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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꽃의 숨결 - 시와 동화로 함께하는 아빠와 딸
염병기.염은비 지음 / 렛츠북 / 2017년 11월
평점 :
처음 이 책의 부제 "시와 동화로 함께하는 아빠와 딸"을 보았을 때는, 아빠와 어린 딸이 함께하는 동시와 동화일 거라고 생각했다. 혹은 아빠가 어린 딸을 위해 쓴 시와 동화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받아 읽고서야, 나의 오해였음을 알 수 있었다. '어린 딸'이라고 생각했던 딸은 대학교를 졸업한 어른이며, 동화작가이다. '아빠'는 딸보다도 훨씬 더 나이가 든 어른이다.
책 표지에 '시 염병기, 동화 염은비'라고 적혀 있다. 아빠가 시를 쓰고, 동화작가인 딸이 동화를 적은 것이다.
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지만, 마치 <어린 왕자>처럼 나이와 상관없이 누가 읽어도 좋을 듯한 글이었다. "물방울"이 아닌 "방울 물"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정말 어린왕자와 비슷한 점이 있는 듯하다. 낙하가 싫어서 지구를 떠나지만, 다시 지구를 그리워하는 '방울 물'.
'장미'가 귀찮아 행성을 떠나지만, 다시 장미를 그리워하며 장미가 있는 행성으로 돌아가는 '어린 왕자'. ( 나는 그 와중에 있는 여우와의 만남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
어린왕자가 여우를 만나고 헤어지듯이, '방울 물'은 '별을 살피는 요정'을 만나고 헤어진다.
역시나, <어린 왕자>가 떠오른다.
목차가 독특한데, "고향 / 춘 하 추 동 / 그리움 " 이라는 큰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해당 큰 주제에 어우러지는 시들이 있다.
시는 아이들을 위한 동시가 아니라, 그냥 '시'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시를 읽었는데, 옛 감수성을 떠오르게 하는 시들이다. 밝고 쾌활하다기보다는, 내 속 어딘가 깊은 곳을 건드리는 듯한 느낌이다.
이 책속의 시들을 읽으면서, '정지용'의 "향수"라는 시가 떠올랐다.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이라는 구절이 있고, 시가 노래가 된 "향수"의 감성이 연상된다.
참으로 오랜만에 옛 감성의 시들을 만나보니, 나 또한 예스런 마음이 되는 듯하다.
<향수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배가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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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자나무를 품다 / 염병기 > ( 20쪽 ) 내 고향, 동구 밖 수백 살 나이에 지난 세월 움켜쥔 늙은 정자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이다 고향길에 어김없이 지나야 하는 그곳은 돌담길에 호박 엮이듯 어릴 적 추억들도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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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오늘의 기회 / 염병기 > ( 78쪽 ) 거친 물결의 삶에서 때를 기다리며 처마 끝의 낙수처럼 하루가 주어졌다 바위에 떨어지는 음률의 시간으로 기회를 부여잡으려 하고 알싸한 소리가 마음을 훑고 지나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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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135633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