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기 바로 전 주엔가 한 번은 정리해 둘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짐 싸고 집 비우고 청소하는 일이 만만치가 않았다... 몸살 안 나고 들어온 게 신기할 정도. 귀국길이 평탄한 것도 아니었다. 기사에서나 보던 닥터페이징을 요청한 것도 심장 내려앉는 일이었고 이게 여객기 맞나 싶게 텅텅 빈 기내 안에서 기적적으로 한 분의 의사 선생님이 나타나셔서 아이를 돌봐주신 것도 다 꿈(정확히 악몽)같고... 코로나 검사 받고 자가격리 시작하고 이고지고 끌고 짐들을 풀기 시작했는데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것도 금지이니 쓰레기를 안고 짐도 안고 이러고 살고 있는 게 참말 정신을 온전히 찾기 어려운 그런 난한 상황의 연속이랄까. 물론 격리는 성실히 지켜야죠. 이제 절반 갔다!


그 와중에 북마크해둔 관심신간 폴더를 뒤져보니 출국 전에 한국 집에다 주문해놓고 와서 벌써 받은 책도 있다. 헛웃음이 나온다. 남편한테 돌아오면 책 1/2은 다 정리하기로 철썩같이 약속했는데 버리긴커녕 쟁이기부터 시작하는군.



덥고 끈적끈적하고 밖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요즘 날씨에 진짜 딱일 듯. 멀고 먼 옛날 인신공양을 하던 바닷마을에서 그런 악습이 사라진 이후에 사람들이 실종되는 일들이 발생한다. 주민들은 바다가 데려간다고 믿는 듯하고, 핵심이 되는 사건은 어린 여자아이가 실종된 이후에 벌어지는 듯. 오싹한 아우라가 있는... 이야기일 것 같다. 



아무튼 시리즈를 좋아한다. (여러번 쓴 이야기지만) 이 타이틀은 최근에 내가 읽은 어떤 책에서 다룬 '내 인생의 책(-을 담은)'이라는 소재도 살짝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의 삶에서 그를 강하게 붙들고 있는 그 무엇에 관한 이야기는 내밀한 성격 때문에 어쩌다 같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독자를 만나면 스파크가 튈 수밖에 없다. 난 이런 거에 꽂혔어! 라고 신나게 떠들어주는 책이 재미없을리가...


나 그거 알아요, 나도 그런데. 이 말을 해 줄 사람이 없어 외로운 사람들에게 이 시리즈만큼 손 내밀어 주는 책들이 있을까 싶은 건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여하간 그렇게 생각한다. 현직 여성 경찰관의 '언니동생연대(왠지 이렇게 쓰고 싶다)' 이야기라니 굉장하다.



유유의 <말들>시리즈도 좋아한다. quote collection, 뭐 그런 느낌인데 유명인들의 한 말씀으로 생각을 견인해서 쓴 글들. 시리즈 중의 어떤 책들은 에세이 같고 또 어떤 책들은 논픽션 같았다. 출발선은 비슷한데 저마다 택해서 걷는 길이 다르고 내는 발자국이 다른 것도 매력이었다. 이 책도 중학생 아이에게 내밀어주고 싶다. 얘가 불과 몇 달 전에 도대체 제대로 생각한다는 게 뭐냐고~!! 라고 내지른 기억이 나서... 



우리 집 아이들은 약간 나이를 넘은 것도 같지만 5-8세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정말 좋아할 듯. 특히 공룡박사님들.



사실 원서로 가지고 있는 책이긴 한데

이 책 정말 좋아요. 아주 좋아하는 책이어서 굳이 한 번 언급하려고 번역서가 나왔길래 꾸욱.



어미로부터 마땅한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사육사의 손에서 자란 아기 북극곰 크누트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접목했다... 라고 하는데 어떤 방식의 상상일지 궁금하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순간적 동정심에 마음이 기우는 온정주의자적 상상력일까 자연의 섭리를 우선시하는 원리원칙주의자의 상상력일까. 



학부생 때 열심히 읽었던 페트로스키의 책이 다시 나왔구나. 반갑다. 선구적인 덕후가 집대성한 연필에 관한 모든 것이랄까. 표지가 하도 예뻐서 또 살까 싶을 정도.



미국에 있을 때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종이 동물원>을 빌려 읽고 완전히 넋을 놓았다. 세상에 뭐 이런 말이 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작가가 다 있지? 라는 게 첫 번째 감상. 그가 만드는 세계는 다채로운 빛깔로 채색한 화려함보다 한 두가지의 색으로 깊이를 드러내는 풍부함으로 채워져 있다. 굉장히 기대되는 책이다.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제가끔 아름답고 제나름으로 반짝인다- 이 고리타분한 명제를 간단하게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책(이라고 해야 하나).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겠다. 



이 팔레트에 짜 놓은 페인트는 떡볶이다. 같은 소재 다른 맛의 여러 편의 이야기. 작년에 <다행히, 졸업>과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를 읽으면서 이런 기획물에 열광하게 됐다. 그리고 소재가 떡볶이잖아요... -_-*



AI와 creativity를 다루는 책이라고. 창의력이 어떤 종류의 패턴이고 편집력이라고 한다면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래된 지식이건 현대적 상식이건간에 일단은 공부를 해야 대처를 할 수 있을 거다. 뭐에 대처하냐면... 그게 뭐든, 앞으로 다가올 것들에 대해. 


- TBC. 


뱀발.

읽을 책은 필요하고 책은 사놓은 것 중에서 읽는 법인데다 이제 더 이상 책값만큼의 배송비를 물어야 하는 바다 건너에 사는 게 아니니까 거리낄 것 없이 책을 사야겠다. 신나라.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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