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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구경 - 독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
유진 지음 / 포럼 / 2017년 10월
평점 :
책이 무척이나 작다. A4 절반크기보다 작은 이 책은 표지가 상당히 독특하다.
"촛불, 탄핵, 대선 지난 1년의 독서록 / 2016~2017 / 대한민국을 읽다 / 책읽기 세상읽기 책구경 세상구경"
표지를 보고 인상깊어서 책을 보게 되었는데, 상당히 가독성이 있는 편이다.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구경'하게 되었다. ( 저자가 말하는 책구경은 내가 말한 구경과 조금 다르다. )
저자의 이력(?)이 상당히 독특했는데, 서문에 등장한다.
ㅡ "책구경"은 촛불, 탄핵, 대선으로 이어졌던 작년 가을부터 올 여름까지, 나의 독서를 기록한 결과물이다.
ㅡ "책구경"의 저자인 나는 초졸 학력의 열아홉살 청소년이다. 당황하지 마시라. 내 프로필이 참신하다는 것은 나도 안다.
ㅡ "책구경"은 '무엇을' 읽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고민한다.
책의 첫 구절부터가 인상적이다.
ㅡ 독서는 광장에서 시작됐다.
대통령 취임 이후 꾸준히 비선실세 의혹이 불거졌지만,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크게 터진 건 2016년 10월 24일 JTBC 의 태블릿 PC 관련 단독 보도가 시작이었다. ( 15쪽 )
광화문 촛불 집회(대통령 탄핵 관련)에 참석하게 된 18살의 저자는, "정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래서 저자는 '정의'에 관한 책들을 찾기 시작했고, 관련 책들을 읽었으며, 그에 대해 고민한다. 이 책 <책구경>은 바로 이러한 궁금증/호기심에서 시작한 저자의 독서기록이다.
책의 중간중간에 "책구경의 기술"을 33가지 알려주고 있다. 저자가 알려주는 책구경의 기술을 살펴보면, "서점에서 책등보기, 온라인 서점에서 카테고리 구분없이 뒤섞인 책들 구경하기, 표지 구경하기, 도서관이나 서점 기웃거리기, 참고문헌 구경하기, 나만의 독서 지도 map 그리기 " 등이 있다.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독서기록을 보면서, 몰랐던 다양한 종류와 장르의 책들을 알게 되었다. 같은 감정을 느낀 부분은 바로 영화 <베테랑>에 대한 부분이다. 나 역시도 그 영화를 보고 통쾌함을 느끼지 못했었는데, 저자 역시 그러했던 모양이다. "과연 저 재벌 3세가 제대로 된 재판을 받고,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것인가?"를 내가 의문했듯이, 저자 역시 그러한 생각이 들었나보다.
차이점이라면, 저자가 말한 회장님의 카드끊기부분이다. ( 나는, 법이 제대로 실행되어서 죄지은 자가 죄에 걸맞는 벌을 받기를 바랐다. )
또 다른 공감부분은 <삼국지>에 대한 부분이다. 나 역시도 <삼국지>를 읽으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과 지혜' 부분을 얻지 못했던 것이다. 속임수와 책략이 가득한 삼국지의 세상을 배워야한다는 것이 속상할 뿐이었다.
여하튼 이러한 2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고 나니, 저자의 독서록, 책구경에 관한 나머지 이야기들이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책의 어투는 18살, 19살다운 어투다. 10대 다운 어른(꼰대) 및 세상에 대한 불신과 경멸이 있는 듯한 어투이지만, 다양한 독서록과 책에 대한 이야기만은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10대인 저자는 20대까지도 일종의 '기득권자'로 보고 있다는 점이 조금 색다르게 와 닿았다. ( 피해자인 20대가 가해자가 되었다. <우리는 차별을 찬성합니다> 편 )
이름만 들은 유명한 책 <총,균,쇠>라든지 <사피엔스>등을 이 책을 통해 간략히나마 접하게 된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빌 게이츠는 <총, 균, 쇠>를 추천했고, 마크 주크버그는 <사피엔스>를 추천했다고 한다. 혹자는 <총균쇠>를 인상깊게 보고, 혹자는 <사피엔스>를 더 좋게본다는데, 저자는 <사피엔스>가 조금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유만주'라는 이름 역시도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본다. 1775년 20살부터 13년 동안 '매일' 일기를 썼다고 한다. 죽기 직전까지 일기를 썼으며, 그 일기 <흠영>을 토대로 그 당시의 한양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고 한다.
한 개인의 일기를 통해, 그 당시의 시대상과 환경을 알 수 있다니, 대단할 따름이다.
저자가 <흠영>을 자신의 이상(?)으로 삼는 이유를 대략이나마 알 수 있다.
페미니즘, 성교육 ( 초경, 자위, 몽정, 성병, 성폭력, 섹스 과정, 피임법 ) 등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나오는데, 나 역시 10대가 말하는 성교육 부분이 궁금했다. 저자가 알려주는 다양한 성교육 책들을 온라인 서점에서 찾아보았는데, 최고의 책이라 칭찬했던 책은 불행히도 품절이었다.
16살 무렵 저자의 엄마로부터 성교육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 콘돔 사용법, 피임법 등 / 참고로 저자는 성별이 여자이다. ) 초중교 교과서의 '성교육'이 '형.편.없.다' 는 이야기를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저자가 알려준 책들에 관심이 많이 갔다. ( 초중교 교과서의 '성교육' 책의 구절이라고 함 : 남자는 누드에 약하고, 여자는 무드에 약하다 )
10대 다운 배짱(?)이 느껴지는 부분은 자신의 또 다른 책을 소개하는 장면이다. '좋은 책이다'라는 구절에서 웃음이 피식 나왔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이 느껴진다.
ㅡ .... 내가 쓴 책이다. ..... 가수 지드래곤과 한국고전을 엮어서 풀어낸 책이다. 좋은 책이다. ( 115쪽 )
책의 맨 뒤쪽에는 여러 가지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는데, 내가 아이와 함께 본 책들도 제법 있었다. 같은 그림책을 보았는데도, 저자가 느낀 것과 내가 느낀 것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점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책의 곳곳에 무척이나 다양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것만 본다해도 나로서는 '책구경'을 한 셈이다.
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130245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