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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드라우닝 풀 Drowning pool은 '익사의 웅덩이'라고 한다. 16~17세기 마녀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는데, 마녀이든 아니든 결국에는 죽게 된다고 한다.
책의 맨 처음에 등장하는 것은 '리비'의 이야기이다. 마녀재판으로 웅덩이에서 죽어가는 소녀 리비. (리비가 성인 여성이 아닌 소녀라는 것은 책의 후반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
이 책은 2015년과 1993년 , 1983년 등 여러 시기를 번갈아 이야기한다.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공간은 모두 '벡퍼드'라는 마을이며 그 마을을 가로지르는 '강'이다.
책의 전개방식이 독특한데, 소제목마다 인물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줄스'라는 소제목 파트에서는 줄스의 입장에서 줄스가 이야기를 하고, '리나'라는 소제목 파트에서는 리나가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인물의 관계도가 상당히 헷갈렸다. 초반부를 한동안 읽어야, 누가 어떤 인물과 어떤 관계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책의 맨 앞쪽에 인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 (법적 관계 등)을 해 준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간단히 인물 소개를 하자면, ( 2015년 기준으로 ) 다음과 같다.
줄스 애벗 ( 줄리아 애벗) : 35세, 넬 애벗의 여동생. 22년만에 벡퍼드로 돌아오다. 넬 애벗 ( 대니얼 애벗) : 39세 리나 : 15세, 넬 애벗의 딸 . |
루이즈 휘태커 & 앨릭 휘태커 : 부부 케이티, 조시 : 루이즈와 앨릭의 딸과 아들
| 니키 세이지 : 심령술사 지니 : 니키의 여동생 |
마크 헨더슨 : 29세, 선생님 | 핼런 : 교장, 36세 션 타운젠드 : 40세(?), 경위 ( 경찰), 핼런의 남편 패트릭 타운젠드 : 션의 부친 |
로비 캐넌 : 넬 애봇보다 2살 연상. 넬이 17살 때의 남자친구 |
넬 애벗이 강에서 죽었다. 언니 넬의 죽음으로 인해 벡퍼드에 22년만에 온 줄스 애벗.
줄스 (줄리아) : 나는 언니 넬에게 아주아주 '유감'이다. 22년전, 13살의 줄리아(줄스)에게 했던 말과 행동으로 인해, 아주 많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 불리던 이름 '줄리아'라고 불리는 것이 싫다. 지금의 나는 '줄스'이다. 심지어 언니는 내게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죽었다.
리나 : 줄리아 이모가 너무 싫다. 엄마(넬 애벗)가 그렇게나 전화를 했는데, 줄리아 이모는 한번도 오지 않았고, 엄마와 대화하지도 않았다. 줄리아 이모가 왜 왔는지 모르겠다. 내가 미성년자가 아니었다면, 줄리아 이모가 보호자로 올 필요도 없었을 텐데.
책의 초반은 여러 인물들이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말하고 있다. 그리고 여러 인물들이 갈등을 일으킨다. 눈에 확연히 띄는 갈등은 바로 줄스와 리나이다. ( 리나는 줄스가 엄마 넬을 무시했기때문에 줄리아 이모를 싫어한다. 줄스는 넬이 리나에게 '편파적으로, 넬의 입장에서만(?)' 말한 것 때문에 리나의 오해가 억울하며 화가 난다. )
수개월 전, 케이티 휘태커가 강에서 죽었다. 그리고 얼마전에 넬 애벗이 죽었다. 이 마을의 역사(?)를 살펴보면, 과거 '리비'부터 시작해서 많은 여성들이 강에서 죽었다.
마을은, 강은, 무언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책의 초반부에는 넬의 죽음에 관하여 여러 갈등들이 드러난다. 넬의 죽음을 기뻐하는 휘태거 부부 , 안도하는 마크. 넬의 죽음으로 인해 '사과'받을 기회를 놓쳐버려서 애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줄스. 엄마의 죽음에 이중적인 감정을 보이는 리나 등.
