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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ㅣ 팍스 1
사라 페니패커 지음, 존 클라센 그림, 김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평점 :
처음 이 책의 제목 '팍스'를 보았을 때는 'fox 여우'인줄 알았다. 나중에서야 책의 제목 '팍스'가 fox가 아닌 pax 임을 알게 되었다. 책 표지에 있는 붉은 털의 여우 pax(평화) 는 소년을 기다리고 있다. 저 멀리 가버린 소년이, 자신을 버린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채, 언젠가는 돌아올 소년을 계속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12살 소년 피터와 붉은 털 여우 pax팍스의 헤어짐과 만남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며,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이 자기 자신을 되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책의 진행은 독특하다. 여우 팍스의 입장에서 한 챕터가 진행되고, 그 다음에는 소년 피터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 사건은 시간순으로 진행되는데, 맨 첫장면은 여우가 소년에게서 버림받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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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들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여우 팍스 : 소년의 여우, 생후 16일에 7살의 피터와 만나다. 현재 대략 5살 브리스틀 : 야생의 암컷 여우 런트 : 브리스틀의 어린 동생 그레이 : 야생의 늙은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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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소년 피터 : 12살 소년의 아버지 : 36살 소년의 할아버지 볼라 : 이전 전쟁의 간호병. 귀환병. 한쪽 다리를 전쟁에서 잃었다. |
전쟁이 발생했다. 어떤 전쟁인지는 소년 피터도 모르고, 여우는 당연히 모르고, 독자인 나 역시 명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이 전쟁으로 인해, 소년의 아버지는 자발적 참전을 선택했고, 그로 인해 소년 피터는 할아버지의 집으로 떠나야 한다.
소년의 아버지는 여우 팍스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팍스를 할아버지 집으로 데려갈 수 없다고 한다. 그리하여 피터는 울면서 자신의 여우 팍스를 (자신이 생각하기에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장소에) 놓아준다.
아니, 여우는 소년 피터가 자신과 놀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피터가 던진 장난감 병정을 찾아서 돌아와보니, 어느새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를 태운 자동차는 저멀리 사라지고 없다. 피터는 여우를 놓아주었지만, 여우는 버림받았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우 팍스는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아주아주 어릴 때부터 인간의 손에서 자란 여우 팍스는 사냥하는 방법도 모르고, 야생에서 생존방법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채 숲속에 혼자 남겨진 팍스는, 소년이 던진 '장난감 병정'을 물고 있다. 소년이 올 것을 기다리며.
할아버지 집에 도착한 소년은, 아버지의 폭력에서 벗어나자 이제야 제정신이 든다. ㅡ 내 여우 팍스. 내 여우 팍스를 찾아야 해.
늦었지만, 소년 피터는 팍스를 되찾기 위해 길을 떠날 준비를 한다. 지도를 유심히 살펴보고, 가방에 여러가지 준비물을 챙긴다. 피터와 팍스의 거리는 500 km . 어마어마한 거리다. 시속 100km 로 달리는 자동차로 5시간은 가야하는 거리. 지도를 유심히 본 피터는 지름길로 간다면 350 km거리임을 알게 되고, 며칠 후에 자신의 여우 팍스를 만날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리고 야생의 규칙을 배우지 못한 자신의 여우가 추위와 굶주림으로 고통받을까봐 무척이나 걱정된다.
팍스는 며칠을 굶었다. 야생에서 만난 암컷 여우 브리스틀은 무척이나 까칠하고, 인간의 냄새를 풍기는 팍스를 경계한다. 어린 여우 런트는 팍스에게 호감을 보이지만, 브리스틀은 그런 런트를 제재한다.
ㅡ 인간은 위험해. 인간 때문에 우리 부모님이 죽었어.
아무것도 모르는 팍스는 굶어죽을 뻔했으나, 런트의 도움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이 책은 여우 팍스의 '내 소년 찾기'이며, 소년 피터의 '내 여우 찾기'이다. 서로는 서로를 찾아간다.
