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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술래잡기 ㅣ 모삼과 무즈선의 사건파일
마옌난 지음, 류정정 옮김 / 몽실북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마옌난'이라는 중국 작가가 쓴 책이며, 옮긴이인 '류정정' 역시 중국인 같다. 한국인이 중국책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중국인이 중국책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주인공 이름들이 낯설다. ( 즈선, 친스스, 관팅, 림하이, 초지엔 ... )
또한 이 책은 "중국 대륙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파일 , 부검자료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고 한다.
책 뒤쪽에 '소녀같은'이라는 단어가 있는 걸로 봐서, 책의 저자 '마옌난'은 여성인 모양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나서도 몰랐고, 책표지의 맨 뒤쪽에 있는 텍스트가 나중에서야 보였다. ( '소녀같은 작가의 섬뜩한 소설'- 이라는 구절이 책을 다 본 후에야 다시금 보인 것이다. )
표지 부터가 무척이나 으스스하다. 드럼통, 검붉은 피, 그리고 .... ( 책을 읽고 나면 표지 사진이 이해가 간다. )
책의 시작도 무척이나 인상적이며, 시선을 끈다.
ㅡ 암흑에 휩싸인 깊고 어두운 밤, 서늘하고 오싹한 한기를 품은 칼이 모삼에게 접근하고 있다. ( 7쪽, 책의 프롤로그 서두 )
'모삼'과 '무즈선'이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이며, 차례에 등장하는 소제목들이 각각 하나의 사건들이다. ( 물론, 이 사건들을 하나로 묶는 '어둠의 그림자'가 있다. )
'어둠의 그림자'는 모삼에게 '게임'을 제안한다. 그림자가 모삼에게 게임을 제안한 이유는 모삼에게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며, 라이벌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며, 자기자신을 과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삼에게 '선과 악이란 무엇인가?' 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모삼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있는 듯하다. ( 즉, 모삼을 악-으로 끌어들이고 싶어하는 듯하다. )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어둠의 그림자'가 '선과 악은 무엇인가'를 말할 권리는 전혀 없다고 본다. 특히 '관팅'에게 행한 그 잔인하고 흉악한 행위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어둠의 그림자'가 '관팅'에게 행한 행위를 보면서, 나는 과거 일본 731부대가 생각났으며 그곳의 실험체였던 사람들이 연상되었다.
'어둠의 그림자'의 실체는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 어떤 '슬픈 과거'가 있다 하더라도, 전혀 무관한 살아있는 '관팅'에게 행한 짓은 너무 지나치고도 지나쳤다.
'어둠의 그림자'는 그 자체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악-자체이기 때문에, 그가 '선과 악은 무엇인가'를 말한다는 것은 궤변이며, 어불성설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는 모삼, 무즈선의 보완적인 파트너쉽과 그들에게 게임을 제안한 '어둠의 그림자'와의 이야기이다.
그 큰 줄기가 기저에 있는 상태에서 각각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번째 에피소드인 '마르가리타'를 제외하고는 모두 '어둠의 그림자'와 관련이 있다. ( 어쩌면, '마르가리타'역시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
각 에피소드이자 사건 '상자 속 장갑 / 아야와스카 / 행복의 절정' 마다 다른 인물들이 등장한다. 물론 모삼과 무즈선이 이 사건들을 해결하며, 그들을 도와주고 보조해주는 경찰 역시 있다.
나는 각 에피소드 중에서 '상자 속 장갑'이 가장 소름끼쳤다.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범인들은, '자기만의 아픔이 있고, 한때는 피해자'였으나, 지금은 '무차별적인' 가해자가 되었다. 그들이 '자신에게 직접 해를 가한 특정인'에게 보복 혹은 복수를 했다면 조금 달리 느껴졌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들은 '나는 억울해'라는 감정을 '모든 타인, 모든 이'에게 풀고자 한다.
무차별적인 범죄이며, '무관한' 피해자에게 큰 고통을 '일부러 오랫동안' 주기까지 한다.
중국 법의학계의 은어를 알 수 있었으며, 그들의 관념 ( 명예를 중시여기고, 시신 훼손을 싫어하여 법의학의 발달이 늦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시신 훼손에 대한 거부감은 한국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에피소드 마지막에 이르러서도 '어둠의 그림자'에 대한 실마리를 거의 얻지 못한다.
과연 누가 범인일까?
"부유하고 잘생겼고 매력적인 목소리에, 해킹실력도 뛰어나고 심리전도 능하며, 고등교육을 받은" 것으로 추측되는 '어둠의 그림자'.
<사신의 술래잡기>에서 모삼은 '어둠의 그림자'에게 끌려다니기만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무척 아쉬움이 든다.
이 책이 시리즈의 1권이라면, 이제 다음번 책에서는 '어둠의 그림자'의 실마리를 잡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