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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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주제들을 어쩜 이렇게 잘 버무려 곰삭은 김장김치 같은 소설을 썼을까?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 이였다.

 

주인공 동구의 여동생이 태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70년대 후반, 산동네를 배경으로 동구의 가족과 이웃들이 사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있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고부갈등, 가부장적인 아버지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동구는 집안의 장남이지만, 오히려 어린 여동생에게 식구들의 사랑과 관심을 뺏겼다. 의젓한 동구는 그런 동생을 질투 하기는 커녕 너무나 사랑했다. 총명하고 집안의 기쁨인 동생이 자랑스러웠다.

까탈스럽고 입이 거친 할머니에게 덜 떨어진 놈이라고 구박만 받던 동구는 첫사랑 박선생님 덕분에 글씨를 읽게 되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동구가 사랑한 사람들은 불의의 사고로 동구의 곁을 떠나게 된다.

 

가족의 위기 속에서 동구는 어리지만 오히려 어른들보다 더 지혜롭게 상황을 해결해 나간다. 미워했던 가족들의 불완전함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다고, 누구나 어른스러움을 지닐 순 없다. 우리는 나약하고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니깐... 부모님의 무기력한 모습을 본 동구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모두를 미워했던 마음을 버렸다.

 

삼층집의 정원은 비싼 나무들 때문이 아니라, 주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한 나무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우리는 불완전하기에 아름다운 정원을 이루려고 서로 어울려 사는 것이다.

 

300쪽 분량의 소설 속에 다양하고 입체적인 인물들과 사건들이 가득하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붙잡고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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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위 스님의 가벼운 밥상
정위스님.이나래 지음 / 중앙M&B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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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자락의 현대적인 사찰 ‘길상사’에는 솜씨 좋은 스님 한분이 계신다. 사찰과 현대적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길상사’는 한옥이 아닌 현대식으로 지은 3층 건물의 사찰이다. 절의 담벼락과 대문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솜씨가 엿보인다.

취재차 우연히 그곳을 방문했던 기자는 정위 스님의 솜씨에 흠뻑 빠졌다. 몇 년째 정위 스님을 귀찮게 쫓아다니며 비법을 전수 받았다. 덕분에 이렇게 책으로도 출간되어 나까지 눈 호강을 했다.

불교의 교리 같은 것은 잘 모르지만 가끔 TV 다큐에서 보는 스님들은 항상 절제와 절약, 청빈한 삶을 사시는 것 같다. 육식을 전혀 하지 않는 절밥 역시 웰빙의 모범 밥상이다. “별거 없어요” 하시는 정위 스님의 음식 역시 간단한 레시피이지만 자연의 맛을 충분히 살려 입맛을 돌게 만든다. 그리고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과 스타일링이 음식의 멋과 맛을 더 살려 주는 것 같다. 정갈 하면서 멋스러운 음식 사진들이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여름 밑반찬과 다과상 차림이 특히 도움이 되었다.

길상사 건물 지하에 만든 ‘지대방’ 카페와 그곳에서 열린 전시회 기획 등을 통해 정위 스님의 예술적 능력까지 엿볼 수 있었다. 기자의 말대로 스님은 길상사의 아트 디렉터이다.

꺽여진 꽃 한 송이도 멋진 꽃꽂이로 다시 살려내고, 자신과 인연이 닿은 물건이라면 10년, 20년 소중히 아껴 쓰는 스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너무나 풍요로워 쉽게 쓰고, 쉽게 버리는 우리는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정위스님의 삶을 배워야 한다. 오늘 하루, 얼마나 허비하며 살았는지 나부터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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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그릇 - 디시홀릭 셰프의 미식 탐구생활
김광선 지음 / 모요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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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파스타>의 영향으로 ‘셰프’라는 단어가 익숙해졌다. ‘주방장’이라는 말보다 더 세련되고 전문적인 느낌이다. 버럭 셰프 이선균처럼 까칠한 셰프들은 어떤 그릇을 선택할까?

