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 7인 7색 연작 에세이 <책장 위 고양이> 1집 책장 위 고양이 1
김민섭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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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었습니다.


꽤 오래 생각해봤는데도, 재미있다는 말처럼 넓고 쉽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요. 그만큼 닳고 낡은 말이지요. 재미 포인트를 1점 획득하셨습니다, 라고 머리 위에 캡션이 딱 떠오른다고 쳐도 말이죠... 독서가 무슨 아케이드 게임도 아니고 그런 게 정해져 있을 리가요. 그러니까 그냥 재미있었다고 퉁치고 넘어가지 말고 어디가 재미있었는지를 밝혀 쓴다면 이게 나하고도 재미 케미가 맞을지 안 맞을지 좀 더 쉽게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차원에서, 나는 어디가 재미있었을까. 


딱 한 마디로 줄여 쓴다면 김혼비 작가를 발견한 책이어서 재미있었습니다. 컨셉과 주제가 명확한 기획물을 읽을 때의 제일 큰 수확은 새로운 작가를 건졌을 때... 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에 실린 김혼비 작가의 모든 글이 다 어떤 식으로든 깊은 인상이라는 마크를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백미는 뿌팟퐁커릴y한 K씨에 대해(물론 그 계기를 열어준 태국인 친구 V씨의 역할이 미미하다고 할 수 없지만) 쓴 글이거든요. 이 글이 백미인 이유는 바로 이 주제를 선정한 작가가 본업도 따로 계신 그 유명한 남궁 작가이기 때문이죠.  이것은 나를 이길 자가 없을 것이다 회심의 미소를 흘리며 낢궁캭뿌팟퐁(ㅈㄱ... 이걸 쓰는데 오타를 네 번 냈...) 이야기를 쓰셨겠지만, 혼비 작가의 뿌팟퐁커릴y 이야기에 카운트 어택을 맞고 가슴을 부여쥔 채 장렬히 쓰러졌을 것이다... 고 상상 속에서 확신하는 바입니다. 원정 경기에서 승리했을 때가 원래 더 짜릿한 법... 


두 번째 재미 포인트. 

더할 나위 없이 참신하지만, 거칠고 날카로워서 듣는 사람은 물론 말하는 사람의 고막마저 상처내는 그런 마이너스 이펙트가 없는, 의뭉스럽고 귀여운 맛도 있지만 너 까는거야, 라는 핵심은 살아있는 욕을 배울 수 있습니다. K 작가님께 감사의 꽃다발이라도 바치고 싶은 심정. 요즘 내 속을 썩이다못해 발효해서 새 미생물이라도 키워보고 싶으신건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어떤 분이 계신데(this is the person who must not be named), 이 분이 바로 그 말갈족 같아서였다는 걸... 깨우친 순간 어떤 환희가 찾아오더군요. -_- ... 이 상쾌하고, 불쾌감은 전혀 주지 않는 드립을 칠 때마다 말초신경계를 후드득 훑고 지나가는... 어떤 쾌청한 감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요. ㅎㅎㅎ 


이상을 종합해 본 결과 뭔가를 새로 얻었을 때 재미있었다고 할 만 하다는 결론을 하나 얻을 수가 있었네요. 물론 재미의 세계는 광활하기 짝이 없어 이런 잣대 하나만 찍어놓고 탐험을 마쳤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다만, 그래도 그게 뭔지 알아내려면 하나씩 파 보는 게 제일이죠. 사실 제가 궁금해서라기보다는 중딩이가 심각하게 재미가 뭘까? 라고 화두를 던지기에 생각하느라 끼적대 봤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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