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딱 이 주일 남짓 되었다. 남의 나라 살이가 처음은 아니지만, 나는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모든 생활 환경이 자동적으로 마련되었던 옛날과 달리 이제는 내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어른의 입장이 되었다. 책임질 일만 뵈는 입장에서 주거지를 이렇게 먼 곳으로 옮긴다는 건 얼마나 많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일인지... 몸살이 나지 않은 게 신기할 것 같은 시간들과 싸우면서 버티고 보니 이제 좀 숨을 돌릴 만하게 되었다.
여기 사는 동안만큼은 한국에서 책 주문해서 보지 말아야지, 굳은 결심을 했었는데 불과 일주일만에 굳다, 라는 단어의 뿌리와 의미를 곱씹어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싶게 냉큼 주문을 넣고 말았다. 먼 나라까지 배송하자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무게를 가격에 반영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고, 무료로 받자면 길고 긴 선박배송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히 감수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여기엔 도저히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는데, 그거슨 바로 세일즈 텍스...
내가 내 나라에서 책 파는 서점에서 책 주문해서 받는데 왜 니네 주에 세금을 내야하니... 것도 10%에 달하는 세금을 왜때문에 내야하는데, 라고 부르짖고 싶으나 나름 문명인의 체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 자제하자. 그래도 그렇지. 이 어마무지한 세금과 무게에 덧붙은 추가금액을 대략 합산해 보면, 한국에서 샀다면 지불할 필요가 없었을 30,000원이 추가로 나갔다는 가슴아픈 사실로 실컷 속이 쓰리게 된다.
이미 발송이 시작됐다는 주문서 메일을 다시 읽어보면서 주문목록을 찬찬히 다시 살펴본다. 이제서야 드는 생각,
이게 그다지도 긴급하게 30,000원을 토하면서까지 구입했어야 할 것들이었을까... ㅎㅎㅎ
후회해도 늦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