<셰프의 그릇>이라는 제목만으로도 기대가 되는 책이다. 음식 맛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예쁘고 특이한 그릇에 담겨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식탁분위기가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푸드 스타일링을 하는 저자가 일본으로 떠난 미식여행, 비즈니스 때문에 가게 된 시카고(하우스웨어 박람회), 우리나라의 맛집을 통해 그릇을 보여준다. 개인적인 여행과 일을 하면서 이렇게 책까지 펴내니 일석이조인 것 같다.

일본의 그릇은 정갈하다. 소박하면서도 단정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릇문화는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인데 이렇게 자신들의 문화로 키워온 것을 보면 질투도 난다. 우리나라에서 일식이 유행하면서 일본식 식기도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 한식 상차림에서도 잘 어울린다. 책속에 사진을 보면서 탐나는 그릇이 많다.

우리나라의 맛집 중에서는 <산촌>의 목기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메뉴가 일단 건강식이지만 목기로 차려진 테이블은 보기만 해도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글이 잘 읽혀지지 않는 느낌이라서, 사진부터 주르륵 훑어보았다. 사진만 보아도 눈이 즐거웠다. 일류 셰프들의 멋진 요리와 스타일링을 보는 것만도 좋다. 이정도면 요리도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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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라이프 - 카모메 식당, 그들의 따뜻한 식탁 Life 라이프 1
이이지마 나미 지음, 오오에 히로유키 사진 / 시드페이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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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드라마와 영화는 모두 이 책의 저자와 관련이 있다. <카모메 식당>, <안경>, <남극의 쉐프>, <심야식당>의 요리가 모두 그녀의 작품이다.

소박하면서 따뜻하고 정갈한 스타일링이 그녀 요리의 매력인 것 같다. 제목만 보아서는 <카모메 식당>의 요리만 소개되었을 것 같지만, 그녀가 연출했던 다른 작품 속 요리들도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일본 가정에서 익숙하게 먹는 음식들도 소개하고 있다.

역시나 사진 속 음식과 테이블 스타일링이 너무 마음에 든다. 간단한 레시피도 나와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짧은 에피소드를 곁들인 이런 요리 에세이가 단순히 요리 레시피만 소개된 책보다 훨씬 재미가 있다. 중간 중간에 다른 작가들의 음식 에세이도 소개되어있다. 그중 요시모토 바나나의 카레라이스에 관한 카르마를 재미있게 읽었다.

<카모메 식당>에서 본 쇼가야키, <남극의 쉐프>에서 본 어설픈 가라아케, <심야식당>의 메인 메뉴 돈지루... 다 먹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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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마을 느리게 걷기
최상운 지음 / 북웨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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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읽는 중이다.
로마사의 방대한 이야기인 그 시리즈를 읽다보니, 쉬엄쉬엄 읽을 수 있는 책 한권이 필요했다.
지중해 국가들의 흥망성쇠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나도 그 시대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금 당장 그리스 로마 시대의 배경인 그 땅으로 가고 싶어졌다.
대리만족으로 여행서라도 찾아보자 싶어 택한 책이다. 

로마가 속한 이탈리아 반도와 한니발 군이 넘었던 알프스 산맥, 이온음료가 떠오르는 그리스, 멸망한 카르타고의 땅 튀니지와 형제의 나라 터키 등 지중해 연안의 나라들을 여행한 기록이다.
사진을 전공한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한 가슴이 시원해진다.

미코노스의 예쁜 카페에서 시원한 지중해의 바람이 불어온다.
바에자의 적막한 골목에서 삐쩍 마른 개 한 마리가 내 곁을 스쳐간다.
그라스의 향수 공장에서 향기에 집착하는 섬뜩한 소년을 만난다.

느리게 걷기란 제목처럼 느리게, 느리게 읽어 나갔다.
사진이 페이지의 반인, 후딱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일부러 며칠에 걸쳐 읽었다.
마치 내가 직접 여행하듯 한나라, 한나라 뜸을 들여가며 읽었다.
황사로 뿌연 이 봄날, 지중해의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더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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