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어공주]를 보면 조연순씨의 어린 남동생이 뭍에서 편지를 보내는 장면이 있다. 우체부 박해일을 한번이라도 더 마주치기 위해 누나인 연순이가 그리 시킨 것이다. '혼자 객지에 나가 공부하느라 외로움을 타는 남동생(?)'이 누나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은 단 한 줄,

"조연순 바보"

나도 오늘 편지를 써야 한다. 군대 간 남동생에게.

지금 훈련소에서 뺑이 치고 있을, (집안 내력인지 -.-) 여자 친구도 없고 편지 써줄만한 친구들도 죄다 군대에 있는 불쌍한 남동생에게 오늘쯤 편지를 한 통 써줘야 훈련소 나오기 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지난 번 "제발 편지 좀 써달라~~"고 절규하는 내용의 동생 편지가 집에 당도한 이후에 매일 같이 한 통씩 편지를 쓰시고 있다. 대체 무슨 할 얘기가 그리 많으신 걸까? 분명 매번 똑같은 이야기 - 밥 잘 먹어라, 건강해라, 말 잘 들어라 - 이런 것이겠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태어나서 이제껏 동생에게 편지란 걸 써본 적이 없다. 그럴 것이 동생이 태어났을 때 나는 이미 초등학교 1학년. 내 깐에 난 늘 어른이었고, 동생은 아기 - 동생과 나는 레벨 자체가 달랐다. 이미 친구들이 더 좋아진 나이에 동생보기는 곤욕이었으며, 그애가 학교에 들어갈 즈음엔 중학생이랍시고 사춘기를 겪고 있었으니... 남매가 딱히 돈독한 정을 쌓을 틈이 없었다. 게다가 내가 철이 들어 동생을 챙길만한 나이에는 집에서 떨어져 나와 이제껏 살았다. 난 가끔 재미없는 잔소리나 해대는 소원한 누이였다.

그러던 동생에게 편지를 쓰려니 무얼 써야 할꼬. 난 잘 산다, 너도 잘 살아라는 안부도 다섯 줄이면 넉넉하고 - 이미 첫번째 편지에서 좋은 말은 다 써버렸다 -.- ... 오늘도 하릴없이 '웃긴대학'을 30분 동안 뒤졌다. 지난 번처럼 유머라도 모아서 장수를 채워야곘다는 속셈이다.

하지만 그것도 쉬운게 아니다. 유머 사이트 중 가장 잘 나간다는 '웃긴대학'을 암만 찾아봐도 잼난 얘기 한 개가 없다. 죄다 스크롤의 압박에 뷁스런 말장난만 있는데도 추천이 수십이라 주간베스트.. 차라리 알라딘 마을에 올라오는 글들이 더 재밌겠건만, 가뜩이나 단순한 남동생이 앞뒤 사연 헤아려 즐겨줄 리가 만무하다. 에고.. 22세, 지적수준 보통(이하..?), 단순무식 군인 아저씨의 수준은 어떻게 맞춰야 할까.

오늘 겨우 찾은 유머는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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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요금 적게 내는 법

오늘 이렇게 본인의 노하우를 시원하게 밝히기까지 많은 고민이 따랐으나 현 서울시내 버스요금이 그들의 서비스에 비하여 현저하게 높게 책정된것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이렇게 공개하게 되었다...
라고 하고싶지만 그냥 돈이 없다ㅡ_-a

자 그럼 본인의 노하우 시작~

일단 뭐니뭐니해도 표정관리... 돈을 300원만 넣으면서 태연한 표정을 지을 수 없는 그대는 연습하라!!

평생 살면서 두고두고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평소에 100원짜리, 10원짜리를 많이 준비해가지고 다니자ㅡ_-a

특히 50원짜리는 매우 유용한데 100, 500원짜리와 색깔은 똑같으면서 2배, 혹은 10배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

기사아저씨가 그 수많은 동전들을 세는동안 우린 이미 인파에 파묻힌지 오래다.. 우하하핫!!

요금통에 집어넣을땐 최대한 힘있게 뿌리자-_-!!!

기사아저씨의 동체시력이 따라올 수 없을정도로ㅡ_-.. 그리고 잽싸게 버스 뒷쪽으로 들어가자;

좌석버스를 탈땐 지폐를 접어 그안에 동전을 넣자-_-*

천원짜리를 한번, 두번 접으면 동전을 그 안에 집어넣을 수 있다. 후훗... 양심상 50원짜리 두개정도 넣어주자-_-*

잔돈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버스가 오면 일단 타서 동전을 찾는척 시간을 끌자-_-

버스가 출발하면 그때 양심껏 적당한 돈을 넣어주자... 아저씨는 이미 운전중이라 신경쓰기 힘들다.(신호등에 걸리면 낭패)

줄서서 기다릴때 맨 앞에 서지 말자...

다른사람들이 먼저 요금을 지불한 다음에 내가 돈을 내야 돈들이 잘 섞이기 땜에 그만큼 걸릴확률이 줄어든다-_-*

요금을 넣는 동시에 뭔가 질문을 하자.

아저씨 이거 XX가는 버스 맞죠? (동시에 요금지불-_-)

예 맞습니다~  / 감사합니다~ / 아저씨 빨리 출발~

무일푼일땐 때론 그냥도 타보자-_-오히려 이런경우 의외로 잘 먹힌다.

