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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는 민화다 - 이야기로 보는 우리 민화세계
정병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17년 9월
평점 :
민화ㅡ라고 하면 웃고 있는 호랑이, 담배피는 호랑이가 떠오른다. 막연히 '민중들의 그림'이라고만 알고 있지, 정확히 알지 못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민화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미술책을 통해서 접해보았던 '일월오봉도, 십장생도' 등이 민화였음을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되었으니, 부끄럽고도 기쁜일이다.
'민화'라는 단어는 1937년 '야나기 무네요시'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시대에 (아마도) 한 일본인이 '조선의 민화'를 보고 감탄했었나보다.
지금이라도 한국인이 '민화화, 한국적인 것'이라는 이름으로 민화에 대해, 더 많이 알려고 알리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의미있다고 보여진다.
막연하게 '해학과 익살'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도판 이미지'와 그 그림들의 설명(이야기)를 통해 민화의 다양성을 알 수 있었다.
책의 중간중간에 '도 1, 도2 등이 있었으며, 해당 도판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책의 맨 뒤쪽에서 알려주고 있다. 물론 책의 본문에서도 해당 그림(민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서, 그림으로만 보던 민화를 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접할 수 있게한다.
재미있는 민화는 역시나 '해학과 익살'이 담겨진 그림들이다. 특히 호랑이와 관련된 민화 그림이 재미있었는데, <호렵도> <범 탄 신선>이 흥미로웠다.
<호렵도>의 경우는 위세 등등한 담배피는 호랑이, 호랑이의 눈치를 살피는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반전이 있는데, 바로 그 그림의 제목 <호렵도>라는 것이 그것이다. 즉, 호랑이를 사냥하고자 하는 청나라 황제의 행차인 것이다.
호랑이는 자신을 잡으려는 군사들을 등진채 ( 모른체), 자기보다 약한 동물들에게 자신의 위세를 드러낸다.
동물의 세계에 등장하는 먹고, 먹히는 관계이다.
<범 탄 신선>은 그림만 보았을 때는 그냥 단순히 "신선이 말 대신 호랑이 등에 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림 뒤쪽에 있는 설명(이야기)을 듣고서야, '이게 바로 해학과 익살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든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바로 '그룹화'시겼다는 것이다. 책의 서문에서 "모티프별로 살펴보았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바로 그러한 점이 바로 이 책의 독특한 점이다. 또 다른 장점은 바로 민화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냈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그림을 전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흥미를 준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말했던 '김홍도'에 대한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책거리 (책그림, 책들)'라는 말을 민화라는 분야에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해본다.
내가 아는 책거리(? 책걸이?)는 "책을 모두 공부한 후에 하는 일종의 기념행사"였는데, 이 책을 통해 '민화 책거리'를 보게 되었다.
조선에서 책거리(책그림)가 등장하게 된 계기를 알려주는데, 조선 정조때의 정책이 그 계기라고 한다. 조선 정조가 천주교 유입을 막기 위해 '문체반정'이라는 것을 실시했으며, 왕의 어좌 뒤에 '일월오봉도' 대신에 '책가도병풍 ( 책거리, 책그림)'을 설치했다고 한다.
왕의 책거리 사랑으로 인해 책거리가 신하들에게 퍼지고, 추후 민중에게까지 책거리(책그림)가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 물론 궁전에서의 책거리와 민중에서의 책거리는 그 의미가 달라진다. )
책거리는 '궁중회화 책거리'와 '민화 책거리'로 나뉘어지는데, 과학적이며 입체적인 궁중회화 책거리에 반해, 민화책거리는 비과학적이고 평면적이며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든다고 한다. ( 양자역학 이야기도 나오면서, 민화책거리의 논리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는데, 양자역학을 잘 모르는 나로서는 알쏭달쏭할 따름이다. )
책의 곳곳에 다양한 책거리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저자의 말대로 추상화 느낌을 물씬 주는 민화 책거리들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책거리를 소개한 후에 백수백복도를 이야기한다. 책거리에서 어렴풋이 느꼈던 점을 백수복복도에서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는데, 문자와 이미지의 결합에서 현재 유행중인 '캘리그라피'가 연상되었다.
나는 '캘리그라피'가 현대에 유행하게 된 문자와 이미지의 결합, 혹은 문자의 이미지화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 <민화는 민화다>를 통해서 캘리그라피ㅡ라는 것이 예전에도 존재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다양한 그림, 인용문, 민화의 스토리텔링,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방식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다양한 그림들 (운룡도, 봉황도, 까치호랑이 그림, 화조도, 어해도, 초충도, 호접도, 삼국지연의도, 구운몽도, 호렵도, 일월오봉도, 십장생도... ) 을 소개하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민화에 대한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민화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니 즐거운 시간이었고, 경기도박물관에 가서 장한종이 그림 거대한 크기의 책가도를 직접 보고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