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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런 가족
전아리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8월
평점 :
책의 앞쪽 커버에 4가족의 그림이 있다. 첫째딸 혜윤, 둘째딸 혜란, 유미옥과 서용훈.
4명이 모두 검은색에 가까운 남색의 옷을 입고 있고, 혜윤을 제외한 3명은 황금색 물건을 들고 있다. 그리고 혜윤만 정면이 아닌 측면을 바라보고 있다.
책을 다 읽고나서 표지를 보니, 표지또한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이제야 새삼스레 느낀다.
책을 읽다보면, 이 가족은 정말 괴상하다.
금수저 가족의 어느 날 아침식사, 첫째딸이 'XX동영상에 찍혔다'고 고상하게 말한다.
소음이 없던 이 가족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혜윤은 돈을 받지 않으면 오르가즘을 느낄수가 없어서,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 어플을 통해 낯선이들을 만나고 30만원에 성매매를 한다. 2년사이 다섯명의 남자를 랜덤만남어플을 통해 만났다는 혜윤.
서용훈은 평소하던대로, '자신의 앞길을 방해하는 자에게 커다란 희망을 주고 다시 그것을 빼앗는 것'을 시도한다.
서용훈이 부리던(?) 복어를 통해서.
유미옥은 평소와 똑같이 고상하게 갤러리에 전시할 작품을 선정, 작가를 만난다. 그녀의 어머니의 말씀대로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어도, 우아함을 잃지 않도록'.
서용환과 유미옥의 첫째딸, 혜윤은 탄생부터가 남다르다. 임신도 인공수정을 했고( 아마도 좋은 난자와 좋은 정자를 선별했지 싶다.), 출산도 좋은 날에 맞추어서 (일부러) 제왕절개를 했다.
혜윤은 마더 테레사라는 별명을 어려서부터 가진, 고상하고 우아한 이인데, 내재된 어떤 것이 있었던 모양이다. (혜윤은 그것은 꽃씨라고 표현한다.) 그래서 혜윤은 랜덤만남 어플을 위해, 대포폰도 준비했다.
둘째딸 혜란은 혜윤의 이런 일탈이 무척 신나고 즐겁고 반갑기만 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이 원하던 바를 성취할 수 있기를 바란다. XX동영상을 찍혔따는 혜윤(언니)에 대한 안타까움 등은 찾아볼 수가 없다.
혜란은 자신의 탄생에 대해, 외할머니가 극구 반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축복받는 탄생이었던 혜윤에 대한 반감이 무척이나 크다.
그런 혜란에게 이번 혜윤의 사건은 흥미진진, 그 자체일 뿐이다.
유미옥은 첫사랑이던 구환의 생명유지장치를,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수십년동안 유지하고 있다.
유미옥이 '고상함과 우아함'을 유지하게 위해서, '푸른 언덕'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곳이 바로 구환이 있는 병실인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아무도 없는 대나무 숲에서 외쳐야 했던 이처럼, 유미옥에게 구환의 병실은 자신의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는 장소인 것이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구환의 병실은 유미옥의 해우소인 셈이다.
( 아무리 구환이 코마상태라 하더라도 ) 구환에게는 얼마나 힘든 일인가. 수십년을 유미옥의 해우소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야 한다니.
서용환은 과거 우연히 복어의 동생, 멸치(정우)의 살인사건을 보게 되고, 그 사건을 무마해주게 된다. 그리고 복어의 동생, 멸치, 현주와 인연을 계속이어가게 된다. 멸치의 생명을 구해주고 (비록, 두 다리는 불구가 되지만) 하는 등, 처음에는 어느 정도 좋은 의도도 있었겠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용환은 점차 복어, 멸치를 단순히 자신의 하수인, 부리는 자 정도로만 인식하게 된다.
'내가 너희의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내가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었으니, 너희는 네게 당연히 그 은혜를 갚아라'라는 듯이.
외할머니는 유미옥에게 첫째가 좋은 유전자를 모두 가져갔으니, 둘째는 낳지 말라고 말을 했었고, 실제로 의도치않게 유미옥이 둘째를 임신하자, 중절을 강력하게 권했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그 모든 사실을 혜란은 어려서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매서운 외할머니의 눈빛만으로도 무서웠을 것이다. 그런데 혜란은 거의 공개적으로 그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제목 '어쩌다 이런 가족'은 (추측건대) 혜란의 말이다.
- 나는 왜 하필 이런 가족을 만나서, 당신들은 어쩌다가 이런 딸을 둬서.... |
이것이 바로 평소 혜란이 가지고 있던 생각일 것이다.
이 금수저 가족들의 사고방식은 도저히 나로서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 따라잡기 싫다.
나와 내 가족의 안녕을 위해서라면, 남은 기꺼이 깔아뭉개겠다는 마음. 남은 기꺼이 해칠 수 있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만나고 만나고 충돌하다보면, 이 사회는 '사회'라는 이름이 아니라, '정글'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져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내게는 매력적으로 비춰지는 인물이 없다.
이 금수저 가족은 물론, 혜란의 오랜 친구(?) 이진환도 신기하기만 할 뿐이다. 고진욱은 더더욱 신기하다.
다만,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혜란의 말, "가족은 수학 문제가 아니에요. 어떻게 답이 나오게 만드냐?"와
유미옥의 독백, '함께 추락하는 삶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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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에 오타가 있다. 복어의 동생은 멸치(정우), 현주인데
멸치의 이름이 120쪽에서는 영우로 표기되고,
194~196은 정우로 표기된다. 아마도 120쪽의 영우가 잘못 표기된 것 같다.
*** 한우리 book cafe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