요금 안내냐고 하면 앞사람이 냈다고 하자-_-.. 그래도 안돼면 뒷사람이..;; 그래도 안돼면 얼굴을 가리고 뛰어내리....;; 쿨럭;

하지만 이렇듯 능수능란하던 나조차도 놀라게 만든 고수승객이 있었으니....

뒷문으로 승차하던 그 아저씨를 난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_-;; 동시에 나와같이 매우 놀라던 그 수많은 승객들... 그의 두둑한 배짱에 배짱이도 배가 홀쭉해졌으리라...(유치하군-_-)

이렇듯 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그래도 역시 제대로된 요금을 지불하는것이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_+샤방~

돈이 정 없을때도 기사분께 정직하게 말하면 대부분 다 태워주더라.. 극소수를 제외한-_ㅡ;;
모두들 즐거운 무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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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이모티콘의 압박이다.
이걸로 웃어줄까? 웃어줘야 할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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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7-21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고3 때 오빠가 군대에 갔거든요. 독서실에서 학교에서 편지 참 많이 썼죠.. 10장 넘는 건 기본... 공부하는데 이따만한 벌레가 날아와서 무서웠다는 둥.. 참 별거 아닌 얘기까지 다 쓰고 그림 그려넣고..
그러다 대학 입학 후. 단 한통의 편지도 보내지 않았다는 .... - _ - v

sunnyside 2004-07-21 0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시네요. 편지를 열 장이나? (고3이? ^^; )
저도 친구들이 군대 갔을 때는 감정도 좀 잡아서 편지를 곧잘 썼었는데... 동생한테 편지 쓰는 일은 으.. 정말 어렵네요.

미완성 2004-07-21 0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기들이 군대갔을 때가 생각이 나는군요......아, 삼삼합니다.
어찌나 쓰기 싫었던지, 그때 유포스트라고, 인터넷무료우체국이 있었거든요. 그냥 시나 뭐 아무튼 흰 종이를 채울 수 있는 건 뭐든 찾아내서 타이프치고 애들에게 보냈었죠. 아, 그땐 정말 편했는데....
sunnyside님, 고생이 많으십니다...으어...

mannerist 2004-07-21 0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그 정성이 어딥니까. 나중에 안경벗은 순정만화 주인공스런 사진 한 번 보내세요. 보나마나 자대 배치받으면 '누나 있냐?' 질문받을텐데요, 그때 자랑스럽게 내밀 수 있도록이요. 누가 압니까. 동생분의 고참과 로맨스가 이루어질지. =)

水巖 2004-07-21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니님, 편지 자주 해 주세요. 군대에선 그 낙(樂)밖에 없더라고요. 자기 편지 없을 때 얼마나 서운한지 그 시절이 없는 사람들은 이해도 못 할거에요.

sunnyside 2004-07-21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멍든사과님, 맞습니다. 저 고생해요... 으어...
매너님, 푸하하 동생 고참이라 해봤자 또 동생뻘 아니겠숨니까? 누나 나이 좀 내려서 속이면 동생 군생활이 편해질까요?
수암님, 그러게요. 그 심정이 조금 이해될 것도 같아서 자주 쓰려고 하는데, 잘 되진 않네요. ^^;

nutmeg 2004-07-21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친구의 남친이 군대에 갔는데, 이 친구야말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편지를 쓰기 싫어하는 타입이었어요. 하지만 남친이 군대에 갔으니 편지를 안 보낼 수는 없고, 하여 친구들에게 돌아가면서 편지를 쓰라고 시켰습니다. 이번 주는 김 양이, 다음 주는 이 양이, 그 다음 주는 정 양이, 그 다음 주는 양 양이... 만만한 친구 넷이서 피눈물 흘려가며 한 달에 한 번씩 편지를 썼었네요. 그 덕분이라 하긴 뭣하지만 결국 그들은 결혼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가끔 그 남편은 '그 때 네가 편지에 ~라고 썼잖아, 진짜 유치했어'라고 착한 친구들을 타박까지 하면서요 ㅠ.ㅠ

sunnyside 2004-07-2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그 친구분도 대단하네요. 웬만하면 그냥 써주지... ^^;
예린님은 뭐라면서 편지를 쓰셨을지 궁금하네요. ^^

찌리릿 2004-07-2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써니사이드님... 이 유머를 벌써 보내셨는지요? 음.. 제가 볼 땐.. 좀더 간단한 걸로, 음.. 그러니까.. 동생이 옆에 있는 동기에게 얘기해서 웃길 수 있는 정도의 짧으면서도 함축적으로 웃긴 뭐.. 그런 유머가 좋을 것 같은데.. 그런게 없죠?
그러면.. 차라리 연예계 뉴스를 브리핑해보내보세요. 이효리 화보집이 나왔다던데, 그거 A4용지에 여러장 들어가도록 컬러 프린트해서 보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아무리 순진무구한 남동생이었다지만, 그는 이제 대한민국 군발이 아닙니까? 군발이 중에 여자 연예인 이야기 안 좋아하는 군발이가 어디있겠습니까? 훈련소에서는 TV도 없고, 신문도 없기 때문에 (요즘은 안그런가? 그래도 훈련소는 훈련소인데.. 지금도 그렇겠죠) 연예계 뉴스를 접하면 가뭄에 단비처럼 좋아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