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아시아 제46호 2017.가을 - 이 사람 An Asian Profile : 북한이탈주민 - 팔과 다리의 가격
아시아 편집부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계간 아시아 가을호를 만나보게 되었다. "계간 아시아"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새롭고 낯선 책이다.
책이 상당히 독특했는데, 한글버전 + 영어버전이 함께 있는 글이 제법 있었다.  어떤 글은 한글버전만 있거나 혹은 영어버전만 있는 것도 있었다.

'구병모'의 "어느 피씨주의자의 종생기"같은 경우에는 한글버전이 없이 영어버전만 있어서 ( 나로서는 ) 상당히 아쉬웠다. 

'아시아의 시/ 아시아의 소설' 파트에서는 이란, 중국, 베트남 작가의 글이 소개되어 있었는데 ( 한글로 번역되어 있다. ) ,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국가의 작품들을 보니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가장 먼저 본 것은 바로 "일제 시대 무렵의 러시아 고려인들의 강제이주"에 관한 내용의 소설 <두려움>이었다.  한진(본명 한대용)이라는 작가의 작품인데, 1939년 소련 스탈린이 실시한 '러시아 극동에 있던 한인들을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이주시킨' 내용에 관한 짧은 소설이다.
상당히 짧은 소설임에도  그 시대의 암울함, 두려움과 공포가 절실히 느껴졌다. 한글/한문/일본어의 차이를   (아마도) 모르는 소련 정부에서는 "조선의 책"을 불사르려고 한다.  일종의 '분서갱유'라 할 것이다.

거주지 여권도 없고, 외부 통행 권리도 없었던 한인(조선인, 고려인) '이 선생'이 '조선 책'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두려움에 떨면서.

단순히 '러시아, 강제이주, 중앙아시아' 정도의 단어로만 알고 있던 것을, 이 짧은 소설을 통해 당시의 그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소련 정부에 의해 말도, 글도 사용금지된 한인들.  조선 학교도 폐교되고, 조선어 수업도 폐지된다. 조선인 지도층들이 수시로 잡혀가는 암울한 상황에서 '이 선생'이 얼마나 큰 두려움을 느꼈을지 막연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계간 아시아 가을호의 가장 처음에 있는 이야기 <팔과 다리의 가격>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북한의 극심한 굶주림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만갑 (이제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꽃제비, 장마당, 고난의 행군, 미보급'등의 단어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꽃제비, 장마당'이라는  단어가 그토록 참혹한 상황을 거친 후에 등장한 단어라는 것은 <팔과 다리의 가격>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글쓴이가 한국인(남한)인데 '어쩜 이렇게 북한 사정을 잘알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야기의 끝부분에서야 이 이야기가 '소설'이 아닌 '실화'임을 알게 되면서 더욱 깜짝 놀라게 된다.

북한에서 나름 1계층(핵심계층)에 속하는 13살 즈음되는 소년의 이야기인데,  함경북도 회령시 학포탄광, 회령수용소가 있는 곳이 바로 소년의 거주지이다. ( 어쩌면 고향일지도 모르겠다. )

계층에 따른 진로. 직업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2계층이나 3계층에 속한 아이들은 '아예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곳을 향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2, 3계층이 많은 함북 회령에서  소년은 그나마 1계층에 속한다. ( 바로 할아버지의 손자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

<팔과 다리의 가격> 이야기 중간중간에 '조지 오웰의 <1984>'가 왕왕 등장한다. '이중사고  doubethinking' 등의 용어도 등장하며 북한 사회와 <1984>를 비교하기도 한다.
'피땀'이라는 단어가 남한과 북한에서 어떠한  의미 차이가 있는지, 단어 하나를 잘못 사용함으로  인해 큰 처벌을 받을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 다행히도 소년은 계층적 특징으로 인해 그러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

 


굶주림의 과정에 대해 무척이나 자세히 서술해 놓았는데, 굶어죽는 과정이 정말로 세밀하다. 배가 부풀어올랐다가 꺼지기ㅡ를 3번 반복하면 더이상은 회생불가능하며, 죽는다고 한다.

이야기의 말미에서 알게 된 사실 ㅡ  '지성호 대표'의 이야기라는 것,  소년과 소년의 남동생은 꽃거지가 되고, 장마당에서 활동하며 추후 여러 나라를 거쳐 남한으로 왔다는 것,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아버지의 이야기.

모든 것의 기본이 바로 의식주 중에서 '식'임을  북한 소년의 이야기 <팔과 다리의 가격>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보았으면ㅡ 하는 생각이 든다. 

계간 아시아 가을호를 읽으면서, 굶주림, 북한 주민, 강제이주 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베트남 작가의 소설 역시 무척이나 독특했는데, 베트남에서의 '여성의 지위'가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지 않을까ㅡ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라면, 아마도 남편과의 재결합은 거의 불가능했을거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편협한 생각일까?


'머리 이발을 해야지'라고 말하는 할머니, 사우 대오 노인.
그러나 청년 '피'는 이후로 그 말을 들을 수가 없다. 심지어 어머니로부터도.

누군가에게는 잔소리에 해당할 그 말이, '피'라는 청년에게는 달리 들려짐을 보면서 '외로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ㅡ 하지만 아무도 피에게 이발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인간의 바다는 그렇게 막막하다.....   ( 299쪽 )




 

계간 아시아 가을호와 함께하며, 다양한 시와 소설을 한글과 영어버전으로 접할 수 있었다.

 

 

 

 

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11643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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