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빌리의 노래 - 위기의 가정과 문화에 대한 회고
J. D. 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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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무척 방대하다. 분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 물론 410쪽에 달하는, 제법 많은 페이지이기는 하다. ) 그 내용이 무척이나 방대하다.  책을 읽고는 '어떻게 서평을 써야하나'를 한참을 고민했다. 쓸 내용이 없어서가 아니라, 쓰고 싶은 내용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다. 
 

책의 앞쪽에 '할보, 할모'라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를 보고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연상되었는데,  제이디의 외할아버지 짐 밴스, 외할버니 보니 블랜턴을 일컫는 말이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 할보, 할모에게 경의를 표한다.
ㅡ나만의 힐빌리 터미네이터였던 할모와 할보에게.

어둡고 어두운 상황에서 할보와 할모가 있음으로 인해, 제이디는 '개천용'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제이디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을 졸업했으며, 예일대 로스쿨에 합격했으며, (힐빌리 사람 기준으로) 성공적이고 부유한 삶을 살고있다. 그리고 멋진 여성과 결혼하여 (나름) 평온한 가정을 꾸렸다. 
힐빌리로서는 쉽지 않은, 흔치 않은, 무척이나 드문 일이다.


이 책 <힐빌리의 노래>는 저자 '제이디 밴스  J.D Vance'의 '회고록'이다. 저자의 경험록인 것이다. 저자 제이디는 '힐빌리'이다.  힐빌리백인 노동 계층을 의미하는 말로,  백인 주류 지배 계급인 와스프 WASP와 대비된다. 힐빌리는 다른 용어로 레드넥 RedNecks, 화이트 트래시 White Trash 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트래시라니...
( 힐빌리는 달리 지역적으로는 애팔래치아 산골사람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켄터키 남동부 잭슨 마을의 '블랜턴'가 사람들도 힐빌리이다.  힐빌리 사람인 할모와 할보는 언제나 '총'을 휴대하고 다닌다.   - 애팔래치아 산맥 : 미국 동부 워싱턴DC  약간 위쪽에 위치해 있다책을 읽고는 위치가 궁금해서 지도를 찾아보았다.  )

 



특유의 힐빌리 문화(?)는 이상하다.  ( 책을 읽었음에도 어떤 식으로 묘사해야할지 애매모호하다. )   책에 의하면 힐빌리의 특징은  '난폭한 명예의식, 가족에의 헌신(? 과연 헌신인가??), 별난 성차별주의, 애팔래치아 명예법전'라고 한다.

힐빌리의 문화(?)는 역시 이상하다.
할모, 할보의 세 자녀 지미 삼촌, 베브, 로리 이모의 상황을 보았을 때 더더욱 이상함을 느낀다.  할모, 할보, 베브, 로리 이모만 남은 상황에서,  할모와 할보의 싸움을 중재하려던 로리 이모의 눈가에 멍이 든다. ( 할보의 주먹에 의해 )
지미 삼촌이 방문했을 때,  로리 이모는 ( 눈가의 멍을 보이지 않으려고 ) 지미 삼촌을 피하기 위해서 숨는다. 자신의 친 오빠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같이 살지 않기 때문에"  , '남에게 가족의 흉을 보지 않듯이'  할보의 흉을 보지 않기 위해서 숨은 것이다.



미국 동남부에 위치한 '애팔래치아 산맥' 근처의 켄터키, 오하이오에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힐빌리'가 여전히 헷갈리는데, 애팔래치아 산맥의 산골 사람을 뜻하기도 하고, 켄터키 남동부 사람을 의미하기도 하는 듯하다. 

책의 후반부에 '아동기의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ACE'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제이디와 그의 누나 린지는 6점, 로리 이모(위 이모, 1963년생)는 7점이 나왔다고 한다.  ACE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지만, 이들이 6~7점이라니 해당 점수가 꽤나 높은 편이라는 생각이 든다.
로리 이모의 경우,  엄마(제이디의 할모)가 아빠(제이디의 할보)를 죽이기 위해 석유를 뿌리고 성냥불을 던지는 장면을 보았으며 (11살때, 도피하는 베브가 아니라 투쟁하는 로리였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76쪽) , 아빠를 살리기 위해 아빠 몸에 붙은 불을 꺼주었다고 한다.  할모와 할보의 부부싸움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라, 정말로 '전쟁'이었던 것이다.