소년은 팍스를 되찾기 위해 팍스를 내려놓았던 바로 그 지점을 향한다.
헤어진 장소에서 한참동안 소년을 기다리던 팍스는, 오지 않는 소년을 찾아 직접 길을 나선다.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 그리고 팍스가 함께 살았던 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소년이 자신의 여우 팍스가 '야생에서 힘들까봐, 굶주릴까봐, 두려울까봐' 걱정하듯이, 팍스 역시 자신의 소년 피터가 '눈에서 물을 흘릴까봐, 슬픔의 냄새에 휩싸여 있을까봐' 걱정한다. 서로는 서로를 걱정하고 있으며, 서로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선다.
팍스는 늙은 여우 그레이의 도움을 받고, 런트와 교류하고, 브리스틀에게서 사냥의 방법을 배운다.
길을 떠난 소년 피터는 급한 마음에 서두르다 다리를 다치게 되고, 이상한 여인 '볼라'를 만나게 된다. 공포에 휩싸였던 피터는 볼라의 도움과 제재로 볼라의 집에서 몸을 추스리게 된다.
피터가 볼라와 함께하며, 볼라는 피터를 도와주고 ( 먹을 것, 움직이는 방법, 조각하는 방법 등), 피터는 볼라를 도와준다.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인(?!)' 볼라는 그 기억 때문에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죽은 그 남자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 그 남자의 책 <신드바드의 모험>을 가지고 있고, 그 책 속의 이야기 '신드바드와 신기한 새, 록'의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보고 싶어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름이 있는 모든 존재'는 서로 서로를 도와준다. 런트가 팍스를 돕고, 팍스가 런트를 돕는다. 그레이가 팍스를 돕고, 팍스가 그레이를 돕는다. 볼라가 피터를 돕고, 피터는 볼라를 돕는다.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 '소년의 아버지'는 소년과 팍스에게 너무 너무 지나친 행동을 했다. 모르고 했다 하더라도 소년으로서는 고통스러울텐데, 모든 정보를 알고 있으면서 팍스를 '그 장소'에 내려놓은 것은 너무너무 지나친 행동이었다.
소년의 아버지 역시 어린 시절 듀크라는 개를 키운적이 있었으면서, 왜 피터의 여우 팍스에게 그렇게 행동했을까? 피터와 무려 5년 동안이나 함께한 여우였는데.
볼라가 피터에게 하는 말, 불교용어 '불이 (不二) '가 바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요 의미일 것이다. '둘이 아니다. 서로 연결되어 있다' ㅡ 팍스와 피터는 먼 거리에 있으면서도 서로를 느낄 수 있다. 피터가 '오늘은 팍스가 배부르게 먹었을 거야'라고 확신하는 대목이 그러하다.
슬프면서도 다행스럽게, 여우 팍스는 점차 야생에 익숙해져간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소심하던 소년 피터는 어깨를 펴고 당당해진다. 이제 팍스는 야생의 여우로 거듭나는 있는 중이고, 12살 소년 피터는 점점 더 자라나고 있다.
'물'을 얻기 위한 전쟁. 그러나 그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강'은 어두컴컴하고 냄새나는 '죽음의 강'이 되었다. 전쟁으로 인해 헤어진 소년과 여우. 피터와 팍스는 서로를 찾아 길을 떠난다.
만남과 헤어짐. 피터와 팍스는 예전에 '둘이면서 둘이 아닌 하나, 불이 (不二)'였다. 이제 팍스에게는 여우 동료들이 생겼고, 그들과 '둘이면서 둘이 아닌' 관계가 되었다.
소년이 너무 늦은 것이다. 아니다, 팍스는 이제 야생으로 나가야 할 나이일지도 모른다. 어린 여우가 성인 여우가 되듯이, 12살의 소년 피터 역시 자랐다.
지금 헤어지지만, 언젠가 다시 피터와 팍스는 만날 거라고 기대한다. 왜냐하면 , '불이 (不二)'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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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르테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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