처음에는 줄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잔인한 아이들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특히 13살의 희고 뚱뚱한 줄리아(줄스)가 왕따당하고 괴롭힘당하고, 심지어 언니에게 외면당하는 일을 보았을 때는, 벡퍼드에 돌아온 줄스가 마치 '보살'처럼 느껴졌다.
만약 내게 줄스와 같은 일이 있었다면, 언니 넬이 죽었다해도 나는 벡퍼드에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22년 전, 13살의 줄리아(줄스)가 겪은 일은 아주 깊은 트라우마를 남길만한 일이다. 놀림당하고, 공에 맞고, 피를 흘리고. 아마도 첫 생리였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도, 그 누구도 줄리아를 도와주지 않는다. 오히려 히죽대며 비웃을 뿐이다. 심지어 언니인 넬조차.
그날밤에 있었던 일은 더욱더 슬프고 비참하다. ( 1993년도 시골 마을의 성교육 정도를 알 수 있으며, 성교육의 절대적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
책의 중후반부에서 어른이 된 줄스는 로비와의 대화(?)를 통해, 넬에 대해 오해했음을 깨닫는다. 역시나 줄스는 '보살'같다. 그날 밤 이전에 자신을 외면했었던 '언니 넬'을 이해할 정도니. 가족이기에 가능했던걸까? 아니면 미움 이전에 어떤 애정관계가 존재했던 걸까? ㅡ 나는 창피함에 얼굴이 화끈거려서 고개를 돌려 버렸다. ( '얘는 툭하면 거짓말이라니까요.' 언니가 음침하게 중얼거렸지. '만날 거짓말에, 걸핏하면 고자질이나 하고.') ( 119쪽, 줄스 ) ㅡ 언니가 내게 말했잖아. 그 절벽은 충분히 높지 않다고. ... 그러니까 죽을 생각이라면, 진심으로 죽고 싶다면 확실히 해야 한다고. ( 71쪽, 줄스 )
ㅡ 공이 내게로 날아왔다. 나는 팔을 들어 얼굴을 막았고, 공은 따갑게 내 살을 때렸다. 눈물이 핑 돌아서 허둥지둥 일어났다. ...... 이제 여자아이들은 웃음을 멈추고, 혐오와 즐거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입을 벌린 채 서로를 힐끔거렸다. ..... 언니는 창피해 하고 있었다. 나를 망신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 100~101쪽, 13살의 줄리아 , 줄스 ) ㅡ 이제야 진실을 알았다. 나는 눈가리개를 쓰고 앞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언니는 몰랐구나. ( 354쪽, 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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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런의 고양이를 바라보는 패트릭의 시선에서 뭔가 소름끼치는 기운을 느꼈었다. 뭔가 수상한데?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야기의 맨 뒤쪽을 보면서 반전의 반전을 보게 된다.범인을 알고나서 처음부터 다시 읽으니, 더욱 소름이 끼친다. 이 사람은 대체.... 자신의 기억을 어떤 식으로 재조립한 것일까. ㅡ "내 도덕성을 의심하는 겁니까? 네? 그래요?" "내 근무 기록 봤어요, 에린? 당신 기록은 내가 봤거든." ( 462~463쪽 ) |
가족의 도리(?), 가족의 갈등과 화해(?) 등 가족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다. 벡퍼드와 강이라는 으스스한 분위기, 유령과 대화하는 심령술사 등 독특한 인물들이 등장하며, 이야기 속의 모든 인물은 모두 불완전하다. 뭔가 약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 약점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학대와 불합리한 보호. 가족 울타리를 유지하기 위한 이상행동, 친구/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재난.두명의 여성 (케이티와 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그 가족들은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또 다른 가족들 역시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나의 최선과 상대의 최선이 부딪혀서 벌어지는 일들. 그로인해 벌어지는 여러 사건 사고들.이야기의 중 후반부에 등장하는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 무척이나 섬뜩하다.
ㅡ 루이즈 말대로, 그는 좋은 사람이다. .... 그런 사람이 참 많다. 내 아버지도 좋은 사람이었다. 존경받는 경관이었다. 화가 나면 나와 형제들을 개 패듯이 팼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었다. (464쪽 ) |
ㅡ 실수를 한 건 인정하지만.... 그들은 좋은 사람이었다. (476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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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153581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