켄터키 남동부에 위치한 '잭슨'은 힐빌리의 마을이며, 제이디는 무척이나 좋아하는 곳이다. '잭슨'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곳에 '블랜턴 가' 사람들이 항상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힐빌리'이기 때문에 제이디 역시 '힐빌리 문화'를 자연스럽게 흡수한다.  그런 반면 오하이오 '미들타운'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의 핏줄을 타고난  제이디 밴스는 1984년에 태어났다.  생부 '돈 보먼'과 엄마 '베브 밴스(1961년생)'는 1983년 결혼했다. 그들은 제이디가 4살 되던 때 이혼했고,  6살이 되던 해 생부는 '친권을 포기'했다. 그 후 제이디가 생부를 재회한 시점은 제이디가 11살~12살 무렵이다. ( 제이디에게는 아빠가 다른 누나 린지가 있다. 제이디보다 5살 많다. 제이디가 함께 산 가족은 엄마 베브, 린지 누나, 제이디, 그리고 자주 바뀌는 엄마의 남자들이다. )

아주 열악한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이디의 엄마는 어린 제이디에게 '도서관 대출 카드'를 만들어주었고, 책 대여방법을 알려주었다.  할보는 곱셈과 나눗셈을 알려주었으며, 함께 수학문제를 풀어보았고, 지능과 지식의 차이를 알려주며 격려한다. 

베브가 제대로 '엄마 역할'을 하지 못하자, 할모와 할보가 제이디와 린지의 '엄마, 아빠'역할을 한다. ( 아마도, 그들 나름대로의 책임감과 죄책감이었을 것이다. 할모 할보의 알콜 중독, 불화, 폭력, 폭언 등으로 인해 3자녀 - 지미, 베브, 로리 - 에게 악영향을 끼쳤기에. )
반면에 힐빌리인 할모와 할보는 제이디에게 주먹질 하는 법 , 총 쏘는 방법 등도 아주 구체적이고 자세히 알려준다.



제이디가 3학년부터 9학년(10살~16살 ?) 까지의 상황은 정말 엄청날 뿐이다. 특히 '불안정한 가정 환경'이 그러했으며, 주변의 모든 환경이 그러했다. 폭력과 폭언, 모욕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할보와 할모라는 '안전망 / 탈출구'가 있었기에 제이디는 술과 마약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할보와 할모라는 '탈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제이디는 마약에 손을 대기도 한다. ( 대마초 ㅡ 소변 사건  )


존재 여부가 희미한 생부, 제이디가 9~10살이 될 무렵부터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하는 엄마.  자꾸만 바뀌는 엄마(베브)의 남자들. 할보의 사망 이후 본격적으로 '약'에 빠져드는 베브.
제이디를 죽이려고 달려오는 베브 ( 12살 무렵 /  자동차 사고, 법정),  마약검사를 피하기 위한 '소변사건'(15~16살 무렵) 등 굵직한 사건들.   베브와 남자들의 관계를 보면서  제이디와 린지가 '배우게 된' 성인 남녀의 '대화방법(?!!)' - 폭력, 폭언, 고성.
어린 아이들에게는 무척이나 나쁜, 독이 되는 환경이다.
책의 후반부에 저자는 말하기를 "'미안하다'고 하는 사과를 믿지 않았다'고 한다.  12살 무렵 발생한 엄마의 말 '미안하다'와 뒤이은 자동차 사고가 큰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엄마 베브의 말을 믿지 못하는 아이들. 어른들의 말을 믿지 못하는 아이들.


천만다행히도 제이디는 '본보기'가 되는 가정을 볼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 로리 이모와 댄 이모부의 가정, 지미 삼촌의 가정, 그리고 생부와 셰릴 아줌마의 가정이 그러하다. 이들 가정에서는 '언성이 높이지지 않는 싸움'을 했으며 폭력, 폭언, 모욕이 오가지 않았다. ( 이런 가정을 보면서 제이디와 린지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경계를 풀지 않는다. )






'소변사건'을 본 후 할모는 제이디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제이디는 10학년, 11학년, 12학년 ( 17~ 19살 ?) 을 할모와 함께 지내면서  그 전보다는 '안정적이고 평온한' 일상을 보낸다.  할모의 명령(?)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이디는 빈곤계층에 대한 시각을 달리한다. 특히나 '일하지 않는 노동자 빈곤계층 / 복지 여왕 Welfare Queen ' 등에 대해 아주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게 된다.

