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의 미술관 (책 + 명화향수 체험 키트)
노인호 지음 / 라고디자인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검은 색 표지에,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가 나를 바라본다. 표지그림인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요하네스 페이메이르의 작품으로, 내가 이 그림을 '제대로' 인식한 계기는 예전에 본 영화를 통해서였다.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고 난 후에, 이 그림을 새롭게 보게 된 것이다. 이 책 <향기의 미술관>이 눈에 띈 이유 역시,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영향이 크다.




이 책 <향기의 미술관>의 저자는 '노인호'로 향수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한다. 즉, 조향사인 것이다.
그림인 명화가 가득한 책을 쓴 사람이 화가나 혹은 미술관련분야가 아니라, (물론 예술은 통하겠지만) 향수를 만드는 사람이 썼다는 점에서, 이 책은 또 다른 매력을 내게 주었다.

이 책에 의하면,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요하네스 페이메이르'는 '순간'을 잘 그려내는 화가라고 한다. ( 이런 부분은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던, 이 책의 저자가 알려주는 일종의 팁이라고 할 수 있다. ) '일상의 순간'을 잘 포착한 '요하네스'는 소녀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을 잘 포착하였다.



요하네스가 살던 17세기 당시의 네덜란드에서는  에로틱과 외설스러움을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림속의 소녀(혹은 하녀)가 주홍빛 반짝이는 입술을 살짝 열고 있는데, 이러한 입의 표현으로 '외설스러움, 에로틱'을 표현했다고 한다.

저자의 이런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뜬금없이 김홍도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말해주는 요하네스의 '대단한' 부분은, 요하네스가 그림을 그리던 시절에는 물감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감이 없는 상황에서 화가들은 각각의 색깔을 표현하기 위해, 일일이 가루를 빻고, 색을 조합하고, 기름에 섞어서, 화가마다 본인의 물감을 스스로 만들었던 것이다.
( 영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의 한 장면이,  이 책의 설명 - 가루를 빻아서 색을 만들었다 - 을 듣고, 갑자기 이해가 되었다.  영화속에서 요하네스로 추정되는 남자가 한 행동들이, 바로 물감(색깔)을 만들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것, 말이다. )




조향사(?) '노인호'가  이 그림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에 추천한 향수는  '부드러운 머스크'향이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매혹적인 소녀의 향기'라고 한다.  향의 배합은 '재스민/뮈게/바닐라/머스크'인데, 뮈게라는 말은 처음 들어보아서 무엇인지 궁금하다.

평소에 머스크향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향수는 '부드러운 머스크향'으로  내 마음에 들었다.  ( 저자의 말에 의하면, 머스크향은 사람의 살 냄새와 가장 유사한 향료라고 한다. ) 


이 책 <향기의 미술관>의 구성을 살펴보면, 본책1권, 그리고 미니향수5개(각각 3ml ) , 시향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은 생각보다 무척 작고 가벼운 편이다. A4용지를 절반으로 접은 사이즈와 비슷한 크기이고, 두께는 1cm가 조금 넘을 듯 싶다.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은 사이즈의 책이고, 작은 여성용 가방속에도 쉽게쉽게 들어갈 만한 크기이다.



그리고 이 책속에 21명의 화가들 이야기, 그림이야기가 있다.
( 렘브란트, 귀스타브 쿠르베, 앙리 루소, 카스파르 프리드리히, 고흐, 고갱, 에드워드 호퍼, 디에고 벨라스케스, 외젠 들라크루아, 윌리엄 터너, 앙리 마티스, 피카, 르네 마그리트, 라파엘로 산치오, 모네, 세잔, 칸딘스키, 몬드리안, 피테르 브뤼헐,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르누아르 )



미니향수 5개는 각각 그림과 매치되도록 이름이 씌여 있다.
저자가 선택한 그림은 앙리 루소 '꿈',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모네 '수련',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이다. ( 이 5개의 그림은 향기와 함께 , 향기 미술관의 향을 경험할 수 있다. )



나는 우선 (차례에서) 내가 보고 싶었던 그림을 골랐다. 그리고 해당 그림이 있는 부분의 text를 읽고, 그림을 보고(읽고), 그리고 맨 나중에  포함된 미니향수의 향기와 함께 그림을 보는 체험을 했다.
즉, 책을 보고, 읽고, 향기를 맡아보는 체험을 하게 되었다.



제일 먼저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향기와 함께 체험해 보았고,  2번째로 선택한 그림은 <꿈 / 앙리 루소>이다.

2번째 선택한 그림<꿈>은  첫번째와 달리, 향수를 먼저 체험해 보았다. 먼저 향수를 맡아보고, 향을 느낀 후에, 책을 둘러본 것이다.
향수의 소개는 '풀과 나무가 우거진 울창한 숲의 향기'라고 하는데, 나는 숲의 향기는 느끼지 못했고, 오렌지, 레몬 등의 새콤달콤한 식욕을 돋우는 향을 느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 했었던 것 같다.

나중에 책을 보고 나니, 그림속에 숨겨진(내가 뒤늦게 발견한)  주홍색 과일들을 볼 수 있었다. 초록색이 가득한 속에 숨겨진 조그마한 주홍색 과일들.  조향사는 이 숨겨진 과일들의 향을 무척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는 그림만 보았을 때 초록빛 나무향을 생각했었는데,  숨겨진 과일향이 가득한 것도 나름 새로운 재미를 주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꿈>을 그린 <앙리 루소>는 숲을 가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파리 박물관 식물원을 자주 갔었단 앙리 루소는, 상상으로 '자신만의 숲'을 그린 것이다.
앙리 루소의 별명(?)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는데, '일요 화가, 원시 화가, 놀림 화가, 숲의 화가'라는 다양한 별명이 있었다고 한다.  직업이 세금징수원이었기에 일요일에만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일요 화가', 그림 등이 무척 투박해서 놀림감이 되었기에 '놀림 화가'라고 불렸다고 한다. ( 이 책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화가 개개인에 대한 몰랐던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런 정보들로 인해서,  가까이 가기 힘든 '명화를 그린 화가'라는 위인에서, 가까이 갈 수 있을 법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앙리 루소가 '상상만으로 숲'을 그렸고, '아무것도 모르기에 모든 것을 그릴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면,
'귀스타보 쿠르베'는 '천사를 본 적이 없기에 그릴 수 없다.  ...천사를 보여 준다면 그때 천사를 그리겠다'라고 말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앙리 루소는 상상화, 귀스타보 쿠르베는 사실주의인 것이다.




화가마다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그림을 그리는 방법 또한 제각각이다. 각자 자신만의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의 의하면, '건방진 생각, 두둑한 배짱, 놀림 좀 받으면 어떤가'하는 마음가짐으로.


향기와 함께 그림(명화)을 보는 느낌은 정말로 기묘해서, 무어라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다.
다만,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방식으로, 새롭게 그림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향수에 대해 또 다른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몰랐던 화가들과 그림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고, 그림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니 더욱 재미있었다.
특히, 향과 함께하는 미술관이라 더욱 새로움과 특별함을 주는 듯하다.




cf.  향수를 시향지에 묻혀서 향을 느낀 후에는,  향수와 매치되는 그림속에 시향지를 넣어두었다.
나중에 책을 펼칠 때, 해당 그림을 볼 때면, 그림속에서 시향지의 은은한 향이 나니 무척이나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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