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MF 키즈의 생애 - 안은별 인터뷰집
안은별 지음 / 코난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97년, 우리 반에도 몇 명의 아이들이 경주행 수학여행에 참석하지 않았다. 네다섯 정도였나, 더 많았나?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 친구들이 안가니까 나도 따라서 안갔다. 그것도 말을 못해서 질질 끌다가 배가 아프네 뭐하네 하면서 엄마와 담임 선생님을 당황시키며 출발 당일 아침에 불참했다. 별 일 없었다. 그냥 도서관으로 등교했다. 그 이후에도 공무원 아버지와 전업주부 엄마를 둔, 외환위기에도 잘 살아남은 무난한 집 아이였다. 그게 피부에 와닿지 않을 나이였고, 직접적인 피해자가 눈에 보이는 위치에 있지 않았으므로 그걸 금세 잊었다. 친척들 사이에 이야기가 많았지만, 우리에게 자세히 이야기 해주지는 않았다. 아빠가 돌아가신 것이 2000년이고, 그게 큰 충격이어서 그랬나, 정말 그때 기억이 별로 없다. 나는 인터뷰어가 제시하는 어떤 카테고리에 딱 떨어지게 들어맞지는 않는 그냥 잘 살아남은 사람이지만, 인터뷰를 읽으며 내내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은 무엇이지?’ 생각했다.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시간을 겪은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한 길을 가는지, 참 당연한 명제 앞에 서있는데 그게 또 교묘하게 꼬이고 꼬여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IMF키즈가 제목이지만, 도식, 사교육, 가족과 결혼, 일, 젠더, SNS가 키워드다. 한계도 있지만, 그것을 잘 성찰한 서문이 좋다. 충분히 공감한 뒤에 책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즐겨찾기에 살포시 넣어두고 김괜저씨의 블로그에서 글을 읽던 재미, 홍스시 언니와 만났던 서울대입구의 그 밥집이 생각난다. 그때 혼자 가면 ‘오늘은 혼자 오셨네요?’하고 인사해 주셨는데. 인터뷰를 읽으면서 그분이 그분이라는 확신에 확신을 거듭한다. 괜히 또 만나보고 싶어서 검색을 했다. 인스타에 그분이 설대입구에서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관련 계정이 있다고 하던데, 인스타 실력이 짧아 검색이 잘 안된다. 아시는 분 저좀 알려주세요. 굽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