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인문학 - 삶을 위로하는 가장 인간적인 문학 사용법
김욱 지음 / 다온북스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시선을 끈다. 인문학은 인문학인데, "상처의" 인문학이라니,  어떤 내용들이 들어 있을지 호기심이 생긴다.


책 표지는 검정색과 흰색의 흑백사진같다. 창가(혹은 기차? 버스안?)에 앉은 모자를 쓰고 안경을 쓴 남성의 실루엣이 비친다.  추측건대,  저자인 김욱인 듯 싶다.



책 날개에 있는 저자의 이력이 독특하다.1930년 말띠생, 기자 출신, 묘지지기 출신 ( 무척이나 독특한 이력이다. ) , 그리고 75세에 문단에 데뷔.



책의 소제목에 '박완서'이야기가 나오는데, 박완서 역시 40이라는 늦은 나이에 데뷔, 그 후 40년이라는 시간동안 집필을 했다고 한다.


박완서와 이 책 <상처의 인문학>의 저자인 김욱은 연배가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해보았더니, 박완서는 1931년 생이다. 역시 연배가 비슷하다. )


이 책 <상처의 인문학>에는 여러 문학 작품, 여러 작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내게 익숙한 제목들도 있고, 낯선 이름 낯선 책들도 더러 있었다.


어떤 책들은 맨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데, 이 책은 "내 마음에 드는" 소제목을 고른 후에 마음대로 읽는다 해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책의 맨 처음 나오는 이야기는 니체이야기이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니체에 관한 글이 맨 처음이라니, 무척이나 새로웠다.  ( 왜냐면, 나는 니체, 짜라투스트라를 이해하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웠기 때문이다. )  그 어렵다는 니체, 짜라투스트라가 이 책 <상처의 인문학> 맨 첫장을 차지하다니.


 여저히 알쏭달쏭한 니체의 글을 잠깐 보면,

  "그 절망 속에 마지막 희망이 숨겨져 있다. 왜냐하면 그대들은 아직 굴종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 21쪽,  니체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굴종을 한다면 절망이 없을테니, 절망이 있다는 것은 굴종하지 않았다는 의미라는 것일까?  ( 역시 쉽지 않다, 니체. )



책의 중간중간에 저자가 밑줄을 그어놓은 곳이 종종 있다.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말인가보다.


이 책을 통해서, 이름으로만 알고 있던 작가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무척 많아졌다. 박완서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 ( 노력에 대한 배신과 무시 . 아버지, 오빠, 남편, 아들을 잃은 것 등 ) ,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생계유지기술을 연마한 스피노자 ( 2개 이상의 우물을 파라 )  등등.


 ( 부정적인 의미로 ) 인상깊었던 이야기 하나는 "진달래꽃"이라는 시를 쓴 시인, 김소월에 대한 것이다.

소월 김정식은 32세의 나이에, "자택"에서 새벽녁에 아편을 먹고 자살을 했다고 한다.  아내와 3남 2녀는 잠자고 있는 중에.


아버지이자 가장인 젊은 김소월의 아편자살이야기를 들으며,

 "아니 왜 결혼했어? 

스피노자처럼 결혼하지 말지.

부인과 애들은 뭔 죄?? "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으니 말이다. ( 아마도 내가  여성이라서  김소월의 부인과 자녀 입장에 좀 더 감정이입이 되었다. )


저자 김욱은 김소월의 상처와 아픔을 말하고 있다. 소월의 간질, 정신병, 환청, 불안, 예민한 정서, 일본의 억압 등을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자녀 5명을 두고 자살한 32살의 김소월을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스피노자처럼 독신으로 생을 마감하며, 본인의 욕구(시, 등등 )를 충족했다면,  비감한 생각은 들지언정, 비정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김소월은 비정한 아버지이고 남편이다.  여하튼, 김소월의 자살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니, 나도 모르게 막 욕이 나온다. 


저자 김욱은 김소월의 아픔, 진달래꽃의 의미등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김소월의 남겨진 5남매와 그의 아내가 떠오른다.


저자 김욱의 말을 보면,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으롣 내 인생 어딘가에 뿌리 내린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양분을 얻게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141쪽)"


 



김정한의 <사하촌>에 관한 파트를 읽으면서, 나는 불연듯 '4대강 사업(?)'이 떠오르기도 했다.  강대해진 국가와 기업, 그에 반해 고독해진 개인의 희생은  현대를 아우르는 우리들의 슬픔이고 상처일 것이다.


이 책은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은 소제목에 있는 소설들 속 인물들의 상처, 작가의 아픔, 그에 비견되는 현대인들의 우울과 좌절을 말하고 있다.


다만, 그 상처를 어떻게 다독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을 하지 않고 있다. 

"개개인이 포기하지 마라.
개인은 약하지만 뭉치면 강하다. 뭉쳐라.

스스로 선택하라. "라고 하고 있으나, 그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해서 아쉬움을 준다.

​포기하지 않고 상처의 기록들을 보다보면, 어느새  깜깜한 터널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를 희망한다.​ 

 

 


 

 

 

 

구원은 누구의 몫도 아니다. 현실을 만들어가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 51쪽 )

삶의 목적은 본인 스스로 결정해야 될 문제 ( 231 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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