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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의 부부싸움 - 조선의 역사를 바꾼
이성주 지음 / 애플북스 / 2017년 9월
평점 :
제목부터가 흥미진진하다. <왕들의 부부싸움>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목차도 흥미로운데, 모두 8명의 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8명의 왕에 대한 이야기라 하지만, 그 왕들의 부친, 자식까지 포함하면 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ㅡ 1장 : 나쁜 남자 태종
ㅡ 2장 : 파파보이 세종
ㅡ 3장 : 여자를 멀리한 문종
ㅡ 4장 : 폭군 아들을 낳은 성종
ㅡ 5장 : 속을 알 수 없는 남자 중종
ㅡ 6장 : 아들을 질투한 선조
ㅡ 7장 : 권력 앞에 냉정한 숙종
책날개의 하단에 보면 조그마한 글씨로 적혀있는데, 이 책은 2013년도에 출간한 <조선의 운명을 결정한 왕들의 부부싸움>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운명을 결정한"이 "역사를 바꾼"으로 바뀌었는데, 조금 더 명확하게 와 닿는 듯한 느낌이다.
책의 맨 첫장부터가 흥미진진하다. 텔레비전 막장드라마에 비유하면서 '태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가 바로 이곳 <조선왕조실록>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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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본 챕터는 바로 장희빈 (장옥정)으로 유명한 숙종이었다. 드라마를 통해서 여러 번 접해보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숙종의 '냉철하고 내 마음대로, 내 마음 내키는대로'라는 자기중심적인 측면을 볼 수 있었다.
숙종 때의 남인에게 힘을 왕창 주었다가, 서인에게 힘을 왕창 주는 방식의 환국정치로 인해 정치계가 이상해지기 시작한 듯 보인다. 적들(?)과 공생하는 정치체계가 아니라, 적들(?)을 멸절시켜야만 하는 정치체계가 남인과 서인들의 마음속에 생기게 된 것이다. 그로 인한 폐단은 이후, 영ㅡ정조의 탕평론으로 살짝 드러나다가, 순조 때의 세도정치로 극에 달하게 되는 것이다.
숙종 본인으로서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신하들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심지어 왕비조차 인현왕후-장옥정-인현왕후를 번갈아 바꾸면서 '제 멋대로' 했던 힘이 센 왕이었지만, 그 이후의 정치계를 보면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1717년 숙종이 행한 '정유독대'에 대한 해석도 좀 색다르다. ('세자의 대리청정') 세자(경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방안이 아닌, 트집을 잡아 폐세자 시키려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이 책에 실린 기록만으로는 조금 과한 생각이 아닐까ㅡ 하는 느낌이다. ( 추가적으로 실록의 기록이 조금 더 실렸으면, 좀 더 납득이 갔을 것 같다. )
책이 흥미진진한 이유는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한번쯤은 들어 본 인물들이고, 드라마 등을 통해 한번쯤은 접해본 이야기들이 때문이다. 물론 '막장 요소' 또한 크게 작용한다.
이 책은 단순히 저자의 말로만 구성되지 않고, 책의 곳곳에 <조선왕조실록>이 수록되어 있어서, 그 기록을 볼 수 있는 점이 좋다.
<조선왕조실록>을 한글로 풀이해두었는데, 현대식 어투가 아닌 사극식(?) 어투여서 해석이 난해하다. 다행히도 저자는 해석이 난해한 사극식(조선 궁중식) 어투를 현대식으로 풀이해두었다.
왕과 왕비, 왕자들의 관계를 현대의 재벌가에 비유하여 설명하는 점이 이해를 쉽게 돕도록 한다. 왜 그들이 그렇게 권력을 잡으려 노력했는지에 대한 부분 역시, 현대적 재벌가의 풀이법을 통해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세종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놀라웠다. '태종'으로 인해 세종 왕비(소헌왕후)의 친정이 몰락한 줄을 알았지만, 태종 사후에도 세종이 소헌왕후의 한을 풀어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깜짝 놀랐다. 세종과 세종비가 무척 사이가 좋은 줄 알았는데, 겉보기와 속내는 무척 다르구나ㅡ라는 생각이 든다.
태종 사후에도 누명을 쓰고 죽은 소헌왕후의 부친의 억울함을 풀어주지 않았다는 점, 종이 되어 고달픈 소헌왕후의 모친을 풀어주지 않은 점을 보면,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죽은이야 그렇다 치지만, 현재 왕비의 모친이 '종'이라니.
태종, 세종 편에서 등장한 세종(충녕대군)을 '파파보이', '큰 형을 질투하는 고자질쟁이'로 보는 면도 상당히 새로운 관점이다.
뭐, 파파보이에 고자질쟁이라하더라도 백성들에게는 성군이었으며, 현재의 우리에게는 '한글'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칭송받으니, 그야말로 성공한 캐릭터인듯 싶다. 어릴 적의 불후한 환경 ( 잦은 부모님의 부부싸움, 부친에 의한 외삼촌들의 숙청 등 ) 속에서도 훌륭한 왕이 되려 노력했으며 성공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단종의 비극을 이야기하면서, 부친 문종이 여색을 멀리하였던 점을 그 원인으로 들고 있다. 어린 단종의 배경이 될만한 어른이 궁안에 없었던 것을 이야기하면서.
그러나 반면에 순조를 한번 생각해보면, '배경 및 백그라운드가 되는 어른'이 많은 경우도 순탄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단종 개인으로서는 어린 나이에 죽었으니 배경이 아쉽겠지만, 순조를 살펴보면 '그 배경, 백그라운드'라는 것으로 인해 외척, 세도정치의 계기가 되니까 모든 면에는 장.단점이 있는 듯하다.
왕은 태종이나 숙종처럼 너무 세어도 문제지만, 중종처럼 줏대가 없어도 문제이다. 인종처럼 너무 착해도 문제고.
제목은 <왕들의 부부싸움>이지만 왕과 왕비의 다툼이라기 보다는 정치 권력에 관한 이야기였다. <조선왕조실록>을 쉽고 흥미롭게 현대식으로 풀이해두어서 좋다.
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117535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