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외국을 오가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타인과의 관계에 고민이 많았다. 누군가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늘 '바람이 지나갈 자리' 정도의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듣자마자 내가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꼬집은 말이라며 무릎을 탁 쳤다. -54쪽

 

나이를 먹으면 인간관계가 쉬워질 줄 알았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나이를 먹을수록 이건 이래야지, 저건 저래야지라는 나름의 기준을 갖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나도 그렇고 남도 그렇더라. 이건 세상 무너져도 이래야 돼, 그런 사람과 말을 섞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하루의 피로도가 증가하는지... 모두가 겪어본 일 아닐까. 20대때 그런 사람과 잠깐 가까이 지냈던 적이 있다. 뭘 몰라서였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줄기차게 전화해서 너 왜 전화 안 해, 우리 친구잖아. 연락도 안 하고 그러면 돼? ... 이걸 사 년을 꼬박 겪다가 아 내가 호구 등신이었구나를 그제서야 깨닫고 욕을 한바가지 얻어먹은 값으로 정리했던 그 옛날의 기억도 더불어 떠오른다.

아쉬울 때만 연락하는 얌체쟁이도 싫지만 허구헌날 전화통 붙잡고 늘어지는 분들도 사양하고 싶어지는 요즈음.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내가 뭘 굳이 이런저런 걸 다 견뎌가며 받아줘야하나... 그런 생각이 든다. 애들 받아주는 것만도 힘들어 나가떨어지겠는데.

 

뱀발.

이 카테고리를 죽 쓰다보니 이런 방식으로 나라는 사람이 드러나는구나를 깨닫게 된다. 우스운 건 그게 나도 몰랐던 부분이기도 하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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