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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15
제프리 초서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12월
평점 :
미국 시카고 대학이 예전에는 삼류대였다고 한다. 삼류대였던 시카고 대학이 지금의 명문대가 된 계기가 된 것이 바로 5대 총장 로버트 허친스의 "시카고 플랜"이라는 교육 정책이라고 한다. "시카고 플랜"은 인문 교양 교육을 위해서 세계의 고전 100권을 읽히는 정책이었다고 하며, 그 "시카고 플랜" 고전에 들어간 1권이 바로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라고 한다.
제목만 들었던 <캔터베리 이야기>를 이번 기회에 접하게 되었는데, 제프리 초서는 1340년 출생, 1400년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초서가 1387년부터 사망직전까지 썼으나, 사망으로 완결되지 못한 이야기라고 한다.
내가 본 '현대지성'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소설형식의 책인데, 원래 제프리 초서의 작품은 중세 시문학이라는 장르라고 하니, 우리 나라 조선시대의 한문시가 연상되기도 한다. <캔터베리 이야기>를 접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도 이 책의 맨 뒤쪽에 있는데, 첫째 원래의 형태인 운문 형식으로 접하는 것, 둘째 의미에 좀 더 치중한 산문 형식으로 접하는 것이 있다고 한다.
책의 뒤쪽에 있는 <캔터베리 이야기>와 제프리 초서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이 책의 역사(?)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무척 독특하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제프리 초서는 당대에 굉장히 유명인사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 <캔터베리 이야기>는 무려 90여 종의 판본(?)이 존재한다고 하며, 그 중에서 어느 것이 원본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본 '현대지성'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필사본 중 가장 권위있는 엘리스미어 판본'을 기본으로 했으며, 중세 시문학인 운문 형식이 아니라 산문형식의 소설로 되어 있다.
중세 시문학, 운문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 대략이나마 알 수 있었는데, "아이러니"가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이 책 <캔터베리 이야기>에도 존재하는데, "말하는 어조/ 단어 및 어휘 / 의미의 이중성 " 등에서 볼 수 있었다.
이슬람 종교를 믿는 아랍인들이 자신들의 종교를 위해 순례지를 향하듯이, 중세 유럽인들도 자신들의 종교 성지를 향해 순례를 떠났다고 한다. 제프리 초서가 살던 중세에는 "로마, 예루살렘, 스페인의 산티아고데 콤포스텔라" 등의 순례지를 향했는데, 영국내에 있는 "캔터베리 대성당" 역시 가까운 순례지로 선호되었던 모양이다.
내가 중세 영국인이라 가정해보아도, 멀리 있는 성지(?)를 향하는 것 보다 가까운 영국내에 있는 곳을 가는 것이 여러 모로 수월했을 것 같다.
영국 국왕 헨리2세(1133~1189)는 '토마스 베켓'과 원래는 친했던 모양이다. 그랬기에 헨리2세가 토마스 베켓을 캔터베리 대주교로 선임했는데, 이후 캔터베리 대주교 토마스 베켓과 헨리2세는 종교적, 정치적으로 여러 갈등 상황을 거친다. 그로 인해 토마스 베켓은 헨리2세에 의해 암살당한다. 추후 토마스 베켓은 교황에 의해 '성인'으로 추대되고, 그가 살해당했던 성당이 순례의 중심지가 된다고 한다. ( 바로 캔터베리 대성당이다. )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캔터베리 이야기>라는 31명의 순례자들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캔터베리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이 그다지 쉽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도둑, 소매치기 등으로 인한 피해가 있었기에, 순례자들은 여럿이 모여 그룹을 형성한 후에 대성당으로 향했던 것이다.
이 책 <캔터베리 이야기>에 등장하는 30명의 순례자들, 그리고 타바드 여관 주인 1명, 이렇게 총 31명이 캔터베리 대성당을 향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여관주인이 사회자역할을 하고, 30명이 돌아가면서 대성당을 향할때 이야기 2개씩, 대성당 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야기 2개씩을 하기로 한 것이다. ( 이것이 바로 사회자 역할인 여관주인의 제안이다. 그렇다면 30*2*2=120 개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
책의 목차에 등장하는 이야기 갯수는 24개이다. 처음 목차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는데, 나중에 책 뒤쪽에 나온 <캔터베리 이야기>에 대한 배경설명을 듣고 대략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바로 저자 제프리 초서가 이 책을 완성하지 못하고 사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총 10부로 되어있는데, 1부의 끝부분이 이상한 것이다. 즉, 1부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이런식으로 마무리가 이상한(?) 부분들이 몇 군데 보이기도 했다. (그 이유 역시 제프리 초서가 이 책은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며, 여러 판본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
처음 이야기를 읽을 때는 <아라비안 나이트>가 연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차이가 있었는데, 이 책 <캔터베리 이야기>는 각 화자별로 이야기를 끝맺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짧은 단편들의 모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31명의 순례자들, 여러 사회 계층의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어떤 남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여성관'에 집중하며 이야기를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종교관'에 입각하여 이야기한다. 그리고 어떤 여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성관념 sex'에 대해 이야기한다.
31명의 화자 중 1명은 초서 본인인데, (이는 목차에도 등장한다. '초서의 이야기' / '초서의 고별사'라는 소제목으로 초서의 이야기도 등장하는 것이다. ) 중세 유럽의 남성, 이라는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단편 이야기 각각은 '어조의 아이러니, 단어 뜻의 이중성' 등이 드러나는데, 책의 각 페이지 하단에 있는 "각주"가 큰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각주가 없었다면 나로서는 이 책 <캔터베리 이야기>를 단어 그대로의 뜻으로만 받아들였을 것이다. 편집자가 붙인 "각주"를 통해서, "이중적인 의미"등을 알 수 있었으며, 중세 시문학의 독특성에 대해 대략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단순히 중세 유럽, 중세 런던 사람들의 생활상에 대해서 조금 알 수 있었지만, 영어권의 사람들이라면, 중세 영어 시문학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보다 더 깊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169830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