할모와 함께 3년을 살면서 대학진학을 꿈꾸지만, 아직  '스스로' 독립할 준비가 되지 않은 제이디는 사촌 누나 레이첼(지미 삼촌의 장녀)의 조언대로 해병대에 입대한다. 
19살에 해병대에 입대하고 ( 2003년 ), 2005년에는 이라크에 파병된다.  2007년 23살의 나이로 제대했을 때, 제이디는 많은 것을 배웠고 경험했다.
ㅡ 자신감 / 계획 짜는 법 / 실행력 / 나도 할 수 있다는 것 / 노력부족과 무능력의 차이 / 무엇을 하고 싶은지 &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알게 된 것이다.


'스스로 독립할 준비가 되지 않았던 제이디'가 해병대의 4년 경험으로 인해 이제는 '스스로 독립할 준비가 된' 것이다.  또한 해병대 월급을 받아서 할모의  '증가한 보험료 300달러'를 매달 내줌으로써, 큰 만족감과 행복을 얻기도 한다. 언제나 할모, 할보의 보호를 받던 어린 제이디가 이제는 나이든 할모의 보호자가 된 것이다.  경제적 자립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끼게 되는 부분이었다.


해병대 제대 후, 오하이오주립대에 들어가는 제이디. ( 2007.9 ) 집안의 경사이다. 콜롬버스에 위치한 '오하이오주립대'에 입학한 제이디는 학업 + 일을 동시에 하다가 수면부족으로 병에 걸리기까지 한다.  다른 학생들보다 4살은 많은 상황, 이라크전을 참전했던 군인이었던 제이디는 여러 가지 이유로(!)  빨리 졸업을 하고 싶다. 2009년 8월(25살)에 조기 졸업을 한 제이디는 로스쿨에 가야겠다는 꿈을 꾼다.

2013년도 신입생 예일대 입학한 제이디는 생애 최초로 '가난한 집안의 덕'을 본다. 가난한 학생에게 제공하는 장학금을 받게 된 것이다.
 



제이디가 예일대 로스쿨에서 경험한 내용들을 씁쓸하기도 했다. 제이디가 '그들만의 리그'에서 배운 '성공하는 사람들의 법칙, 규칙'이라는 것이 '인맥, 사회적 자본의 중요성, 물밑 작업, 실력보다는 & 운보다는 인맥, 그들만의 정보'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더럽게 운이 좋은 개자식'인 제이디는 구렁텅이에서 벗어났다. ( 다만, 언제 내면의 괴물이 깨어날지 몰라 항상 조심하고 있다고 한다.  )

할모, 할보, 린지 누나, 로리 이모, 댄 이모부,  지미 삼촌, 해병대에서 알려준 여러가지들 ( 차 사는 방법, 대출 비교하는 방법, 은행 비교하는 방법 등),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만난 친구들,  예일대에서 만난 우샤, 에이미 추아 교수님 ....
제이디에게 큰 도움을 준 이들이다. 제이디의 인맥이며, 사회적 자본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어른이 된 제이디는 15살때의 제이디를 닮은 브라이언을 만난다.  브라이언 역시 힐빌리일 것이다. 그래서 남에게 부탁하는 것이 어려웠고,  그래서 '배가 고프다'라고 어른 제이디에게 말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청년 제이디가 '낯선' 오하이오주립대 총장에게  추천서를 요청할 수 없었던 것처럼. ( 내재된 '힐빌리 문화'로 인해서 쉽지 않았을 것이다.   )
청년 제이디는 '이상한' 힐빌리 문화를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도와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우샤에게, 에이미 추아 교수님에게 )   자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도피/회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도움을 주는 것도 어렵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나서, 생각에 잠기게 된다.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이 현재의 한국에서도 사라지고 있다고, 심지어 사라졌다고도 한다. 이 말이 사라지는 것의 위험성은 / 고착된 사회, 흐름이 없는 사회, 계층이 부동적이 된 사회,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신뢰와 믿음" 이 없는 사회 / 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한국은, '열심히 노력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을 믿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보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한국에서는 '그러한 사람들(개천용, 본보기)'을 보기 힘들다.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신뢰와 믿음'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어두운 상황이다. 

믿음과 신뢰, 잘 될 거라는 기대치, 개인의 노력과 정부의 노력,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야 할 것 같다.

 

 

 

 

 

 

사진과 함께한 서평은 블로그 참고   : http://xena03.blog.me/221074816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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