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 편이야 - 세상을 바꾸는 이들과 함께해온 심상정 이야기
심상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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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한채로 심상정을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지나치게 진보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특히, 2017 대선 출마때의 동성애 관련 부분에서 너무 진보적이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


이 책 <난 네편이야>가 심상정의 이야기임을 알고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것인가, 말것인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심상정에 대해 제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싫어한다는 게 이상하다. 한번 알아보자.'라는 생각.   사실은 심상정을 싫어할 나만의 확고한 이유를 찾기 위한 책 읽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처음 이 책을 선택한 계기가 그러했으니.


책의 처음부터 인상적이었다.
ㅡ 나는 스물다섯 살의 여공이었다.
어?  여공이었다고??  다시 책날개부터 살펴보고 이력을 둘러보니 다음과 같았다.

 ㅡ 1959년 파주 출생, 1978년 서울대 역사학과 입학, 1985년 <구로 동맹 파업> 주도, 진보정당 최초의 3선 의원 (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카드 수수료 인하, 대형 마트 규제  등 발의 ) , 살찐 고양이법 fat cat  .....

 
뭔가, 스토리가 있는 듯하다. 궁금하다. 처음 책을 선택했을 때와 달리 호기심이 마구 생긴다. 특히 발의한 법안을 보니 더욱 궁금해진다. 더군다나 '살찐 고양이법 fat cat' 은 최근에 읽은 <최소한의 인문학>을 통해 처음 접해본 단어인데, 내 마음에 쏙!!! 드는 법안이었다. 우리나라에도 꼭!!! 살찐 고양이법이 실행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최소한의 인문학>을 읽으면서 아주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 법안을 심상정이 발의했다고 한다. 심상정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ㅡ 살찐 고양이법 Fat cat : 공기업 임원의 임금이 최저임금의 20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법 (프랑스 2012년) 

 



이 책은 생각외로 술술 읽혀진다. 읽으면서 80년대의 노동운동에 대해 대략적이나마 알게 되었다. 1980년대의 대학생들이 당시의 정권 ( 전두환)에 반대하여 데모 등의 투쟁을 했음을 들어들어 알고는 있으나, 정확한 것은 모르고 있었다.
심상정이 대학에 입학한 1978년은 박정희 정권 때이고, 스물다섯의 나이로 공장에 위장취업을 했던 때는 전두환 정권 때의 일이다.  재수까지 하며 서울대 역사학과에 입학했던 심상정이, 야학 선생님을 하면서 학생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고, 그 이유로 위장취업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봉제공장 노동자들)에게 애정이 생겨 공장을 떠날 수 없었다고 한다.

본명은 심상정, 위장취업 이름은 김혜란.
책의 맨 뒤쪽에 나온다. 44년만에 실제 '김혜란'을 만났다고 한다.  심상정이 1985년 <구로 동맹 파업>의 주도자로서 수배자가 되고 쫒기고 있는 상황일 때,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름을 빌려준 김혜란 역시 고초를 겪었다고 한다. 
그 당시의 상황이라면 ( 전두환 정권 ) , 말 한마디 하는 것이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그런 상황하에서 데모, 노동운동, 이름을 빌려주는 것은 모두 위험한 일일 것이다. 나로서는 마냥 추측만 할 뿐이다.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있던 때가 심상정의 청년시절이다.  ( 1980~1990년대 )   심상정은 많은 대통령들을 겪었고, 본인을 단단하게 했다. (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박근혜 ... )

ㅡ 1970.11.13  , 전태일 , 근로기준법 책 화형
1987년 서울대 학생 박종철 물고문 치사 사건
ㅡ 1990.1.22  전노협
1996.12.26  노동법 날치기 통과 ( 안기부법 ) ==> 노개투 총파업 ==> 1997.3.8 변칙 처리된 개정안 폐기, 여야 합의로 재개정한 노동법 통과




 <진보 정당>
ㅡ 1956 ㅡ 진보당, 조봉암 사건(사형) /  ( 2011년 조봉암 무죄 판정, 신원 회복 )
ㅡ 2001.1  ㅡ 민주노동당

ㅡ ​2012.5.12 (?) ㅡ 통진당 사태, 킨텍스 사태

2016 ㅡ 필리버스터, 대태러 방지법

ㅡ 정의당 메갈리아 사태


 

