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소년
오타 아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비극이다.  정말로 처참할 정도의 비극이다.

경찰(형사)이 시나리오를 짜놓고 범인을 추정한다.  그 시나리오를 벗어난 용의자는 무시하고, 시나리오 안에 있는 이를 위압적으로 수사한다.  거짓말,  증거 조작, 목격자 숨기기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다. 

형사재판의 대원칙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에서 법률에 관여해 봐야 무의미하다 어떻다 하면서 말이죠. 형사재판의 대원칙이란 '열 명의 진범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라'든지 '의심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하라든지' ....
( 260 쪽 ) ㅡ '데쓰오의 원죄 사건 (사카테신덴 원죄 사건)에서 전혀, 절대 지켜지지 않았던 원칙  



'원죄'라고 하면,  (바)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죄, 종교에서 말하는 아담과 이브의 원죄, 라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일본식 표현 "원죄"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진범 (자)는 따로 있는데,  (강압적이고 위압적이 상황에서  말하게 되는)  거짓 자백으로 유죄판결을 받게 된 (아),  추후 진범(자) 잡힌 후에야  (아)가 무죄임이 밝혀지는 경우가 있다.  본에서는 이런 경우, 무죄인 (아)의 경우를 '원죄'라고 하나 보다.

'원죄'라는 단어는 왠지 원래 죄가 있는듯한 느낌을 주지만,  (아)는 절대로 죄가 없는, 100% 무죄인 상황인 것이다.


'원죄'
이 말은 이처럼 죄를 짓지 않은 무고한 사람이 경찰과 검찰, 그리고 재판부의 유기적인 범죄 조작으로 죄를 뒤집어쓴 경우를 뜻하며, 이 소설 <잊혀진 소년>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 581쪽 , 옮긴이의 말 )


'마즈사와 가나에'는 흥신소를 찾는다. 그리고 23년 전, 13살 때 사라진  자신의 큰 아들 '마즈사와 나오'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한다. 그리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가나에'. 

그 요청을 받은 '야리미즈 나나오 (현재 36세) '는  23년 전에 사라진 소년 '나오'를 찾기 시작한다.

'야리미즈 나나오'의 친구(?)인 '소마 료스케'는 교통과의 형사이다.

23년 전 사라진 소년 '나오'의 사건.  그리고 현재 벌어진 소녀 '도키와 리사' 유괴사건.

현재와 과거의 사건이 교차하며,  관련된 여러 인물들이 23년 전의 일을 파악하기 위해 나선다.  흥신소의 일원인 '야리미즈'와 '시토케 슈지',  교통과 형사 '소마'는 이 두 사건의 공통점  ㅡ 남겨진 이상한 표식 ㅡ 을 발견하게 된다.         // = |      이라는 표식을.

'소마'는 '도키와 리사' 유괴사건 수사본부에  ㅡ그 이상한 표식ㅡ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수사본부는 무시할 뿐이다.

이야기의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일본의)  경찰 / 검찰 / 재판관이 어떤 방식으로 '(증거도 없이) 범인으로 추정된 인물을  진짜(?) 범인으로 만드는가  / 어떤 식으로 원죄 피해자가 발생하는가 / 원죄 피해자들의 고통과 피해 정도 / '이다. 
 
 
이 이상한 삼인조(경찰/검찰/재판관)는 하나의 구조다.  이들은 '확실한 증거도 없는 채로'  추정만으로 (록)을 범인으로 상정한다.    그리고 (록)을 23일 간이나 구류할 수 있다. (구류ㅡ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긴급체포는 48시간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은 최장 23일까지 잡아둘 수 있나 보다. )



그 23일 동안 (록)은 '제때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하고, 용변도 자유롭게 볼 수 없고, 밤낮 구분도 안되는' 밀실에서  이상하고 강압적인 취조를 당한다.
고립되어 일종의 세뇌를 당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정신적으로 마비된 (록)은 자신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인정(?) 하게 되고,  거짓 자백을 하게 된다.  그 거짓 자백으로 인해 실형을 받게 되고, 수년간 감옥생활을 한다.  운 좋게  진짜 진범이 드러나면, 그제서야 (록)의 무죄가 밝혀지며,  (록)은 원죄 피해자가 된다.


다만, 정말로 이상한 것은, 정말 진짜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록)을 그토록 괴롭힌 삼인조(경찰/검찰/재판관)는 그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형사)의 경우는 심지어 증거를 조작하기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증거를 조작한 경찰(형사) 등'은 일체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것이,  일본의 사법체계(?)라고 한다.  정말일까???  정말로 그 정도로 형편없고 무자비한 사법체계일까???


더더욱 이상한 것은,   가석방 중인 (록)에게 '당신은 무죄요.  당신은 원죄 피해자요'라고  알리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형사)는 자신의 실수(?)를 숨기기 급급하다.  

 




이러한 형사들의 잔혹한 취조 방식을 겪은 이는,  32년 전의 '시바타니 데쓰오 (당시32세)'이다.


