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저로 말하자면 하루 삼시세끼를 떡볶이로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도 떡볶이를 못 먹는 날들이... 대략 일 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죠. 뭐 외국에 나와 있어도, 요즘 세상에 한인마트가 멀어봤자 뭐 얼마나 멀겠는가... 재료도 다 조달 가능할텐데, 못 먹을 이유가...? 할 수 있지만, 네 못 먹었습니다. 아예 못 먹은 건 아니구요, 그냥 좀 몹시 성에 차지 못하게 어쩌다 한 번 먹었달까. 재료 수급의 문제보다, 원래 적은 내부에 있는 법이라서 말입니다. 떡 혐오자와 살고 있거든요. 다른 건 모르겠는데 입맛에 있어서만큼은 세상 최고의 편협함과 쪼잔함을 겸비했달까. 아놔. 뭐 물론 크게 신경 안 쓰고 그냥 해 먹고 치워버리는 일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참... 다음 끼니까지... 그 궁시렁궁시렁거리는 소리가 신경을 엄청나게 긁는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일이 종종 생기거든요. 사실 좋은 점이 더 많은 분이신데 ㅋㅋ 적당히 흉봐야겠군요. 아무튼. 



이퍼브가 서비스를 종료하고 어쩌고 저쩌고해서 잠시 멘붕이 왔지만, 다른 건 몰라도 자기가 필요한 건 어떻게든 해결을 보려는 의지가 충만해지는 성격 덕분에 힘들게 뭐를 설치하고 깔고 구동시키고... 별 난리를 치고 결국 크레마를 다시 살렸습니다. 그리고 기념삼아(??) 구입한 전자책 한 권. 글자가 너무 작아서 눈이 좀 괴롭긴 했지만 그래도 못 볼 정도는 아니더라고요. 

뭣보다도 정말 재미있어서. 


여기서 재미라는 건 그냥 깔깔 웃고 물개박수 좀 치고, 아 재미있었다- 할 때의 그 재미와는 좀 다른 성분의 재미였고요. 그, 뭐지. 왜 음식을 소재로 한 책들은 굉장히 많은데, 그 책들(솔직히 기억에 남아있는) 대부분은 여러 음식들을 거론하면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눈 앞에 수평적으로 쫙- 펼쳐진 거대한 만찬 테이블이 떠오르거든요. 그런데 제목에서 읽히다시피 이 책은 떡볶이를 갖고 이야기하잖아요. 그러니까 (전에도 언급한 적 있는 것 같은데 원래 연상을 굉장히 잘 하는 타입이라서, 이미지가 없어도 눈 앞에 그냥 막 그림을 그리면서 책을 읽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뭐가 떠올랐냐하면요. 


그... 책에서도 언급된 바 있고 떡볶이 좀 먹었다 하면 누구나 알 법한 연초록의 멜라민 접시가 산더미처럼 높게 쌓여져 있고, 이 책 표지에 그려진 순정만화틱한 캐릭터가... 열심히 그 멜라민 접시를 기어올라가면서 급기야는 제일 꼭대기의 접시에 그득히 쌓여있는 떡볶이 무더기에 의기양양하게 깃발을 꽂는... 그런, 어이는 없어도 좀 귀엽게 우스운 그림이 떠오르더란 말이지요. 그리고 또 어째서인지 그 캐릭터는 너무도 당연하게 신요조씨라는 혼자만의 확신이... 그리고 떡볶이의 정상에 기어코 깃발을 꽂은 신요조님의 위풍당당한 포즈에서는 의심의 여지없는 고수의 향기가. 


웃기는 소리를 했지만 이런 엉뚱한 상상처럼 내용이 마냥 코믹하진 않습니다. 


특히 폐업을 염려한 저자의 문자에 답장을 보낸 박군네 사장님의 답문과 영스넥 주인 아주머니와의 인터뷰는, 마음이... 그냥 짠해져요. 타인의 염려를 고마워하는 사람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고통을 겪어본 사람이 남의 고통을 안다고, 불량스럽고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괜스리 마음을 한 번 더 써 주는 그런 분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가요. 

역시 주연인 떡볶이는 곳곳에서 맛을 갈아입으며 제 기량을 뽐내고 있지만 그보다, 역시 떡볶이를 둘러싸고 동그랗게 모여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습니다. 물론 기회가 된다면 여기서 등장한 달인들의 떡볶이를 꼭 맛보고 싶기도 하고요. 


도대체 떡볶이를 잘 만드는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가요. 점심에 떡볶이를 해 먹어야 하려나. 남편이야 뭐라건 말건 (아니 왜 남편 회사는 계속 재택근무를 시키는 걸까요????!!!!!) 우리집에는 떡볶이 애호 인구가 절대 다수니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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