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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7년 8월
평점 :
이외수 작가의 책을 본격적으로 읽어본 기억은 없다. 다만 TV프로그램을 통해서 접해보았고, 독특하신 분이다ㅡ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만난 책은 '이외수 쓰고 정태련 그리다'라는 소제목(?)이 있는 책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이다.
제목부터가 인상적이었는데, 표지는 더욱 근사하다. 촉감이 무척이나 좋은 이 표지는, 촉감만으로 나의 기분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 어떤 재질인지 무척 궁금하다.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보들보들하다. )
책은 글 반, 그림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림이 풍성하다. 책날개에 그린이 '정태련'에 대한 소개가 있는데, 이외수 작가의 여러 작품에 그림을 그렸나보다. <보리 동식물도감>의 그림을 그렸다는 부분에서 깜짝 놀랐다. ( 그 책의 세밀화를 보고 감탄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
이 책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방>은 책의 내용 중 한 대목에서 따온 제목이다. 바로 이외수 작가가 글을 쓰는 '골방'에서 저자가 느낀 점 ㅡ 시간과 공간이 정지하는 듯한ㅡ 을 표현한 말인 것이다.
ㅡ 그 골방으로 들어가 명상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그때는 시간도 공간도 정지한다. ( 34 ~ 35 쪽 )
저자는 근래에 위암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 이 또한 나는 TV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아마도 이외수 작가의 sns팔로우들은 알고 있었으리라. ) 이 책은 저자가 자신만의 '골방'에서 쓴 일종의 에세이이다.
책의 구절구절들을 읽으면서, '크하하'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그래그래'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건 조금 심한데?'라며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크하하' 웃었던 부분은 '이외수 썰' 부분이다. '혓바늘, 비술, 개띠 ' 관련 이야기를 보면서 웃음이 나왔고, 나 또한 이외수 작가가 배운 '비술'을 배우고 싶어진다. ( 물론,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순 없겠지만. )
저자는 말한다. 나이를 먹는다고 지혜로와지는 건 아니라고. 저자 본인또한 아직 미완이어서 실수를 할 수 있으니, '해량'해 달라고.
ㅡ 나이가 곧 지혜가 되지는 않는다. 더러는 실수도 하고 더러는 망발도 한다. 맞다. 아직 완성본이 아니다. 그대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더라도 부디 해량하시기를. ( 25쪽 )
책의 구절에서 가장 가슴에 와닿은 부분은 "애물단지"에 관한 부분이다.
이외수 부부 내외는 강아지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들을 애물단지로 표현한다. 강아지들의 이름이 독특한데, 매난국죽에 '순', '돌'을 결합했다. 암컷에겐 '순'을 수컷에겐 '돌'을 붙였나보다. 불러보니 이름이 근사하게 느껴진다. 매순, 난순, 죽순, 국돌 ( 죽순이는 살짝 오해의 여지가 있어보인다. ^^ )
ㅡ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애물단지들이다. 수시로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든다. ( 9쪽 )
맞는 말같다. 나 역시 이 애물단지 아이로 인해 가슴 철렁하기도 하고, 걱정에 휩싸이기도 하고, 기쁨에 웃기도 한다.책을 읽으면서 처음을 '장인 정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냥 막연히 '대단하다. 독일처럼 마이스터라는 제도가 제대로 확립되어 학벌 , 학력에 관계없이 인정받는 사회,국가가 되면 좋겠다.'라는 바람만 있었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은 저자 이외수의 혼잣말 같기도 하고, 에세이같기도 하다. 그리고 시집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는 와중에 부정부패, 사회악, 똥 등에 대해 거침없이 할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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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곳곳에서 인공지능 알파고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도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등에 대해 상당히 큰 관심을 가진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한 곳, 황당하게 느껴지는 곳 등이 있었으나, 이야기는 쉽게 읽혀진다. 웃음이 피식 터져나오기도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며, 근래의 여러 사건들이 연상되기도 한다.
멋진 그림과 함께 이외수의 글이 함께하니, 더욱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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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09226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