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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 표지가 인상적이다.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호수에서 찍은 아마도 '하루'의 사진인 것 같다. 바다같기도 하고, 하늘 같기도 하고, 거울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책의 목차도 독특한데, 4월부터 3월까지 총 1년 간의 이야기이다.
책의 중간중간에 여자가 남자에게 쓴 편지글이 있다. 맨 처음 편지를 읽었을 때는 '하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은 후에 느낀 것은, 이 이야기는 '후지시로 슌'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대학시절 사진부 동아리에서 처음 만난 '이요다 하루'와 '후지시로 슌'은 연인이 된다. 그리고 헤어진다. 헤어지고 9년만에 하루는 후지시로에게 편지를 보낸다. 우유니에서, 프라하에서, 아이슬란드에서. 그리고...
후지시로와 하루의 만남은 평이하다. 헤어짐은 좀 독특하달까, 이상하달까.
책의 중간중간에 일본 특유의 정서가 들어나는데, 준과 후지시로의 대화가 특히 그러하다.
후하루와의 이별 6년 후에, 후지시로는 약혼자가 있는 '야요이'에게 연애감정을 가지게 된다. 후지시로가 야요이에 한 말은, 그로부터 3년 후 야요이가 후지시로에게 한 말이다.
ㅡ 야요이씨는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아요.
ㅡ 후지시로는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
책의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후지시로에게 보내는 편지들.
후지시로의 주변 여성들 하루, 야요이, 준, 나나.
사랑을 태만히 한 죄, 사랑을 귀찮아 한 죄, 노력하지 않은 죄로 인해 후지시로는 하루와 헤어지게 된다. 이 죄는 하루 역시 마찬가지이다.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후지에게 집중하지 않았다. '잘 안다는 이유로' 오시마와의 관계가 흐릿해졌다.
책의 서문에서 하루는 '흐릿한 색채를 사용하는 남자'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후지시로가 바라보는 하루의 사진은 '흐릿한' 느낌을 준다. 나는 하루와 그 남자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시마가 한 말이 인상적인데, 아는 것과 사랑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를 아는 것 / 잘 몰라도 알고 싶은 생각이 들고, 같이 있고 싶은 것"
'늘 기다리기만 하던 후지시로'는 이제 더이상 '기다리기만' 하지 않는다. 스스로 달려나간다.
예전에 '하루를 잡지 못했던' 후지시로가 지금은 다르다. '스스로 찾아가는' 후지시로가 된다.
이 책은 사랑이란 무엇인지,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들이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하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