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의 겨울
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이상해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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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프랑스인이 속초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썼다.
놀랄만한 사건급은 아니었으나, 무슨 연유에서 한국작가들도 채택하지 않는 장소를 활용하고, 굳이 제목에 까지 썼을까. 이 독서의 출발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뒤사팽의 아버지는 프랑스인이고, 어머니는 한국인이다.
자전적 요소가 강하게 배어있는 소설이어서
주인공 ‘나‘는, 뒤사팽 본인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위의 사실을 애써 배제하고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최근에 종합병원에 며칠 다녀갈 일이 있어,
아픈 이들을 하릴없이 많이 바라보았는데,
이방인으로써 편견과 부딪히며 살아온 ‘나‘의 아픔은
몸이 불편한 이들의 그것과 어떻게 다를까.
짐작이 잘 되지 않는다.

덧.
2016년 11월에 초판이 발행되었고, 이년여 만에 개정판이 발행되어서 구하여 읽었는데, 알라딘에서 아직은 개정판은 검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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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의 진입로에는 화살표가 거의 사라져 있었다.

후진기어를 넣고 비상등을 켠 채 조심스레 잘못 들어선 길을
되돌아 나오는 십여초,
일부러 창을 열고 거친 비속어를 내뱉는 그 기사를 보며
실수한 당사자인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할거면
왜 그리 상스러운 말만 허공에 내뱉는지,

평범하고 진부한 말을 갖다대본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이다.
(여기까지가 어제 있었던 일 ^^;)

정치인, 그 중에도 현직대통령을 다룬 책이라
그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과는 또 결이 다르게
북플에 어떤 식으로 후기를 남길지 고민하다
이삼일이 흘러버린 것 같다.
이 책은 알라딘에 카테고리가 자기계발로 분류되어있는데,
평소에 잘 고르는 선택지가 아니고, 이러한 선입견 때문에
그동안 문재인대통령을 다룬 다른책에 비해
기대치도 낮았다.

생각보다는 건질게 많았다.
아래에 소개한 내가 읽었던 문재인책은
다른이가 쓴 문재인인데,
문재인의 말하기에는, 그가 최근까지 직접 한 말들이
파란색 원문으로 소개되어있어
저자의 화법에 대한 주장과 별개로
문재인식 말하기와,

그의 인격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말에서 그의 인품이 보인다.

정치적으로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다르고
문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중에는
내 생각과 다른 것들이 있게으나,
그가 5년간의 계약직 공무원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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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만난 역사 창비청소년문고 16
김대현.신지영 지음 / 창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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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고‘라고 가까이 하지않을 이유가 없다.
창비에서 만든 청소년문고 시리즈 16.
≪법정에서 만난 역사≫

나의 학창시절에 비하면
요즘에는 읽을만한 책이 정말 많다고 느끼는데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하는 교과서를
이처럼 잘 보완해 주는 책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

전공서적이나 성인용으로 분류된 책의 현학적인 표현,
번역서의 애매모호한 번역체에 괴롭힘을 당하다
문장과 문장사이에서 길을 잃어본 적이 있다면,
가끔 청소년으로 분류된 책을 읽어보시길.

이 책은 사실 제목이 주는 인상으로는
세계사의 흐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주요한 재판과정을 기술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법정이라는 단어에 크게 얽메이지 않아도 좋으며,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그 기초적인 흐름과
그 의의를 살펴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고등학생들은 어떤 세계사를 공부하는지 모르겠지만
찰리채플린과 체 게바라를 통해
세계사를 읽어내려가는 것,
그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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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 걸었다 - 뮌스터 걸어본다 5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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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뮌스터의 외로운 길들을 ‘너 없이‘ 걸었을 작가는 얼마나 쓸쓸했을까요.

진주에 다녀온 지 이주쯤 되었습니다. 이 도시가
작가가 나고 자란 곳임은 부고를 접하고 이 책을 잡은 뒤에야 알았네요.
진주성 성벽에 붙어서서 바라보았던 오후의 강과 햇볕을,
작가도 그리워 했겠지요.

.........................
물이 흐르는 도시.
내 고향 도시의 한복판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아주 어렸을 적 강안에서 오랫동안 놀기도 했다. 몇 초 전에 나를 지나간 물이 지금 내가 바라보는 물이 아니라는 것을 강의 흐름은 내게 가르쳐주었다는 말과 같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로 보이는 강의 흐름을 아주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흐름이 동일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잦아지다가 다시 몰려가기도 하고 물결이 싣고 가는 햇빛, 구름, 바람도 그때그때 달랐다. 나는 같아 보이는 이 모든 것이 사실은 너무나 개별적인 시간의 것이라는 것도 그때 배웠다. (p.183)
.........................

작가가 뮌스터에서 한 공부는 문학은 아니었다 합니다.
읽기와 쓰기는 그저 생활이었겠지요.
중후반부에 소개된 다음과 같은 글은,
그래도 작가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풍경들이
먼 타향에도 존재했고, 부러움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
작가 이름만 알려주면 그 작가의 고조할아버지부터 젊은 시절 발표했다가 절판된 책까지 줄줄 외고 있었던 키 작고 붉은 머리칼을 가진 엘렌씨가 하던 서점(엘렌 씨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 출간되었음을 미처 모른 내가 다른 책들 앞에서 머뭇거릴 때면 슬며시 다가와서 그 작가의 신간을 내게 들이밀곤 했다. 그녀는 내가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지, 심지어 어떤 작가의 어떤 시절의 작품을 좋아하는지도 어림짐작할 줄 알았다). (p.172)
.........................

책에 담기지 않은 작가의 생각과 마음을,
이제 새로이 발표하는 글로는 접할 수 없음에 안타깝습니다.
지상에 별들과 같은 언어를 쏟아내고 간 허수경작가.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덧. 마음을 울렸던 글귀.
십여 년 찾지 않았던 서울을 방문했을 때, 어떤 선배가 작가에게 남겼다는 말.

"자주 지나다니는 길은 잊어버릴 수 없어. 우리가 잊어버릴 수 없는 이유는 마음속에서 서로 자주 지나다녔기 때문이야."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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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창비시선 411
신용목 지음 / 창비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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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터에서 먼 창




내가 가장 훔치고 싶은 재주는 어둠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저녁의 오래된 기술.

불현듯 네 방 창에 불이 들어와, 어둠의 벽돌 한장이 차갑게 깨져도
허물어지지 않는 밤의 건축술.

검은 물속에 숨어 오래 숨을 참는 사람처럼,

내가 가진 재주는 어둠이 깨진 자리에 정확한 크기로 박히는, 슬픔의 오래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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