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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색 헤드라이트 -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림 작가 이현미의 적당히 나른한 행복에 관한 이야기
이현미 지음 / 북핀 / 2022년 3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0328/pimg_7015721183359205.jpg)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저자의 사적인 글이 담겨있다고 한 책이다.
일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부끄러울 정도로 말이다.
사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찌보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자꾸 알고싶고 읽고싶어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어떤 이야기든 좋으니 말이다.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 같다.
나 역시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내 생각을 곁들여보기도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고 다른 방향으로도 생각을 펼쳐볼 수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시작 전에 사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어 꽤나 부끄러워한 저자의 이야기가 너무도 궁금했다.
벌써부터 상큼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책 제목처럼 말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제주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귤향이 느껴지는 듯 했다.
모든 이야기가 잔잔하고 조용했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과 만나는 듯한 그런 시원한 숲속에서 거니는 그런 느낌 말이다.
나에게 흥미있는 글은 고사리 장마였다.
자세하게 들어보는 건 처음이었던 고사리 채취에 대한 이야기, 마냥 재밌어 보이고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지막엔 길을 잃기도 한다며 안전을 위해 잘 알아야 한다고 했을 땐 진짜 살아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 많다는 생각도 했다.
어찌보면 그 시기에만 채취할 수 있는 것들이라 더 소중한 시간이고 이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비 오는 날 수영, 이 글을 읽자마자 나 또한 비가 내리던 날 수영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마냥 신나서 비가 오는데도 물 속이니 젖을 일이 없다고 신나서 수영하던 모습이 말이다.
어렸을 땐 마냥 모든게 행복했는데 요즘은 무슨 생각이 이리도 많을까 싶다.
적당히 생각하려고 하다가도 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져간다.
그래서 한동안 이런 내가 너무나도 불안정하고 힘들어서 일기를 썼던 기억이 난다.
모든 기억과 일을 다 나열하고나면 훨씬 편안해졌었다.
그걸 한 5년 넘게 하고나니까 편안해져서 손을 놓았는데 요즘 문득 다시 써야하나 싶었다.
다시 시작된 불안감이 조금이라도 느껴지기 시작해서 그랬던 것 같다.
저자의 글을 읽고나니 어찌보면 저자도 그렇지만 나 역시도 글을 쓰면서 위로도 받고 생각을 정리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렇게 마음 따뜻해지는 글을 읽게됐을지도 모를일이다.
봄으로 시작해서 겨울로 이어져 다시 봄이 오는 것처럼 지금의 계절에 딱 필요한 글이었던 것 같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제주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었지만 저자의 첫 말대로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듯 재미가 있었다.
그냥 사소한 이런 이야기들이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런 일들이 너무 차분하고 편안하게 느껴졌었다.
최근의 나를 돌이켜보면 너무도 바쁘고 치열하게 매일을 빨리빨리 뭐든 완벽하게 해내려고 스트레스받아하며 하루를 즐기지 못하는 삶을 보내고 있던 내가 조금은 불쌍했다.
책도 좀 읽고 이런 이야기들로 스트레스 해소도 하며 나에게 조금 더 좋은 걸 주려고 노력해야겠고 생각했다.
좋은 이야기는 좋은 나를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