대단한 투쟁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심상정의 고등학교 때 일화, 대학교 때의 일화를 보며 든 생각이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에게 자신의 할말을 또박또박 ( 선생님 입장에서는 따박따박) 하는 심상정, 대학교 때는 서울대 최초 총여학생회를 만들기 위해 쟁투하던 심상정.
단문심 ( 단병호, 문성현, 심상정 ) ,  철의 여인, 심블리, 인민무력부장 , 노심 ( 노회찬, 심상정)  , 노심조 ( 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 심알찍 등 다양한 별명이 있는 심상정을 보면 그러하다.  


남편 이승배와는 1986년 (당시 심상정은 구로동맹파업으로 인해 수배중)에 만났다고 한다. 전노협 소속이었던 심상정은 봉제공장에 다니기 위해 '미싱사 자격증'을 땄고, 노운협 소속이었던 이승배는 화물 운수에서 활동하기 위해 '화물 트럭 운전 자격증'을 땄다고 하니, 당시 노동운동을 했던 이들의 열의를 느낄 수 있다.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 대략이나마  알 수 있었다. 
ㅡ 전두환 정권은 이런 민주 노조들을 강제로 해산시켰다. .... 노동 관계법을 전면 개악(!)해 '기업별 노조 체계'를 강제했다. 악명 높은 '제3자 개입 금지 조항'도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 60쪽 )

1980년대 전두환 정권하에 만들어진 일종의 악법(!)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에 당혹스럽다. ( 몰랐던 내용이다. )
기업별 노조 체계 vs  산업별 노조 체계 (산별 노조, 산업별 노조) : 에 대해 대략이나마 알게 되었으며, 어떤 것이 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당시 정권에서 만든 법은  약자인 노동자는 억누르고, 기업의 힘을 키워주는 법이었던 것이다.  ( 이 책에 의하면 현재는 산별 노조가 일부 있다고 한다.  심상정이 산별노조, 연대의 확장을 위해 노력중이라고 한다. )

심상정이 노동운동에서 '정치'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도 알 수 있었다. 버락 오바마가 시민운동을 하다 어떤 벽을 느껴서 정치에 관심을 두었다고 하는데, 그와 비슷한 느낌이다.
ㅡ "지금 경제가 어려우니 노사분규는 안 됩니다. 민주 정부가 들어섰으니, 노사 문제는 해결이 된 게 아닙니까" 그 말에 나는 시대의 벽을 느꼈다. 내가 기대했던 말은 '민주 정부가 들어섰으니, 이제 제대로 노동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겁니다' 였는데, 정반대의 말을 들은 것이다. 
....   숱한 노동자들이 해고되었다. .... '노동운동만으로 되지 않는구나. 노동자들을 위한 정치가 필요하구나.' 정치에 대한 고민이 본벽적으로 깊어졌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이와 비슷한 고민의 흔적을 발견했었다. ... 오바마는 시민운동을 했다.  ....
( 153쪽 / 1998년 IMF 직후 , 김중권 비서실장 )


'임신 투쟁'을 해야 할 정도로 여성 노동자의 권익이 미약했다는 것,  기업별 노조와 산별노조, 진보 정당의 변화 이야기 등 몰랐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심상정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 읽어도 좋겠지만, 80년대의 한국 노동운동과 정치상황 등에 대해 전체적으로 굵직굵직하게 알고 싶은 사람에게도 무척 좋을 것 같다.
 
ㅡ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가장 긴 시간 노동하고, 비정규직이 가장 많으며, 저임금 노동자들 비중이 높다. 왜 이런 나라가 되었는가?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을 때마다 1퍼센트의 특권층을 비호하느라 그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3대 자본 세습 금지', '살찐 고양이법' 같은 게 어떻게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냐. 오히려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해주지 못하면 나라가 망한다. 충분히 할수 있는 일이 많은데, 하지 않는 건 정치의 무능일 뿐이다.  ( 292쪽 )

 

 

 

 

 

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14620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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