 질문이 있고, 섬세해 보이는데 굳이 생각할 필요가 있나 싶게 하는 질문이 있다. 책이 던지는 질문이라고 무엇이 다를까 싶다. 좋은 책은, 저마다의 질문을 품고 있다. 아무려면 질문하는 책들…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겠는가.     



연애, 戀愛.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알고 있냐고 반문했을 때 대답보다는 슬그머니 옆으로 돌아가는 시선을 답으로 받을 때가 훨씬 더 많을 말. 단어. 개념. 혹은 견해. 


사전의 풀이는 이러하다. 성적인 매력에 이끌려 서로 좋아하여 사귐. 


그러니까 두말할 필요 없이 연애는 사랑의 하위개념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해 볼까. 몸에 어떤 떨림도 일으키지 못하는 사랑은 연애의 범주에 들어갈 수 없다. 이것은 곧 시제의 문제와 연결된다.      



즉, 연애가 현재적 경험이라면, 사랑의 연애의 앞과 뒤에 존재하는 선험적이거나 후험적인 인식, 혹은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줄리언 반스가 소설 「연애의 기억」에서 말했던 것처럼, 사랑을 이해하는 것은 심장이 식었을 때 오는 것이다. -38쪽      



그으러니까아… 사랑 아닌 연애를 소재로 다루는 장르를 볼 때 관람자가 기대하는 바는 즉 그 현재적인 설렘의 감정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겠지.     


연애, 세칭 로맨스가 가장 잘 팔리는 장르는 무엇일까. 소설, 드라마, 영화, 노래 가사. 또 뭐가 있을까. 뭐가… 있을까요? 게임? 공연예술?      



나는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뭐… 웬만한 드라마의 시놉시스는 거의 기승전로맨스 아닌가… 딱히 태클을 걸 생각은 없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다. 그런데 똑같이 연애를 소재로 다루고 있어도 드라마와 소설의 연애는 결이 확실히 다르다. 물론 여기에서 장르로서의 로맨스는 제외하고. 대중 장르로서의 로맨스 문법을 무시한 로맨스는 상업성 면에서도 참패할 뿐만 아니라 시청자(독자)의 저주에 가까운 평가를 받게 되니까 제외. 



이쯤 되면 짐작하다시피,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연애소설’ 그 자체가 아니라 연애소설에 딸려오는 온갖 부차적인 감정과 경험, 그리고 그것들이 남긴 감정적 잔해와 폐허와 기타 등등에 관한 것이랄까. 그건 서문만 읽어봐도 능히 짐작할 수가 있다.     


내가 이 책을 쓰는 이유는 사실 여기에 있다. 연애는 사랑과는 꽤나 다르고, 연애 소설은 에로티카, 로맨스, 러브 스토리 그 이상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우연히 만난 좋은 연애 소설은 다섯 개의 풍경 속으로 우리를 이끌고, 그 풍경 속 주인공들의 기쁨과 슬픔, 환희와 절망을 목격하게 한다. 그리고 이루지 못한 우리의 사랑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리하여 연애라는 진부하고 세속적인 인간의 행위가 우리 마음속 우주를 더 넓고, 더 깊게 만든다는 그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가끔 나는 믿는다. 좋은 연애 소설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고, 어쩌면 그것은 작은 구원일지 모른다고. -9쪽       

    


나는 이 책을 연애라는 사랑의 구체적 행위에 예속되는 세목들을 낱낱이 뜯어 해부하는 사전이라 말하고 싶다. 또한 철학서이며 연애라는 하나의 세계를 빈틈없이 사유한 과정과 흔적을 담은 책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두께만 보고서는 미처 짐작하지 못했는데, 밀도 또한 굉장한 책이다.      



플래그를 붙여두고 밑줄을 그은 페이지가 많기도 많았는데 결결이 아름다웠던 작가의 사유를 이곳에 다 옮겨 적을 수는 없겠다. 그런 책이 있는 법이다. 어디가 어떻게 좋았는지 하나라도 더 알려줘서 영업하고 싶어지는 책이 있고, 아주 조금만 보여주고 감춰서 궁금하게 하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에 가까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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