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람에게 매달린 것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심상정 후보에게 보인 그의 애정 때문이었다. 그의 ‘망국 선언문‘과 ‘전태일들‘ 때문에 그를, 그리고 그의 글을 읽었다 생각했는데 정작 긴 소설을 읽은 적은 없었다. <소수의견>과 <디 마이너스>를 읽었다. 처음에는 문장이 경쾌하다거나 깔끔하다거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읽는 중간에 모두 잊었다.
문장의 힘으로 밀어내는 소설이 아니다. 끝없는 생각과 취재 속에 마음을 찌르는 것이 있다. 그의 글에는 현실의 사건과 그 사건을 살아낸 사람이 있다.
‘형사 전문 변호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 개연성이다. 사실에 관심을 갖는 것은 소설가다. 소설가가 하는 일은 특정한 기회에 특정한 사람이 무엇을 했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변호사는 추정된 상황에서 평번한 사람이 행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일을 보여 줄 뿐이고, 아무도 변호사가 그 이상의 일을 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 리처드 휴스, <자메이카의 열풍> 중에서‘
손아람은 소설가의 일을 하고 있다. 개연성이니 문장이니 시대이니 다 모르겠다. 그의 글에는 특정한 기회에 특정한 사람이 무엇을 했는가가 들어있다. 그래서 안쪽에서 사람을 흔든다.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서. 반복되는 도입의 오래 되었지만 늘 신선한 방법, 기억으로 읽는 이를 안내했다가 다시 현실로 끄집어내는 능력. 나는 2017년 6월을 손아람으로 기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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