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5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정지현 옮김 / 별글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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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문고판으로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 무척 지루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에 어른이 되어 다시 <노인과 바다>를 읽어본다.   아- 예전과 느낌이 다르다.

알고 봤더니, 1952년 출간된 <노인과 바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주었다고 한다. 어릴 때 읽을 때는 몰랐던 깊이를, 이번에 읽으면서 새롭게 느끼게 된다. 


'별글'에서 나온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세계문학'은 파스텔 빛깔의 표지에, 작은 사이즈 책이다. ( 책의 크기가 A4 용지 절반보다 작다.  작아서 작은 가방에 휴대하기 좋다. )

읽히지 않던 어떤 책이, 다른 어느 순간에 읽히기도 하고, 또 다른 순간에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바로 '노인과 바다'가 그런 책 중 하나인 것 같다.  어릴 적 재미없어하며 읽기 힘들어했던 책을, 이번에는 한 구절 한 구절 꼼꼼하게 읽었으니. 


노인 '산티아고'는 어부다. 어릴 적부터 어부였고, 노인이 된 지금도 어부다. 그리고 무척이나 가난한 어부다.  노인에게는 가족이 없나 보다. 노인을 챙겨주는 것은 소년 '마놀린' 뿐이다. 마놀린은 5살 때부터 노인과 함께 배를 탔으나, 최근 노인의 실력에 의문을 가진 소년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소년은 다른 배를 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자주 노인을 찾아오며, 대화 상대가 되어주고, 먹을 것과 잠자는 것 등을 챙겨준다. 둘은 마치 다정한 조손 지간 같기도 하지만, 절친한 친구 같기도 하다. 


84일간 아무것도 잡지 못한 노인. 굶주리고 있는 가난한 노인. 아침 일찍 소년이 챙겨주는 커피 한 잔이 노인의 한 끼 식사다.

물고기를 잡지 못한지 85일째 되던 날, 노인은 먼 바다로 향한다. 소년이 준 정어리 2마리와 싣고서. 


아주아주 먼 바다를, 작은 배를 타고, 혼자서 나서는 노인.
이 책은 노인의 혼잣말, 상상, 과거 회상, 여러 생각 등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작은 배를 타고 망망대해에서 물고기가 낚으려는 노인을 상상해본다.
얼마나 외로울 것인지, 얼마나 고독할 것인지, 대화 상대가 얼마나 그리울지. 


먼 바다에서 노인은 드디어 낚시에 성공한다. 아주아주 큰, 정말로 큰 고기를 잡은 것이다. 아니, 아직 잡은 것은 아니지. 큰 고기가 노인의 낚싯줄의 미끼를 물었다.
이제, 노인과 고기의 대결이다. 


450kg 이상의 고기를 기대했던 노인. 이번에 낚싯줄에 걸린 고기는 그보다 더욱더 묵직하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참치 종류라고 생각했는데, 책의 맨 뒤쪽에 '한 웨이터'가 '티뷰론 (상어)'라고 말한다.
잠시 헷갈린다. 정말로, 노인이 잡은 큰 고기가 '상어'일까??? 
'티뷰론'이라고 말을 한 사람이 '어부'라면 별 의심을 하지 않을 텐데, '웨이터'가 말을 한 것이다 보니, 왠지 의심이 든다. 웨이터가 잘 몰랐던 것이 아닐까?

노인과 힘의 대결을 이틀 가까이하고, 그 아름다운 꼬리와 몸체를 자랑하여 노인의 감탄을 샀던 고기가 상어라고??

아, 정말 정말 궁금하다. 내 생각에는 상어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대형 물고기일 것 같다.
노인이 잡았지만, 애정을 가진 그 고기가, 상어일리 없다.!!!!!   (그런데, 정말로 상어일까??  아, 정말로 궁금해.... )


굶주린 노인에게는 먹을 것이 없다. 노인은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들을 생으로 먹고 ( 물고기 회 ), 오른팔 왼팔 등 다리 등 온몸으로 지탱하며 큰 고기와 힘겨루기를 한다. 밤을 지새우며.

노인도 지쳤고, 고기도 지쳤다. 환상을 보기도 하는 노인. 아마 고기 역시 그러했을 것이다.
굶주림이 노인을 공격했다면, 다른 물고기들이 큰 고기를 공격했을 것이다.

추측건대, 노인이 큰 고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에는 '상어'의 도움(?)도 있었을 것이다. 상어들이 큰 고기를 더욱더 지치게 만들었을 테니까.

결국, '상어'가 노인이 큰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일부 기여했고,  '상어'가 큰 고기의 살을 탐낸다.

배가 너무 작아, 큰 고기를 배에 실을 수 없었던 노인. 배 옆에 큰 고기를 묶고 다시 며칠을 이동해야 하는 노인.  승리지만 과연 승리인가?   누구의 승리인가??

상어는 노인의 큰 고기의 살을 뜯어먹는다.  상어를 물리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노인에게는 이제 무기도 없다.

노인은 상어들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노인은 자신에게 잡힌 그 크고 아름다운 고기가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노인은 큰 고기와 자신을 동일시했던 것 같다. 책의 곳곳에 '형제'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을 보면 더더욱.
잠시, 카인과 아벨이 떠오르기도 한다. 


소년은 상처투성이가 된 노인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 상처와 배 옆에 있는 고기의 흔적만 보아도 노인의 사투를 눈에 그려볼 수 있는 소년. 

소년의 울음에는, '내가 할아버지 옆에 있었어야 돼'라는 자책이 있는 듯하다. 


소년 마놀린, 노인 산티아고의 우정과 사랑이 돋보이는 책.
노인과 큰 고기와의  포기하지 않는 처절한 힘겨루기.

짧은 이야기인데도, 무척 깊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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