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 타트는, 내 머릿속에만 있는 어떤 집의 특정한 층에 머물러 있는 그런 작가였다. 참고로 같은 층에 리처드 도킨스도 함께 산다. 한마디로 아직 내가 만나보지 못한, 만나야한다고 생각만 하고 가끔 창가를 올려다보기만 하는 그런 작가들의 집. 여하간 처음으로 거길 올라가봐야겠다 마음을 제대로 먹고 빌려온 게 이 책인데... 이었는데... 이 소설에 대해 뭐라 할 수 있는 말이 아직은 생각이 안 난다. 아 딱 하나 있다. 전혀 선생다운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는 (적어도 내 기준에선) 선생을 보느라 힘들었다는 거... 정도...? 


밤에 침대에 누울 때마다 나는 이 지겨운 소형 다큐멘터리 영화의 관객이 되어야 한다. 나는 이 영화가 개인의 견해를 무시한 충실한 다큐멘터리인 데, 섬세한 장면까지 남김없이 담고 있는 데, 감정이 깡그리 배제되어 있는 데 자주 놀라고는 한다. 바로 이런 식으로, 내 머릿속의 이 영화는, 내가 체험한 것을 독자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자세하게 거울에 되비쳐내고는한다. 시간의 흐름과, 되풀이되는 상영은기억에다 원래의 경험에는 없었던 위험한 요소를 덧붙여서 경험을 살찌운다. -(2권)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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