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권의 기억 데이터에서 너에게 어울리는 딱 한 권을 추천해줄게 - 책을 무기로 나만의 여행을 떠난 도쿄 서점원의 1년
하나다 나나코 지음, 구수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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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블로그를 훑어보는 기분이었다는 거죠...

책 한 권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어려운 일인지 짐작은 가지만 (책을 쓰는 것도 아니고 번역하는 것만으로도 머리 쥐어뜯는 사람을 아주 가까이서 봤어서), 그래도 책으로 출판하는 것은 어떤 종류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아주 빵빵 터지게 해서 엄청 웃게 해주든가, 나만 이런 생각을 감정을 갖고 있는 게 아니었구나 위로를 얻고 연대를 느끼게 하든가, 전혀 몰랐던 새로운 지식을 전해준다든가, 편협했던 생각의 방에 문짝을 하나 더 달아 다른 시야를 틔워준다든가,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든가... 뭐 많잖아요. 


가다 만 느낌입니다. 힘들었구나? 알겠어. 그런데 뭐가 어째서 그렇게 힘들었던건지 솔직히 얘기해서 공감을 얻으려는 시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나 되게 힘들었는데, 그래서 이렇게저렇게 나름의 시도를 해서 어떤 돌파구를 찾았어. 이런 프로젝트를 해봤는데, 재미있었고 보람도 있었어. 라는 굉장히 일차원적인 이야기를 들어준 기분이예요. 심하게 말해서 초등학교 저학년이 쓴 일기와 비슷했습니다. 오늘은 뭐뭐해서 이러저러한 날이다. 그래서 이러이러한 것을 했다.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도 보람있는(내지는 재미있는 하루였다. 어쩌라고요?

솔직히 말해 소재와 기획은 아주 참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어떤 책을, 어떤 이유로 추천하게 되는 것인지가 아주 궁금했거든요. 책 소개도 좀 잘 되어 있으면 더 좋겠다는 기대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 중요한 부분은 너무나 기대 이하이고... 개연성도 없는 거 아닌가 싶고. 만남 사이트로 만나게 된 사람들에 대한 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그것도 정말 서점원 출신이 쓴 게 맞을까 싶을 정도로 실망스럽고. 


이렇게 대놓고 '실망스럽다'고 적는 리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사실 책을 사고 읽고 그러다보면 기대 이하인 책은 얼마든지 만나게 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처음으로(마지막이기를 바라지만) 이렇게 궁시렁대는 이유를 강변하자면 책값에 필적하는 배송료를 지불하고 바다 건너에서 받아서 그렇습니다. 책값에 비등한 배송료를 내고 한껏 기대한 책을 펼쳤는데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다르면 누군들 짜증스럽지 않겠어요. 책을 구입할 예정이 있으신 분들 참고되시길 바라요. 좋아하는 출판사인데 어째 이 책은 좀... 에러인 듯한 느낌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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