'시바타니 데쓰오'는  '미즈사와 가나에'의 남편이었다.  32년 전,  '가나에'는 임신 중이었고,  4살짜리 아들 '나오'와 남편 '데쓰오'와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쓰오'는 젊은 여자를 죽인 살인범으로 몰린다.  '데쓰오'를 범인으로 만들기 위한 경찰(형사)의 행동들은 지독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다.
'데쓰오'와  '가나에'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일삼으며,  '데쓰오'에게 유리한 증거와 목격자 정보는 숨긴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경찰(형사)의 행동이 일본 사법체계에서는 위법이 아니란다.  정말로 어이가 없을 정도다. )

경찰(형사)의 위압, 강압과 거짓말, 조작 등으로 인해 '데쓰오'는 자포자기하여 거짓 자백을 하게 되고, 살인범이 되어 9년형을 받는다.    경찰의 나쁜 짓으로 '데쓰오'와 '가나에'는 서로를 오해하고 이혼하게 된다.


나는, 솔직히 '가나에'를 이해하지 못하겠다.  왜,  직접 '데쓰오'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나?   왜 형사의 말만 100% 신뢰하고,   데쓰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지 않았나? 


여하튼, '가나에'는 '데쓰오'와 이혼했고,  '살인범의 가족'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자신들을 모르는 곳으로 떠난다. 
 

 

 
'데쓰오'가 살인범이 되어 감옥에 갇힌지 8년 후, 그는 가석방된다. 그리고 얼마 후,  진짜 진범이 잡히면서,  '데쓰오'는 무죄가 된다.

(일본)형사의 얍삽함은 여기서 또 나타난다.  6월에 진범이 잡혔음에도,  그 즉시 '데쓰오'와 그 가족들에게 '데쓰오는 무죄요'라고 절대로 먼저 알려주지 않는다.

8월 29일 새벽 6시에  TV 방송을 통해,   경찰은 'ㅁ군이 원죄 피해자다'라고 알려주지만,  ㅁ군이 누군인지는 구체적인 실명을 밝히지 않는다.
( 정말로, 얍삽함과  비겁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  게다가 새벽 6시에 누가 TV를 보느냐 말이다.  )


'ㅁ군'이  본인임을 깨닫게 된 '데쓰오'는 ,  헤어진 부인과 아이들을 만나러 달려간다.  '가나에', 이제는 13살이 된 큰 아들 '나오',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둘째 아들 '다쿠'.


하지만,  '데쓰오'만 그 방송을 보고 본인임을 깨달았을 뿐, '가나에'의 3식구는 그 방송을 보지 못했다. 즉,  데쓰오만 자신이 무죄임을 'TV 방송을 통해 우연찮게 듣게' 되었을 뿐이고,  나머지 가족들은 여전히 '데쓰오는 젊은 여자를 죽인 살인자 / 우리는 살인자의 가족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형사)의 괴상하고 이상하고 지독한 짓거리로 인해,   32년전 '데쓰오'는 큰 고통과 피해를 입었다. 
'데쓰오'의 사망 이후 그의 무죄를 듣게 된 '가나에'는 고통스러울 따름이다.


ㅡㅡㅡㅡㅡㅡ  불신, 불신, 불신. 
가나에32년 전에 나는 형사의 말을 믿었는데.  데쓰오가 나를 증오한다는 말을 믿었는데.  그래서 그와 이혼했는데.
데쓰오가 본인 입으로 자신이 살인범이라고 자백했다는데.  그런데 데쓰오가 무죄라고?? 진짜 범인이 있었다고??? 


데쓰오32년 전에 나는 형사의 말을 믿었는데.
가나에 조차도 나를 살인법으로 보고, 나를 혐오한다는 형사의 말을 믿었는데.  그래서 그녀와 이혼했는데.


ㅡㅡㅡㅡㅡㅡ   불신, 불신, 불신.
경찰(형사)이라는 존재에 대한 불신.  / 나의 무죄 주장을 믿어주지 않는 재판관에 대한 불신.  불신, 불신, 불신.

 

ㅡ 그놈들(형사, 경찰)은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한번 의심하면, 죄를 저질렀던 안 저질렀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범인으로 만든다.        ( 454,  467 )



ㅡ 이 사람은 나쁜 짓을 한 게 아니라 당했다. 비로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나쁜 짓을 당했다. 아무 죄도 짓지 않았는데 살인자가 되어 팔 년이나 교도소에 갇혀 있었다.    ( 466 쪽 )


처음부터 굉장히 흥미진진했으며,  일본 사법체계에 대해 대략이나마 알게 되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을 심하게 무너뜨린 이번 책 <잊혀진 소년>을 읽으면서, 공권력의 조작 사건이 어떤 식으로 한 가정을 파괴하는지, 어떤 식으로 사람의 마음을 무너뜨리는지 보게 되었다.

잘못을 했으면, 사죄를 하고 반성을 하고 인정을 해야 하는데, 절대 그러지 않는 점이 무섭다.  

 

 

 


 
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2183024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